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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이 '無개념'? 당신의 '무기력'보다는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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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이 '無개념'? 당신의 '무기력'보다는 낫다"

[현장] '촛불 1년' 기념 집회 서울역·청계광장서 열려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을 반대하며 시작된 촛불 집회가 2일로 1년을 맞았다. 청소년, 시민, 시민단체 등 지난해 촛불을 들었던 이들은 이날 서울 시내 곳곳에서 기념 행사를 열었다. 이들은 촛불 1년을 기념하며, 용산 참사를 놓고 분노를 쏟아냈다.

경찰은 서울역, 청계광장, 광화문 등 행사가 예정된 장소 곳곳에 161개 중대 1만1000여 명을 동원해 집회 확산을 막았다. 이 과정에서 청계광장 주변 인도 통행이 막히고 경찰 버스가 도심에 가득차는 등 이날부터 개최된 '하이 서울 페스티벌' 행사에 차질이 빚어졌다.

▲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을 반대하며 시작된 촛불 집회가 2일로 1년을 맞았다. 청소년, 시민, 시민단체 등 지난해 촛불을 들었던 이들은 이날 서울 시내 곳곳에서 기념 행사를 열었다. ⓒ프레시안

"두 달 동안 8명 청소년 자살…이런 교육 싫다"

처음 촛불을 들었던 청소년들은 이날 다시 청계광장을 찾았다. 오후 1시, 서너 명의 청소년이 동아일보사 앞에서 우비를 입으며 모이자 대기하고 있던 경찰 수백여 명이 급히 뛰어와 주변을 둘러쌌다. 한 경찰이 다가와 "퍼포먼스든 뭐든 사법 처리하겠다"며 윽박질렀다.

곧이어 모인 청소년 20여 명은 장소를 옮기려 했으나 경찰이 양옆에 바싹 붙어 따라왔고, 결국 '술래잡기' 끝에 1시로 예정됐던 집회는 1시간 30분 가량이 지난 후에야 청계광장 인근 갑을빌딩 앞에서 열렸다. 참가자들은 청소년 인권단체 아수나로를 비롯해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소식을 보고 왔다고 했다.

지난해 '미친소'에 반대했던 청소년들은 1년간 '미친 교육'이 더 심해졌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오정은(가명·17) 학생은 "3~4월 두 달 동안만 8명의 청소년이 자살했다"며 "일제고사 보기 싫어하는 친구들이 정말 많았는데, 어쩔 수 없이 풀거나 오답 적어냈다가 교무실에 끌려가서 맞기도 했다"고 말했다.

▲ 이날 촛불 1년 기념 집회 한 곳에는 최근 잇따라 자살한 청소년을 애도하는 장소가 마련됐다. ⓒ프레시안
집회를 가로막는 공권력에 대한 비판도 여전했다. 고등학교 3학년이던 지난해 촛불 집회에 참석했던 '엠건'(20) 씨는 "사실 광우병보다 국민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밀어붙이는 정부가 더 말이 안 되기 때문에 많은 청소년이 나온 것"이라며 "공권력의 폭력, 사람에 대한 폭력을 두고볼 수 없다는 걸 지난해 촛불 집회를 통해 느꼈다"고 말했다.

역시 지난해 촛불 집회에 나왔던 최영우(19) 학생은 "또 나와야 하는게 솔직히 짜증났다"며 "1년 동안 바뀐게 없으니까"라고 말했다. 그는 "일부 언론에서는 마치 '개념 없는 것'들이 촛불을 든다고 했는데, 오히려 꼼꼼히 준비해 집회 발언하는 청소년을 많이 만났다"며 "지금 무기력한 기성세대보다 훨씬 낫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촛불 집회 때는 부모님의 반대로 나오지 못했다가 이번에 다시 나왔다는 최연미(16) 학생은 "청소년이 처음 시작했던 촛불 집회 1주년이라는 의미가 굉장히 큰 것 같다"며 "촛불 집회 이후에 언론에 관심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정부의 아날로그적 수법, 유치하고 어리석음만 드러내"

이어 같은 자리에서 참여연대, 나눔문화 등의 단체가 주최하는 '촛불 1년 맞이 행사'가 열렸다. 100여 명의 참가자가 모인 가운데 촛불 1년 돌잡이, 희망의 씨앗 나누기, 사진전 등 다양한 행사가 열렸다. 경찰은 넓지 않은 인도에 모인 이들의 사방을 병력으로 막았다. 집회 장소 밖에서는 안에 어떤 일이 있는지 전혀 알 수 없는 상태가 됐다.

