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의 외아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와 부인 임세령 씨 사이의 이혼소송에 쏠리는 관심이 뜨겁다. 재벌 집안 이혼 문제는 소문이 나기 전에 합의로 처리하는 게 보통이었다. 바로 소송을 제기한 이재용-임세령 부부의 사례는 몹시 이례적인 경우다.
임 씨가 합의이혼 대신 소송을 택한 이유는 아직 알려져 있지 않다. 일각에서는 임 씨의 아버지 임창욱 대상그룹 명예회장이 비자금 조성 등의 혐의로 2005년 구속됐을 당시, 임 씨와 대상 측이 삼성 집안의 태도에 대해 서운한 감정을 갖게됐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재용 재산형성 과정, 논란 재점화
임 씨는 지난 11일 '이혼 및 재산분할 등' 청구 소송 형태로 사건을 접수했고 5000억 원대의 재산분할과 자녀 양육권을 함께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무가 선뜻 받아들이기 어려운 요구다. 약 1조 200억 원대로 알려진 이 전무 재산의 절반에 해당하는 금액을 청구한 셈인데, 이를 수용하면 삼성 그룹의 지배구조에도 영향이 미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재산분할 문제가 관심을 끄는 이유는 이 전무의 재산 규모에 대한 공식적인 평가 액수가 아직 나와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 전무의 재산 가운데 상당 부분은 비상장 주식이어서 평가액을 산정하는 작업이 만만치 않다. 이 전무가 과거 비상장 주식을 상장하는 과정에서 막대한 이익을 거뒀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전무의 재산 규모는 알려진 것보다 더 크게 평가될 수 있다.
임 씨 측이 이런 주장을 펼 경우, 이 전무의 재산 형성 과정에 대한 논란이 다시 확대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이 전무의 도덕성 문제는 물론이고 재산 형성 과정에서 불법 행위가 있었는지 여부도 쟁점이 된다. 과거 시민단체와 김용철 변호사 등이 제기했던 여러 의혹들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다는 이야기다. 알려지지 않았던 새로운 의혹이 제기될 가능성도 있다.
이재용 사생활 논란, 후계 구도에 영향 미칠 가능성
그리고 임 씨가 자녀 양육권을 요구한 점은 이 전무의 사생활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 전무가 자녀를 기르기에 부적절한 이유를 놓고 공방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전무의 사생활 논란이 확대될 경우, 후계 구도에도 영향이 미칠 수 있다.
특히 임 씨가 위자료 10억 원을 청구한 배경이 주목된다. 결혼 생활을 하는 과정에서 정신적, 신체적 피해를 입었으며, 그 책임이 이 전무에게 있다는 주장을 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가사소송은 본인이 출석하는 게 원칙이다. 따라서 이 전무와 임 씨가 법원에서 마주하게 될지도 관심사다.
양육권 문제가 관심을 끄는 이유는 또 있다. 현재 9살인 이재용-임세령 부부의 아들은 삼성과 대상 두 그룹의 유일한 적자다. 이병철, 이건희, 이재용에 이어진 4세 경영 세습 국면에서 아들의 양육권은 결정적인 변수가 될 수 있다. 삼성 그룹에 대한 이 씨 가문의 지배력이 흔들릴 수 있다는 이야기다.
반면, 임세령 씨가 많은 지분을 갖고 있는 대상 그룹 측에는 호재가 될 수 있다. 이혼 소송 소식이 전해진 직후, 대상 관련 주식 가격이 크게 오른 것도 그래서다.
"재벌 며느리 판사가 재벌 며느리 소송 맡았다"
이 전무 부부 사건은 현재 서울가정법원 가사4부(정승원 부장판사)에 배당돼 있다.
이번 사건을 맡은 정 판사가 정 부장판사는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의 조카 며느리로, 신 회장의 동생인 고(故) 신철호 씨의 장남 신동림 씨의 부인이라는 점도 화제다. 재벌 집안 며느리의 이혼 소송에 대한 판결을 역시 재벌 집안 며느리가 맡게 된 셈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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