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지금부터 재미있는 지옥, 대한민국 경제관료들의 이 황당한 코미디의 실체를 하나하나 해부해 보기로 하자.
신성장동력 산업 수출비중 폭증? 근거없는 몽상일 뿐
이명박 정부 경제관료들이 수백 조 부가가치 창출이니, 수백 만개 일자리 창출이니 하는 코미디 수준의 '신성장동력 발전전략'을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들은 지난해 9월 22일 '신성장동력기획단' 명의로 '신성장동력 비전 및 발전전략'을 발표한 바 있다. 사실 이들이 지난 13일 내놓은 대책은 9·22대책의 재탕에 불과한 것이다.
단지 다른 점이 있다면 1·13대책에서는 9·22대책에 비해 황당무계한 과장수치의 크기를 더 크게 만들었고, 기존의 대책에 존재했던 재원조달방안을 뺐다는 점이다.
1·13대책과 9·22대책을 개략적으로 비교해 보면 다음과 같다.
[표]신성장동력 분야 주요지표 전망
(원자료 주) : 일자리 창출효과는 일자리 순증과는 다른 개념임 (출처) : 9·22대책은 신성장동력 기획단 발표자료, 1·13대책은 MB정부 정책포털 자료 |
독자들은 위의 표만 보아서는 이들의 코미디 수준이 얼마나 심각한 것인지 실감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필자가 지난해 9월 22일 '신성장동력 기획단'이 친절하게(?) 만들어 놓은 표를 참고로 위의 표를 재구성해 보았다.
[표]신성장동력 분야 주요지표 전망
(주-1) 당초GDP 추정 - 2008년 934조원, 2013년 1301조원, 2018년 1810조원 (주-2) 당초 수출액 추정 - 2008년 4355억불, 2013년 6700억불, 2018년 10300억불 (출처) : 9·22대책은 신성장동력 기획단 발표자료, 1·13대책은 MB정부 정책포털 자료 |
이것이 바로 대한민국 경제관료들이 내놓은 낯뜨거운 정부 발표문 내용이다. 마치 초등학교 미술시간 때 그렸던 미래공상 그림을 다시 꺼내보는 느낌이다.
경제분석을 하루라도 한 사람이라면 신성장동력 산업의 수출액 비중이 10년만에 27.7%에서 77.2%로, 혹은 40.7%에서 89.3%로 늘어난다고 주장할 수가 없다. 신세대가 자주 쓰는 표현대로 '(마)약을 먹은' 직후가 아니라면 말이다.
신성장동력산업 부가가치비중 폭증? 이것도 근거없는 몽상
위의 표 내용 중에서 이명박 정부 관료들이 현실을 제대로 수치화해 놓은 것은 이들이 9.22대책을 내놓으면서 2008년 현재 신성장산업이 116조 원의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고, 1208억불의 수출을 담당하고 있으며 170만 개의 일자리 유지에 기여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있는 대목 뿐이다.
물론 공부가 부족한 경제관료들이 늘 그렇듯이 '취업계수'를 일자리 유지계수가 아니라 일자리 창출계수로 착각하여 신성장산업이 170만 개의 일자리 유지에 기여하고 있다고 표현해야 할 것을 170만 개의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고 있다는 표현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그러나 그 이외의 수치들은 일고의 가치도 없는 '허무맹랑한' 수치들 뿐이다.
비교적 정확한 미래예측이라는 것은 과거와 현재의 추세를 냉철하게 검토함으로써 가능한 것이다. 그러나 이들에게는 과거와 현재의 추세를 냉철하게 검토할 지적능력이 없어 보인다.
이들 주장의 타당성을 검증하기 위하여 신성장동력산업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정보통신산업의 2000년대 관련 통계들을 소개해 보면 다음과 같다.
