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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봉신공'에 '삭제신공'?…'진압봉 경찰' 비판하자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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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봉신공'에 '삭제신공'?…'진압봉 경찰' 비판하자 삭제

노동절 집회 게시물 '검열' 논란…'블라인드' 처리에서 '폐쇄'까지

대구에 살고 있는 윤희용(50) 씨는 지난 4일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이 30일간 볼 수 없도록 비공개 처리된 것을 발견했다. 물론 자신이 가입한 카페에 올린 동일한 글들도 모두 비공개 처리됐다.

갑자기 자신의 글이 삭제된 것에 놀란 윤 씨가 관련 포털사이트에 문의한 결과 "글에 해당하는 사람이 개인 정보에 저촉된다며 삭제를 요청했다"는 답변을 들었다.

그가 올린 글은 지난 1일 노동절 집회에서 벌어진 일에 관한 것이었다. 당시 서울 종로 3가 지하철역에서 경찰이 시민에게 진압봉을 휘두른 폭력 행위를 비판하는 내용이었다. 여기에는 경찰이 진압봉을 휘두르는 사진도 첨부됐다.

윤 씨의 글을 삭제해줄 것을 요청한 사람은 바로 당시 진압봉을 휘두른 사람으로 알려진 조삼환 경감. 서울시경찰청 제4기동대 302전경대 소속이었다.

그는 답답한 마음에 곧 302전경대에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당사자와의 통화는 불가능했다. 결국 지난 5일 자신의 글을 비공개 처리한 것에 대한 명확한 이유를 요구하는 공개질의서를 인터넷에 올렸다. 하지만 이 글 역시 하루도 안 돼 바로 비공개 처리됐다.

▲ 종로 3가 지하철 역내에서 시민을 향해 곤봉을 내리치고 있는 조삼환 경감. ⓒ민중의소리

"경찰에 불리한 내용 통제하겠다는 것 아닌가"

윤희용 씨는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무엇이 조삼환 경감의 개인 정보 보호에 어긋난 것인지 그 사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조삼환 경감이 소속된 서울기동단 제4기동대 302전경대는 누구나 알 수 있도록 홈페이지에도 주소와 전화번호 등이 게재돼 있다"며 "그것을 그대로 적었을 뿐 다른 것은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또 윤 씨는 이를 두고 경감 개인이 아닌 경찰 조직 전체에서 벌인 일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윤 씨는 "개인 신상이 공개된 것이 문제라면 나를 고소하면 되지 왜 비공개 처리를 요청하는지 모르겠다"며 "이는 결국 경찰에 불리한 내용들을 통제하겠다는 발상밖에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비공개 처리를 요구한 이유를 명확히 설명하거나 요구를 철회하지 않을 경우 개인 언론의 자유와 저작물을 만들지 못하도록 방해한 것으로 간주해 검찰에 고소는 물론이고 민·형사상 책임을 물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봉신공만 발휘하는 줄 알았더니 삭제신공까지"

윤희용 씨만 이런 일을 겪은 것이 아니었다. 윤 씨의 글만 아니라 조삼환 경감과 관련한 글을 올린 누리꾼의 글들이 대부분 비공개 처리가 됐다. 조 경감 관련 글을 올렸다가 다섯 번이나 글이 비공개 처리된 누리꾼 '아슈라'는 "'장봉신공'만 발휘하는 줄 알았더니, '삭제신공'까지 할 줄은 몰랐다"며 "시민을 상대로 당당히 장봉 휘두를 땐 언제고, 이제 와서 돌이켜보니 부끄럽냐"고 꼬집었다.

포털사이트에 개설한 자신의 블로그에 조 경감 사진을 올렸던 누리꾼 '장동지'도 몇 차례 비공개 처리를 당했다. 결국 조삼환 경감 패러디 사진을 블로그 바탕에 깔았더니 블로그 자체가 폐쇄 처리됐다. 그는 "설마 했지만 블로그 폐쇄까지 할 줄은 몰랐다"며 "노동절 스타의 파워가 이렇게 큰 줄은 몰랐다"고 비난했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자 현재 인터넷 공간에서 누리꾼들이 계속해서 조삼환 경감의 사진과 비판 글을 올리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또 조 경감과 그의 요구대로 누리꾼들의 글과 블로그를 삭제하는 포털사이트를 비꼬는 글도 속속 올라오고 있다.

누리꾼 '기린'은 "'그분'을 위해서라면 일당백의 눈부신 검술을 자랑질 하는 일명 칼잡이 견찰 같다"이라며 "시민 알기를 연습용 지푸라기로 아는 대담한 용기와 기백을 가지고 있다"고 비꼬았다.

▲302 전경대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조삼환 경감의 인사말. @302 전경대 홈페이지
"막무가내 비공개 처리 할 것 아니라 글에 대한 책임 지게 해야"

송경재 경희대 인류사회재건연구원 교수는 "결국 포털사이트의 게시물 차단 기준이 명확하게 명시돼 있지 않기 때문에 발생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개인이 문제제기만 하면 무조건 비공개 처리를 해야 하는 현재 상황을 지적한 것이다..

그는 "명예 훼손이라는 이유는 상당히 포괄적이고 자의적 판단이 개입되는 것이기 때문에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농후하다"며 일례로 2008년 어청수 전 경찰청장의 동생 사건을 언급했다.

