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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때문에 경찰 개고생" 외치면 '끌려간다'?

한나라당 당사 앞에서 벌어진 '황당 사연'

서울 여의도에서 직장 생활을 하는 윤모(36) 씨는 며칠 전 황당한 일을 겪었다.

지난 10일 저녁, 그는 지인들과 식사를 한 뒤 자리를 옮기던 터에 마침 여의도 한나라당 당사 앞을 지나게 됐다. 평소 촛불 집회에서 벌어지는 경찰의 강경 진압이 못마땅했던 그는 다른 두 명의 동행과 함께 당사 앞을 지나며 "'맹박'아, 너 때문에 경찰이 개고생이다"라고 두세 차례씩 외쳤다.

그러자 갑자기 한나라당 당사 앞에 대기하고 있던 전경 20~30여 명이 윤 씨 일행을 둘러쌌다. 경사와 경장급으로 보이는 서너 명의 경찰은 "주변에서 신고가 들어왔다"며 신분증을 대라고 요구했다.

윤 씨와 그의 일행은 "먼저 관등성명을 대라"고 요구했지만 경찰은 오히려 경찰차에 탈 것을 요구했다. 경찰은 미란다 원칙을 제시하라는 요구도 묵살했고, 결국 윤 씨 일행은 손목을 꺾인 채 경찰차에 태워져 인근 지구대로 가게 됐다.

1시간 30분 가량 대기하던 윤 씨 일행에게 경찰은 서류 한 장은 내밀며 사인을 할 것을 요구했다. '즉결 심판 출석 통지서'였다. 범죄 내용에는 "위 장소에서 음주를 한채 명박 때문에 못 살겠다, 경찰이 개고생이다라며 15분간 음주소란을 한 자"라고 적혀 있었다.

또 경찰은 윤 씨 일행이 경범죄처벌법 1조 25호를 위반했다고 적었다. 이 조항은 '공회당·극장·음식점등 여러 사람이 모이거나 다니는 곳 또는 여러 사람이 타는 기차·자동차·배 등에서 몹시 거친 말 또는 행동으로 주위를 시끄럽게 하거나 술에 취하여 이유없이 다른 사람에게 주정을 한 사람'에게 적용되는 혐의다.

윤 씨는 "지나가면서 몇 차례 외쳤을 뿐인데 15분 동안 소란을 피웠다고 한 것이 황당할 뿐 아니라 관등성명과 미란다 고지를 요구하는 걸 거부하는 경찰과 실랑이를 벌인 것을 두고 음주소란을 했다며 통지서를 만든 것은 이해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경찰은 이렇다할 제지도 없이 다짜고짜 신분증을 요구했다"며 "기껏해야 훈방 조치 정도를 할 줄 알았는데, 즉결 심판을 통보받으니 황당할 뿐"이라고 말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송호창 변호사는 "긴급체포는 사형·무기 또는 3년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죄에 해당할 때 가능한 것"이라며 "영장 없이 체포하는 경우도 50만 원 이하의 벌금이나 과료에 해당할 경우에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송 변호사는 "(위의 경우) 경찰의 강제 연행은 위법하다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범죄처벌법에 따르면 이를 위반할 경우 10만 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를 부과할 수 있다.

윤 씨는 "경찰의 행위는 요즘 공안 분위기와 관련있다고 생각한다"며 "경찰의 과잉 진압과 오버가 여기에도 적용된 것 같다"고 말했다. "주택가도 아닌 한적한 골목에서 그런 소리조차 한 번 못하는 대한민국 현실이 슬프고 어처구니없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반론] 알려왔습니다

프레시안은 5월 11일 "MB 때문에 경찰 개고생" 외치면 '끌려간다? 제하의 기사에서 '여의도 한나라당 당사 앞을 지나던 윤모 씨 일행은 고성으로 대통령을 비난했다는 이유로 인근 지구대에 끌려갔는데, 그 과정에서 윤 씨 등은 출동 경찰에게 관등성명 제시와 미란다 원칙 고지를 요구했으나 묵살당한 채 손목이 꺾여서 경찰차를 타게 됐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당시 출동했던 경찰은, "윤 씨 등의 요청으로 관등성명과 함께 신분증을 제시하여 신원을 확인해 주었으며 당사자의 승낙을 얻어 폭력 사용 없이 임의동행이 이루어졌다. 그리고 음주소란 행위는 경범죄로서 긴급체포 대상이 아니라 임의동행 대상이었기에 미란다 원칙을 고지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고 주장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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