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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네르바의 예언 vs MB의 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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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네르바의 예언 vs MB의 예언

[기자의 눈]"세기적 위기"인데 "주가 1년 안에 회복된다"?

스스로 경제전문가라고 자부하는 이명박 대통령이 또 단정적인 경제전망을 쏟아냈다.

이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각) 미국 LA에서 가진 교민 간담회에서 "지금은 주식을 살 때"라면서 "지금 주식을 사면 최소한 1년 내에 부자가 된다"고 장담했다.

▲ APEC 정상회담을 마찬 뒤 페루 전통의상인 폰초 차림으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 이 대통령은 이어 미국을 방문해 LA교민간담회를 갖고 "1년 안에 주가가 회복될 것"이라며 교민들의 주식 투자를 독려했다. ⓒ뉴시스/AP
이 대통령은 이어 "주가가 최저일 때 세계 여러 나라가 1년 내에 다 회복이 된다"면서 "IMF 때 워싱턴에 잠깐 있었는데 그 때 한국 가서 주식 사고 부동산 사서 큰 부자가 된 사람을 봤다"고 거듭 투자를 독려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현 경제위기와 관련해 "빠른 나라는 빨리, 늦은 나라는 늦게 되겠지만 그래도 3년 이상 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터넷 경제대통령'이라 불리는 미네르바가 최근 <신동아>에 기고한 글을 통해 "주가가 500까지 떨어질 수도 있다"고 전망한 것과 비교해보면 엄청난 낙관론이다.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낙관적 전망을 밝힌 이유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어렵다고 지도자가 질질 짜면 돈을 안 빌려준다. 어려울 때 지도자는 희망을 얘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공황 이후 주가 회복에 25년…한국 외환위기 때도 2년 걸려

낙관적 전망을 밝히는 것은 좋다. 문제는 이 대통령의 발언이 사실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 대통령은 "주가가 최저일 때 세계 여러 나라가 1년 내에 다 회복이 된다"고 말했지만, 미국은 대공황 이후 주가를 회복하는데 25년 2개월이 소요됐다. 1929년 9월을 정점으로 폭락한 뒤 바닥을 확인하는데만도 3년이 넘게 걸렸다. 그동안 주가는 90%나 떨어졌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일본이 버블의 정점에 있던 1989년 12월 닛케이지수는 4만 포인트를 기록했었다. 그 이후로 한 번도 찾아볼 수 없는 수치다. 일본 정부도 각종 경기부양책을 내놓았지만 주가는 지속적으로 하락해 1992년 8월 닛케이 지수는 1만 4309를 기록했다. 주가는 '잃어버린 10년'을 끝내고 난 후에도 회복되지 못하고 'L'자형 그래프를 보이고 있다.

주가가 빠르게 회복된 경우에도 전 고점을 회복하는데 최소 2년이 걸렸다. 1987년 10월 미국의 '블랙 먼데이' 이후 다시 주가가 회복되는데 2년이 걸렸다.

한국도 97년 외환위기 이후 주가가 전 고점을 찾는데 2년 정도가 걸렸다.1997년 11월 외환위기가 터지면서 급락한 주가는 1998년 9월 200대로 떨어졌다. 주가 회복에 1년이 걸린 게 아니라 바닥을 치는데 1년 가까이 걸린 셈이다.

이 대통령, 미네르바의 인기가 부러웠나?

또 이날 이 대통령 발언을 봐도 "1년 안에 주가 회복"을 장담하기는 힘들다. 이 대통령은 수출주도형 한국경제가 세계 경제 침체기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음을 강조했다. "지금은 한국이 아무리 잘해도 물건을 내다 팔 수 없다"면서 "그래서 내년 되면 정말 어려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처럼 내년 우리 기업들의 수출 실적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데 어떻게 주가가 회복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 대통령은 또 이번 금융위기에 대해서도 "우리 생애 한 번 올까 말까 한 세계적 위기"라고 평가했다. 이런 평가 역시 앞서 제시한 낙관론과는 상호 모순되는 것이다.

이 대통령의 주장대로 지도자는 국민들에게 '희망'을 줘야하는 것은 맞는 말이다. 하지만 '거짓말'로 국민들을 속여 '허황된 기대'를 품게 하는 것은 올바른 지도자의 모습이 아니다. "세기적 경제위기"에 직면해 벼랑 끝에 내몰리고 있는 대다수 국민들이 기대하는 것은 이 위기를 헤쳐 나갈 지도자의 냉철한 현실 인식이다. 그리고 정부의 솔직한 자기 고백이다. 우리가 처한 현실을 제대로 봐야 제대로 된 처방이 나오고, 국민들에게 솔직해야 위기 극복에 동참해줄 것을 호소할 수 있다.

더 나아가 대통령의 단정적 경제 전망은 대내적으로는 대통령 스스로의 발목을 잡을 뿐 아니라 대외적으로도 국가적 신뢰를 갈아먹는 '자해행위'다. 대통령의 발언이 미네르바의 발언과 똑같은 무게를 가질 수는 없다. 이미 이 대통령은 "연말이면 주가가 3000을 갈 것"이라는 발언으로 두고두고 빈축을 사고 있지 않나. 11월 25일 현재 코스피지수는 1000선을 오르락내리락 하고 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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