송경재 교수는 "부산에서 유흥업소를 한다는 어청수 전 경찰청장의 동생 사진이 인터넷에 게재되자마자 모든 사진들이 비공개 처리됐다"며 "지금 조삼환 경감의 사진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그는 "글에 대해 개인이 책임을 지게하고 사법적 판단에 맡기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라고 덧붙였다.

조삼환 경감 "시위대를 몰아내기 위한 액션이었다"

한편, 조삼환 경감은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시위대를 몰아내기 위한 액션"이었는데 "인터넷에서는 이것을 두고 시위대를 두들겨 팼다며 사진과 실명을 올려서 부득이하게 내린 결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당시 상황에 대해 "우리 대원 중 한 명이 시위대에 끌려가서 맞았고, 또 다른 대원 한 명은 콧뼈가 부러져 병원에 입원했다"며 "게다가 대원들이 곤봉까지 들고 있는 상황에서 시민들이 밀고 들어오는데 자칫 넘어질 경우 대형 사고의 우려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곤봉을 휘두른 것은 정당한 공무집행이라고 생각한다"며 "만약 내 행동이 잘못됐다고 판단됐다면 이미 조치가 있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인터넷에 비공개 요청을 한 것과 관련해서 "확인되지도 않은 사실을 인터넷에 실명 공개한 것은 나 자신은 물론 우리 부대의 명예도 실추시킨다고 판단했다"며 "고소도 할 수 있지만 한두 명도 아닌데 어떻게 할 수 있겠냐"고 설명했다.

다음은 비공개 처리된 윤희용 씨의 공개질의서다. 개인의 명예 훼손과 관련된 부분이 있는지 독자의 판단에 맡긴다.

진압봉 휘두른 302전경대장 조삼환 경감에게 보내는 공개질의서

저는 인터넷에 올라온 조삼환 경감이 지하도 출입구를 봉쇄한 상태에서 시민들을 향해 진압봉을 휘두르는 사진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집회 현장에서 지휘 차량 안에서 해산이나 체포 명령을 내리는 전경지휘관들은 봤으나 직접 대원들의 선봉에서 맨몸인 시민들을 마치 뭔가에 미친 듯이 진압봉을 휘두르는 장면을 보고 너무 놀라 '이게 경찰의 본래 모습'인지 '독재의 유전자를 타고난 집단'의 구성원이라 그런지 헷갈려 머리가 복잡해지더군요. 무엇이 급해 무장한 대원들을 두고 대장이 직접 몽둥이를 시민들을 향해 휘둘러야 했는지 그 속내가 궁금해 도저히 견딜 수 없어 인터넷을 통해 공개적으로 질의를 하고자 합니다.

그런 상황이라면 전경들이 한 걸음씩 앞으로 나가기만 해도 시민들이 위험하기 그지없는데 왜 그런 무리한 짓을 했는지 모를 일입니다. 대한민국의 모든 공무원들은 국민들이 피 땀 흘려 번 돈으로 낸 세금으로 먹고 살기에 '공복'이라 부른다는 걸 302전경대장인 조삼환 경감은 모르지 않을 것입니다. 무엇보다 경찰의 임무는 '국민들의 생명과 재산 보호'라는 것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테고요. 2월 18일 퇴임한 경찰종합학교장인 박종환 치안정감 역시 퇴임식에서 "경찰이 존재하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 보호'와 공공의 안녕과 질서 유지"이며 "이 두 가지 모두 중요한 가치지만 굳이 비교하자면 '인명 존중'이라는 절대 가치인 전자를 우선시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조삼환 경감은 모습은 인명을 너무 가벼이 여긴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더군요.

박 치안감은 나아가 후배 경찰들에게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고 우리 사회의 춥고 어두운 곳을 어루만지는 분들이 경찰을 지나치게 몰아붙인다고 생각하지 말라"면서 "경찰의 먼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오히려 그런 분들과 경찰이 더욱 진지하게 대화를 하고 그 분들을 항상 가까이 모셔 와야 한다"고 역설했습니다. 김석기 전 서울청장이 사실상 '테러집단'으로 규정한 철거민 농성자들 역시 '진지하게 대화를 하고 모셔야할 분'이라는 말로 이해합니다. 또 경찰의 법집행과 관련해 "경찰 편의의 사고를 철저히 경계하고 인권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하면서 절박한 소수자를 따뜻이 배려하는 균형감 있는 경찰 활동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는데 지하도 출입구를 봉쇄한 채 시민들에게 진압봉을 휘두른 조삼환 경감의 견해는 어떤지 묻지 않을 수 없군요.

그 날 조삼환 경감이 지휘한 서울기동단 제 4기동대 소속의 302전경대는 방패에 소속부대 표시가 전혀 없었고, 현장에 나온 대원들은 명찰도 달지 않아 '안 보이니 시민들을 사정없이 두들겨 패라'고 독려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을 갖는다면 제가 속 좁은 탓일까요? 이는 대한민국 헌법 제14조에 "모든 국민은 거주·이전의 자유를 가진다."고 명시한 이동권을 방해한 위헌 행위며, 경찰관 직무집행법 시행령 제5조 "신분을 표시하는 증표는 국가경찰공무원의 공무원증으로 한다."를 위반한 것이고, 직권남용에다 '폭력 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사법처리 대상인데 이에 대해 당사자인 조삼환 경감의 조속한 답변을 요구합니다. 그렇게 지하출입구를 봉쇄한 것은 현장 지휘관인 조 경감의 자의적인 판단에 의한 것인지 상부의 명령인지도 분명히 밝혀 주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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