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명박 정부가 촛불집회 1년 기념집회에 대해 보이고 있는 행태를 보면 이 정부가 민주적인 정부라고 불릴 자격이 있는지 의심스러워진다. 숫제 집회 및 언론의 자유 등으로 대표되는 표현의 자유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지라고 밖에는 해석할 수 없는 부당한 공권력 행사가 줄기차게 이어지고 있다. MB정부가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표현의 자유를 인정하는 데 인색한 것이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지만 최근 들어 그런 경향이 부쩍 심해졌다.
민주주의를 어떻게 규정하는가는 참으로 지난한 일이다. 최근 정치학 흐름은 최소정의적 관점에서 민주주의를 바라보고 절차를 민주주의의 핵심으로 이해하고 있는 것 같다. 즉 보통선거권이 보장되고 복수정당제도가 확립되며 주기적이고 공정한 선거를 통해 정부가 평화적으로 교체되는 것을 민주주의의 기준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이렇듯 최소정의적 관점에서 민주주의를 바라보고 절차를 민주주의의 핵심으로 이해할수록 국민들의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은 중대한 의미를 지닌다.
현대 민주주의 이론의 대가 중의 한 사람인 로버트 달(Robert Dahl)은 현실적인 민주주의 체제를 "다두정"(polyarchy)이라 규정하면서, 이 다두정을 측정할 수 있는 일곱 가지 기준을 제시한 바 있다. 그 중 하나가 "시민들은 공직자, 정부, 체제, 사회경제질서 그리고 지배 이데올로기에 대한 비판을 포함한 광의의 정치적 문제들에 관해 가혹한 처벌의 위험 없이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는 것이다.
표현의 자유가 중요한 이유는 대의제 민주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마당에 국민들의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면 주권자인 국민의 의사를 선거에 의해 선출된 공직자들이 알 길이 없고, 따라서 국민의 의사를 정책에 반영할 통로가 차단되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보자면 MB정부는 헌법이 국민들에게 보장한 표현의 자유를 적극적으로 억압하면서 스스로 반민주적인 정부임을 고백하고 있다. 심지어 MB정부는 최근의 재보선 참패-선거는 대의제 민주주의에서 유권자들의 의사가 가장 잘 반영되기에 민주주의의 꽃으로 불린다-에 담긴 국민들의 정치적 의사 표현조차 안중에도 없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MB정부가 이처럼 국민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일 마음이 없는 까닭은 무엇일까? 혹시 MB가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한 것을 국민들이 자신에게 5년간 주권을 위임한 것으로 착각하고 있어서는 아닐지 모르겠다. MB가 헌법이 국민들에게 부여하고 있는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있는 것이나 의회 및 사법부를 거추장스럽게 여기는 태도 등을 보면 확실히 그런 징후가 보인다.
흔히 민주화는 모든 갈등하는 이해관계의 해결을 제도 내에서의 경쟁에 맡기는 것이라고 이해된다. 어느 누구도 정치적 경쟁의 결과를 사전에 확정하거나 사후에 뒤집을 수 없을 때 민주화 과정의 문턱을 넘어섰다고 말한다. 이를 '불확실성의 제도화'라고 하는데 슈미터(Philippe Schmitter)는 이를 위해 4가지 원칙을 제시하고 있다. 그 가운데 "인민에 의해 선출된 지배자는 항상 인민과 상의해서 자의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정책을 수행해야 하며(책임의 원칙), 정부는 시민이 원하는 대로 행동할 것을 보장해야 한다(응답의 원칙)"이 있다.
MB가 명심하고 또 명심해야 할 원칙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위임민주주의에서 아득히 더 나간 것처럼 보이는 지금의 MB에게 이런 충고가 또 무슨 의미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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