[표] 연도별 정보통신산업 관련 통계
(주) IT제조업 및 IT서비스업 모두 포함한 수치임. (출처) : 한국정보통신산업협회, 2006년 정보통신산업통계연보(가장 최근 자료) |
위의 표를 보면 2000년대 우리나라 신성장동력산업의 주축인 IT제조업 및 IT서비스업의 종사자는 전체 2300만 종사자의 3% 내외인 56~74만 명 수준이고, 수출액 비중은 전체 수출의 32~37% 수준이며, 부가가치 비중은 11~15% 수준이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현실 속에서 어떻게 갑자기 향후 10년 만에 신성장동력 산업의 수출액 비중이 27.7%에서 77.2%로, 혹은 40.7%에서 89.3%로 늘어난단 말인가. 10년 만에 이들 산업의 부가가치 비중을 12.4%에서 31.8%로 올린다는 것도 황당하기는 마찬가지다.
게나 고동이나 다 신성장동력산업인가
MB정부 관료들이 일자리 창출효과라고 내놓은 수치들을 보면 더 기가 막힌다. 이들은 1·13대책 발표문에서 신성장동력산업의 일자리 창출효과가 477만 개에 이른다고 써 놓았다. 물론 여기에서 477만 개라는 수치는 일자리 창출효과가 아니라 일자리 유지효과를 나타내는 것이다.
그런데 477만 개라는 수치는 2007년 제조업의 전체 일자리 수 412만 개 수준을 훨씬 넘어서는 수치다. 경제관료들이 게나 고동이나 잡다한 산업들을 모두 모아서 여기에 '신성장동력산업'이라는 꼬리표를 붙인 모양이다.
그러나 이렇게 여러 산업과 업종들을 모두 모아서 여기에 신성장동력산업이라는 꼬리표를 붙였다 하여 저절로 수출, 부가가치, 일자리가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누군가 여러 산업 중에서 가장 성장속도가 빠른 제조업 전체에 신성장동력산업이라는 꼬리표를 붙였다 하자. 그러면 향후 10년간 MB정부 경제관료들의 주장처럼 그런 터무니없는 경제적 효과가 나타날 수 있을까.
역시 이들 주장의 타당성을 검증하기 위해서는 신성장동력산업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제조업의 2000년대 관련 통계들을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표] 연도별 제조업 관련 통계들
(출처) : 한국은행, 통계청, 관세청 |
위 통계를 보면 성장 속도가 상대적으로 빠른 전체 수출총액 중에서 제조업의 수출 비중이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제조업 일자리 수는 전혀 늘고 있지 않았고, 부가가치 비중 또한 뚜렷한 증가세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2000년대 우리나라 제조업의 냉혹한 현실이다. 더구나 2000년대 전세계 수출과 우리나라 수출은 그 어느 때보다 높은 고도성장을 이룩했었다. 그런 수출 호조건 속에서 제조업이 이룬 성과가 저 정도 수준이었다. 그런데 MB정부 관료들은 2008년 이후 전세계적인 금융위기·경제위기 하에서 우리나라 수출만 폭증할 것이라고 강변을 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 재정 연평균 1.3조 원 투자로 꿈꾼 황당한 미래
700조 원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350만 개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는 황당무계한 코미디를 발표하면서 MB정부 관료들이 내놓은 재원마련방안은 어떠한 것일까. 아마도 이런 몽상을 실현하려면 우리가 상상하기 어려운 천문학적인 재원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이들이 내놓은 재원마련방안이라는 것은 고작 이런 것이었다.
* 미래기획위원회 보도자료 중 Q&A (MB정부 정책포털 1월 13일자)
Q. 재원확보 대책은?
A. 4월 성장동력별 세부 액션플랜을 발표하면서 구체적인 추진방안과 재정투자 규모 등을 확정·발표할 예정이다. 구체적인 사업계획 확정에 따른 재정소요는 추후 국가재정운용계획 수립 및 예산안 편성시 반영해 뒷받침할 계획이다.