'촛불 예비군'이었던 정선호(31) 씨는 "지난해부터 우리는 꾸준히 촛불을 들었다"며 매일 7~9시까지 3~15명씩 촛불을 들고 침묵 시위를 벌였다고 말했다. 그는 "그전까지는 신경 안 쓰던 정치·경제 문제에 더 신경쓰게 됐다"며 "사람들에게 변화를 주는 촛불이 작게나마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다. 그래야 언젠가 잘못된 것이 있으면 지적할 수 있는 힘이 실리지 않을까"고 덧붙였다.

▲ 이날 퍼포먼스로는 '촛불 돌잡이'가 진행됐다. 돌잡이로 집어 든 물총으로 MB역을 쏘고 있는 장면. ⓒ프레시안
'강남 촛불'에서 나온 참가자들도 매일 저녁 촛불 전시전을 열며 촛불을 끄지 않았다고 했다. 중학생 자녀들 대신 꾸준히 촛불을 들고 있다는 '너때메살아' 씨는 "개인적으로 먹을거리에 좀 더 신경을 쓰고, 정치 등 시사 문제에 관심을 갖고, 다른 사람들이 사는 모습에도 좀 더 관심을 갖게 됐다"며 "그러나 촛불을 들었을 때 제기했던 문제는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샤또' 씨는 "지난해 촛불을 들면서 뭔가 금방 될 것 같다고 생각했던 조급증을 이제 벗어난 것 같다"며 "끝이 날 때까지 할 수 있는 대로, 들던 대로 들자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촛불만 든다는 것이 아니라 선거 운동을 하고, 생활 속에서 불매 운동을 하고, 조·중·동 반대 서명 운동을 한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영화(41) 씨는 촛불 집회가 오히려 경찰에 의해 집회의 자유가 더 축소되는 등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그 반대"라고 답했다. 그는 "지금 한나라당과 조·중·동, 이명박 정권은 아날로그 시대에 살면서 옛날 수법을 그대로 쓰고 있다"며 "그런 모습을 통해 그들이 얼마나 유치하고 어리석은지 우리나라 시민들이 알아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촛불이 남긴 것? 부당함에 싸울 수 있게 됐다"

한편, 이날 오후 4시부터 서울역에서는 촛불시민연석회의가 주최하는 '촛불 1년 행동의 날' 행사가 용산 참사 추모제와 함께 열렸다. 이곳 역시 경찰이 주광장을 막아 서울역 출입구 근처에서 행사가 진행됐고, 1시간이 지난 오후 5시에야 열릴 수 있었다.

최상재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은 "국민들에게 집회의 자유는 정당한데 지금의 정부는 자유로운 집회마저 방해하고 있다"며 경찰을 비난했다. 통합민주당 이종걸 국회의원도 "경찰이 평화로운 촛불을 완전히 봉쇄하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종걸 의원은 "정말 반민주적인 작태"라며 "결국 이명박 정권의 미래가 멀지 않았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정권은 촛불이 멈췄다고 생각하지만 그건 착각"이라며 "우리가 반드시 일어나서 촛불이 죽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자"고 독려했다.

대학생공동행동 수진 대표는 "촛불 1년이 우리에게 남긴 것은 부당한 것에 싸울 수 있게 됐다는 점"이라며 "이명박 대통령이 말하는 거짓 희망에 속지 말고 연대를 통해 승리하자"고 말했다.

고 이상림 씨의 며느리인 정영신 씨는 "냉동고의 시신이 밤마다 찾아와 '억울하다. 자상한 아버지였는데 왜 우리가 자살 폭탄 테러범이 되었는지 모르겠다'고 말한다"고 말했다. 그는 "참사가 일어난지 103일이 지났지만 마치 어제 아버지를 잃은 것 같다"며 "책임자가 처벌될 때까지 끝까지 싸울 것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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