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 형사3부(부장 조은석)는 31일 "비자금 관리 사실을 알리겠다"며 협박하는 전직 조직폭력배를 살해하기 위해 다른 조직폭력배에게 살인을 청부한 혐의로 CJ그룹 전(前) 자금팀장 이 모 씨를 구속기소했다.
하지만, 부하 직원을 시켜 개인 자금을 차명으로 관리해 왔던 이재현 CJ 그룹 회장은 조사 및 처벌을 받지 않을 전망이다.
'대전사거리파' 출신 조폭이 이재현 회장 돈 떼먹다
이 사건은 한 편의 조폭 영화를 방불케 한다. 개요는 이렇다. 미국 유명 대학 MBA 출신인 이 씨는 지난 2002년 CJ그룹에 입사했다. 3년 간 비서실에서 근무하면서, 그는 이재현 CJ 회장으로부터 두터운 신임을 받았다. 결국, 그는 지난 2005년 CJ그룹 자금팀장으로 발령이 났다. 이 회장의 개인 자금을 관리하는 게 중요한 업무였다. 이 회장의 개인 자금은 차명계좌에 분산돼 관리돼 왔다. 그 가운데 이 씨가 관리한 자금은 약 400억 원이다.
이런 이 씨가 지난 2006년 연예기획사 출신 안 모 씨를 통해 전직 조직폭력배 박 모 씨를 소개받았다.
'대전사거리파'라는 폭력조직 출신인 박 씨는 이 씨가 재벌 회장의 개인 자금을 관리한다는 사실을 알고, 이 씨에게 사채업, 사설 경마 등에 투자하도록 꾀었다. 조폭이 개입돼 있는 이들 업종의 투자 이익률이 매우 높다는 것.
결국 이 씨는 자신이 관리하던 CJ 이 회장의 자금 가운데 약 180억 원을 떼어내 박 씨에게 맡겼다. 하지만 박 씨는 이 씨에게 받은 돈을 불리기는커녕, 돈을 떼먹었다. 이렇게 떼인 돈은 70억 원 이상.
3억 원 주며 살인 청부…"20억 원 줄테니 살려달라"
박 씨가 돈을 갚지 않자, 이 씨는 지난해 5월께 폭력배 정 모 씨, 윤 모 씨에게 박 씨를 살해해 달라고 청부했다. 같은 달, 폭력배 정 씨는 동료 2명과 함께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서 오토바이 '퍽치기'를 위장해 둔기로 박 씨의 머리를 때려 살해하려다 실패했다. 두 달 뒤, 이번에는 폭력배 윤 씨가 동료 1명과 함께 박 씨를 납치해 전북 익산의 한 아파트에 감금했다.
목숨이 위태로워진 박 씨가 윤 씨에게 물었다. "이재현 CJ 회장의 개인자금을 관리하는 이 씨에게서 얼마를 받았느냐"라고. 3억 원을 받았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러자 전직 조폭 박 씨는 "20억 원을 주겠다"라며 자신을 죽이지 말라고 회유했다. 결국 윤 씨는 박 씨를 죽이지 않았다.
목숨 건진 조폭, CJ 자금 팀장 협박해서 11억 원 뜯어내
목숨을 건진 박 씨는 대담한 제안을 했다. 그는 자신을 살해하려던 윤 씨 등에게 "CJ 회장의 자금을 관리하는 이 씨를 협박해서 더 큰 돈을 뜯어내자"고 꼬드겼다. 이 씨가 관리하는 자금이 외부에 떳떳하게 드러낼 수 있는 돈이 아니라는 점, 이 씨가 살인을 교사했다는 점 등을 약점으로 잡기로 한 것.
이런 약점을 잡은 조폭들은 이 씨를 협박했고, 실제로 11억 원 이상을 뜯어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경찰이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수사를 시작했다. 결국 이 사건에 연루된 조폭 5명이 검거돼 구속됐다.
그리고 1년 뒤, 이 씨 역시 살인 청부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이재현 회장의 숨겨둔 돈, 회장 몰래 사채업에 투자할 수 있었을까?
그런데 여기서 의문이 된다. 문제의 발단은 차명으로 관리돼 온 이재현 CJ 회장의 개인자금이다. 이 회장에게는 아무런 잘못이 없을까. 또, 자신의 은밀한 자금을 부하 직원이 사채업, 사설 경마 등에게 투자했다는 사실을 이 회장은 몰랐을까.
이런 의문은 결국 미궁 속에 갇혔다. 이 사건을 수사해 온 경찰은 31일 이 회장에 대해서는 조사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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