물론 이들은 지난해 9월 22일 발표문에서는 올해의 1·13대책 발표문과 달리 보다더 구체적인 재원마련방안을 내놓은 바 있다. 그러나 그 내용의 빈약함은 1·13대책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 신성장동력기획단 발표문(2007.9.22)
ㅇ 신성장동력에 향후 5년간 총 99.4조원 투자가 필요할 것으로 전망
- 정부 약 7.9조원, 민간 약 91.5조원
- 2009년 투자 소요 : 총 11.8조원( 정부 1.3조원, 민간 10.5조원)
결국 이명박 정부는 5년간의 재정투자 7.9조 원( 연평균 1.3조 원)의 재원마련계획을 세워두고 대기업들이 엄청난 추가투자를 기대하며 700조 원 부가가치 창출이니, 350만 개 일자리 창출이니 하는 그런 황당무계한 몽상을 했던 것이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금융위기·경제위기 하에서 대기업들이 관료들의 기대만큼 투자를 확대할 확률은 제로에 가깝다. 대기업 종사자들은 MB정부 관료들처럼 책상머리에 앉아 황당무계한 몽상이나 하는 그런 사람들이 아니다.
무분별한 투자 강요, 일본 등 선진국들만 횡재
물론 연초에 대기업들은 MB대통령과 그 측근들의 떼쓰기식 성화와 압력에 못이겨 금융위기 하에서도 엄청나게 투자를 확대하고 일자리를 확대할 것처럼 결의문 비슷한 것을 발표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제대로 된 경제분석가들 중에서 그들의 말이 실현되리라 믿은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었을 것이다.
[연도별 설비투자와 일자리](단위 : 조 원, 만 개)
(주) 설비투자 : 매년 1/4분기~3/4분기, 실질기준 (주) 일자리 수와 증가분 : 매년 11월 기준 전년대비 비교 (출처) : 한국은행, 통계청 |
물론 그렇다고 하여 금융위기에 직면하여 투자를 자제하고 있는 대기업들에게 이명박 대통령과 그의 측근들처럼 막무가내로 비난의 화살을 쏘아대는 것도 적절한 것은 아니다.
투자란 경제주체들이 미래의 매출확대를 기대하며 기계류나 운수장비, 건축물 등을 사들이는 행위를 말한다. 그런데 지금과 같이 국내외 전분야에 걸쳐 장기간의 매출축소가 예상되는 국면에서 우리나라 기업들만 미래의 매출확대를 기대하며 무작정 기계류나 운수장비, 건축물 등을 사들이면 그 결과는 어떻게 될까.
우리나라 기업들이 시장 상황에 대한 냉철한 인식없이 분별력 없게 그런 무모한 일을 벌이게 된다면 우리나라에 기계류나 운수장비 등을 팔아서 큰 이익을 남기고 있는 일본같은 경우야 횡재를 하게 되겠지만, 경제 위기가 장기화되어 미래 매출이 장기간 회복되지 않을 경우 기업들 대부분은 투자 실패로 바닥을 알 수 없는 깊은 수렁에 빠지게 될 수 있다.
따라서 지금과 같은 경제위기 상황에서는 수출과 투자에 대해서 큰 기대를 걸 수가 없다. 해외매출이 증가하지 않는 한 수출이 증가할 리 없고, 국내외 매출이 증가하지 않는 한 투자가 증가할 리 없기 때문이다.
다음 세대의 소중한 혈세, 낭비적으로 당겨쓰면 일본식 저성장
지금과 같은 심각한 경제위기 상황에서 기대를 걸 수 있는 분야는 소비뿐이다. 그리고 소비확대가 무엇보다 중요한 만큼 지금 정부가 가장 역점을 두어야 하는 정책 또한 저소득층의 높은 소비성향을 겨냥한 유효수요창출 정책이 되어야 한다. 1930년대 대공황 국면에서 보수적인 케인즈와 진보적인 루즈벨트가 동시에 저소득층의 높은 소비성향에 착목한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고 말이다.
다만 경기침체에 직면하여 재정지출을 확대하는 경기부양책을 쓰더라도 그 재원은 다음 세대의 소중한 혈세를 당겨쓰는 것이므로 그 어느 때보다도 효율적인 재원배분이 되도록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우리 경제 또한 1990년대 일본 경제와 같이 장기간의 깊은 저성장의 늪으로 빠질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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