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구 대·중소기업상생협회장(옛 얼라이언스시스템 대표)이 지난 2002년부터 약 3년 동안 겪은 사연이다. 다시 3년이 지난 올해, 그는 여전히 악몽에 잠겨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사연은 이렇다.
"김용철 양심선언 이후, 삼성SDS 다시 고소했지만…"
기업 경영에서 손을 뗀 뒤, 한참 방황했던 그는 자신과 같은 사람이 더 생겨나는 것을 막아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대기업의 불합리한 하도급 관행을 막기 위해 대·중소기업상생협회를 설립한 것도 그래서다.
새로운 활동을 하며, 조 회장은 삼성으로부터 비롯된 악몽을 잊은 듯했다. 하지만, 악몽은 다시 떠올랐다. 삼성 구조조정본부 법무팀장을 지냈던 김용철 변호사의 양심선언이 계기였다.
김 변호사는 지난해 양심선언에서 삼성이 돈을 주며 관리한 법조인으로 이종백, 이귀남, 임채진 등을 꼽았다. 그런데 '이종백'이라는 이름이 조 회장의 귀를 쳤다. 조 회장이 2004년 삼성SDS를 고소했을 당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장이 이종백이었다.
'구체적인 증거를 제출했는데도, 서울중앙지검이 삼성SDS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린 게 그래서였나' 싶었다. 사실 당시 검찰이 보여준 태도에는 석연치 않은 구석이 많았다.
서울중앙지검은 입찰조건과 관련해 불투명한 부분이 있다고 인정했었다. 하지만 수사를 통해 이를 밝히는 대신,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그리고 대검찰청은 사기 혐의에 해당하는 이 사건을 이례적으로 마약반에 배당했다.
결국, 조 회장은 올해 2월 삼성SDS 등을 서울중앙지검에 다시 고소했다. 하지만 결과는 전과 같았다. 참고인이 출석하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검찰은 수사를 종결하고 다시 각하 처분을 내렸다.
풀리지 않는 악연
▲ 조성구 대·중소기업상생협회장(옛 얼라이언스시스템 대표) ⓒ프레시안 |
검찰의 각하 통지서가 나오자, 이번에는 삼성SDS 관계자가 그를 무고 혐의로 고소했다. 삼성SDS 측은 "회사 차원의 대응은 아니다"라고 했다. 삼성SDS 직원이 개인자격으로 고소했을 뿐이라는 이야기다.
검찰에 불려가 무고 혐의로 조사받는 일은 끔찍했다. 삼성SDS와 송사를 벌이는 과정에서 이미 했던 이야기를 녹음기처럼 반복해야 했다. 지겨운 시간이 지나간 뒤인 지난17일, 그에게 통지서가 왔다. 검찰이 증거 불충분 등의 이유로 지난 11일 사건을 각하 처리했다는 내용이다.
삼성과 맺은 악연에서 이제 풀려나는 걸까. 답은 알 수 없다. 조 회장은 20일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끝까지 가겠다"라고 말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소속 변호사들과 함께 민사소송을 준비 중이라는 것.
조 회장은 "돈을 요구한다는 오해를 피하기 위해 지금까지 형사소송만 진행했다"며 "이제부터 삼성 측에 민사적 책임을 묻겠다"라고 했다.
"삼성이 결자해지 해야"…"대기업 횡포 방치하면 제2, 제3의 조성구 나온다"
자칫하면, 악연에서 영영 헤어나지 못할 수도 있을 텐데? 이런 질문에, 조 회장은 "결자해지"라는 말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악연의 고리는 삼성에서 비롯됐으니 삼성이 먼저 풀어야한다는 것.
오기 때문일까? 그는 "그렇지 않다"며 대답을 이어갔다. 이런 내용이다. 경제가 나빠지면, 모든 계층이 골고루 피해를 입는 게 아니다. 약자에게 피해가 쏠린다. 기업 세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중소기업부터 어려움을 겪는다.
이런 상황에서 대기업의 횡포가 여전하다면, 자신이 겪은 악연은 모든 중소기업인을 덮치리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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