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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연구소 "한국 경제 낙관론은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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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삼성연구소 "한국 경제 낙관론은 위험"

불안 요소는 여전…"경기 회복, 'U자형' 될 것"

최근 정부와 언론 일각에서 나오고 있는 한국 경제 조기 회복설에 대해 삼성경제연구소가 제동을 걸었다.

"'V자형' 경기회복, 가능성 낮다"

삼성경제연구소는 15일 "한국경제 조기회복설 점검"이라는 보고서에서 현재의 경기하강 추세가 올해 6월 말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당분간 재고 감축에 따른 생산 위축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고려하고 경기선생지수 및 심리지표들을 척도로 판단"한 결과다. 올해 1/4분기에 경기가 바닥을 쳤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한 반박인 셈이다.

이 연구소는 올해 6월 말 이후에도 경기 회복 속도는 더딜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연구소는 "수출을 통한 경기회복은 기대하기 힘들고 국내 금융불안이 내수회복을 제약하여 하반기 경기는 'U자형'의 더딘 회복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최근 일부 경제지표가 긍정적으로 나타난 것을 바탕으로 'V자형' 경기 회복론이 나오고 있지만, 이는 가능성이 낮은 주장이라는 이야기다.

"동유럽 금융 뇌관 터질 수도"

세계적인 금융 위기가 다시 발생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이 연구소는 무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위태로운 뇌관이 있는 곳 가운데 하나가 유럽이다. 세계 금융의 중요한 축을 쥐고 있는 영국에서는 금융 위기가 계속 심화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제공조 실패로 동유럽 위기마저 고조되면, 금융 위기는 재발한다는 게 이 연구소의 판단이다.

"서유럽 은행의 건정성 악화→유럽 경기침체 심화→금융기관의 신흥국에 대한 투자회수→동유럽 등 신흥국의 금융불안 가중"이라는 순서로 위기가 번져간다는 설명이다.

이렇게 해서 동유럽 신흥국가들의 연쇄부도 사태가 발생한다면? 유럽 금융 전체가 심각한 파국을 맞게 된다. 이는 다시 세계 경제 전체의 위기로 이어진다.

이미 동유럽 국가들의 올해 거시경제 지표 전망치는 대부분 마이너스(-)다. 이 연구소가 IMF 등의 자료를 토대로 전망한 바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의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10.0%, 라트비아는 -9.1%, 러시아는 -3.0%, 에스토니아는 -5.6% 등이다. 경상수지, 재정수지 등 다른 지표 전망치 역시 대부분 마이너스(-) 부호가 달려있다.

동유럽 경제 붕괴가 위험한 이유는 역내 대출 비중이 높은 유럽 금융권의 특징 때문이다. 동유럽 신흥국가의 위기가 유럽 금융권 네트워크를 타고 번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

"미국 경제, 위기는 진행형"

세계 경제의 중심이면서, 위기의 진앙이기도 한 미국 경제 역시 불안이 가시지 않은 상황이다. 금융위기를 촉발했던 주택 시장의 경우, 일부 지표는 호전되고 있지만 수급 불균형은 여전하다. 또, 주택 경기의 핵심 지표인 주택 가격은 여전히 하락 추세다.

게다가 산업생산, 설비 가동률 등 실물 지표는 계속 악화되고 있다. 2009년 2월 미국 산업생산은 전년동월 대비 11.2%(전월 대비 1.4%) 감소했다. 설비가동률은 70.9%로 떨어졌다. 특히 제조업 설비 가동률은 67.4%에 불과했다.

사회안전망이 부실한 미국식 체제의 특징도 경기 회복을 가로막는 장애물이다. 최소한의 보호 장치도 없이 실업에 내몰린 이들이 대거 늘어나면서, 내수 소비가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최근 전망한 내용에 따르면, 실업률이 2010년 상반기까지 계속 상승하고, 2010년 말까지도 고실업률 상태가 지속될 것이라고 한다.

소비 진작과 맞물려 있는 금융 대출 역시 원활하지 않다. 상업은행 가운데 52.9%가 올해 초 프라임(최우량) 등급 모기지 대출 기준을 강화했다. 꼭 필요한 소비를 위해 빚을 내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도화선이 타들어가고 있는 대형 악재도 있다. 미국 자동차 업체의 파산 가능성이다. 미국 정부는 GM과 크라이슬러의 자구안을 거부하고, 추가적인 자구 노력을 요구했다. GM의 파산 가능성은 공공연하게 떠돌고 있다. 도화선이 다 탈 때까지, 대책이 나오지 않는다면 미국 실물 경제는 심각한 파국을 맞게 된다.

그런데 대책은 묘연하기만 하다. 미국 정부는 민관합동펀드를 통한 부실채권 매입을 추진하고 있지만, 실효성에 대해 회의적인 목소리가 높다. 부실자산 가격 산정 등이 순조롭게 해결되지 못할 경우, 상업은행 부실 문제가 재연될 우려가 있다는 게다.

환율 변동성, 대출 연체율, 금융권 부실…위태로운 한국 경제

나라 밖 사정만 불안한 게 아니다. 국내 금융 상황 역시 위태롭기는 마찬가지다. 이 연구소는 보고서에서 환율 변동성이 최근 안정되는 듯하지만, 경제 위기 이전 수준으로 안정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선사의 수주 취소 및 인도 연기, 높은 장기외화자금 조달 금리 등이 그 이유다. 이 연구소는 "아직 시중은행이 자체적으로 장기 외화자금을 조달하지 못하고 있고, 조달금리도 과거에 비해서는 매우 높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연구소는 "글로벌 금융불안이 재연되면 대규모 외국인 자금 이탈, 외화차입 상환요구 등으로 외화수급여건이 다시 악화돼 변동성이 크게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내 은행의 대출 연체율이 높아지고 있는 점도 중요한 불안 요소다. 이 연구소는 "국내 은행의 대출 연체율은 2월 말 현재 1.67%로 2004년 말(1.7%)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라며, "특히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은 2.67%로 대기업 대출 연체율(0.63%)에 비해 크게 높아 신용위험에 따른 자금사정 양극화가 진행됨을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중소기업 대출이 많은 비은행 금융기관의 부실도 심각해졌다. 보고서에 따르면, 주로 중소기업에 대출하고 있는 여신전문금융회사의 2008년 말 연체율은 4.5%로 은행 연체율(1.08%)의 4배가 넘는 수준이다.

"비관론만큼 위험한 낙관론"

이런 설명과 함께 이 연구소는 "세계경제가 전례 없는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며 "근거 없는 비관론이 경제활동을 위축시키고 침체를 가속하는 것처럼 성급한 낙관론 역시 경기 오판이나 그릇된 대응을 불러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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