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간부가 한 조합원을 성폭행하려던 사실이 알려지면서 큰 파문이 일고 있다.
이 피해자는 이석행 위원장의 수배 생활 시절 도피를 도왔던 조합원. 가해자는 이석행 위원장이 도피 중 보좌하던 간부였다. 민주노총은 자체 조사 결과 이 간부의 행동이 '성폭행 미수'에 해당한다고 결론내리고 곧바로 해임했다.
이석행 검거 하루 뒤 은신처 제공한 조합원에게 '성폭행' 시도
사건이 발생한 것은 지난해 12월 6일. 이석행 위원장이 검거된 지 하루 뒤였다. 민주노총 등에 따르면, 민주노총 산하 조직강화특별위원회 위원장인 아무개 씨가 이날 자신의 집을 이 위원장의 은신처로 제공한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소속 조합원을 성폭행을 시도했다.
비록 미수로 끝났지만, 이 사실은 사건 발생 20일 후인 지난해 12월 26일께 민주노총에 보고됐고, 지난 1월 중앙집행위원회 간부에게 공개됐다. 민주노총은 자체 진상규명위원회를 꾸려 조사를 벌였고 그 결과 성폭행 미수 혐의가 인정됐다.
이에 따라 민주노총은 이 간부를 보직 해임하고 더불어 이 간부의 출신 단위노조에도 제명을 권고했다.
"총사퇴해야 한다" vs. "개인적 일이다" 의견 대립 팽팽
이번 성폭행 사건을 놓고 민주노총 지도부 전체는 큰 충격에 휩싸였다. 그러나 이 사건의 처리 방향을 놓고는 내부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일부는 지도부 총사퇴 주장까지 내놓는 상황이다. 특히 "민주노총을 강화하자"며 만든 특위의 책임자가 가해자라는 것이 이 같은 주장의 근거다. 현재 허영구 부위원장을 비롯해 4~5명의 지도부가 지도부 총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개별 사퇴도 불사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개인의 일은 민주노총 지도부와는 관계가 없다"는 근거로 총사퇴 요구에 반대하고 있다. 우문숙 대변인은 "2차 피해 가능성 등의 우려로 이 문제에 대해 언급할 것이 없다"고 말했다.
민주노총은 5일 오후 중앙집행위원회를 열고 후속 대책을 논의한다.
'노동계 전체에 불똥 튀길까' 한국노총도 전전긍긍
중앙집행위원회에서 의견이 좁혀지지 않을 경우 지도부가 당장 물러날 가능성은 없다. 그러나 일부 임원이 개별 사퇴 의사를 밝히고 있어 이번 사건이 쉽게 가라앉지는 않을 전망이다. 다른 임원에게까지 사퇴 압박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지도부의 총사퇴 여부와 관계없이, 이번 일로 민주노총의 체면이 또 한 번 구겨지는 것도 피할 수 없다. 지난 2005년 강승규 수석부위원장의 비리 사건으로 이수호 지도부가 총사퇴하면서 도덕적 타격을 입은 지 불과 4년이 채 안 됐다.
지도부의 진퇴 여부로 이 사건이 번지면서 노동계 전체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지난 정부 때와 달리 노동계를 철저히 무시하고 있는 이명박 정부 아래 민주노총의 존재감 뿐 아니라 노동계 전체의 목소리가 사회적으로 외면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사정 탓에 한국노총도 이 문제의 향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경제 위기와 비정규직법 개정 시도 등의 국면에서 노동운동의 도덕성과 대중의 지지에 치명타를 줄 수 있는 '악재'가 터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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