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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잃은 어머니의 절규 "진실을 그때 알았더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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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잃은 어머니의 절규 "진실을 그때 알았더라면…"

영국 크리스틴 로드 방한…"광우병 위험 현재 진행형"

"인간광우병(vCJD)의 위험은 현재 진행형이며, 전 세계적인 문제다. 나는 한국, 호주, 또는 다른 어떤 나라의 어머니도 나처럼 아이가 인간광우병으로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일이 일어나지 않길 바란다."

지난해 12월, 영국에서 163번째 인간광우병의 희생자로 죽어간 앤드류 블랙의 어머니 크리스틴 로드 씨. 12일 서울 통인동 참여연대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그는 분명한 어조로 광우병의 위험이 '현재 진행형'이라고 못박았다.

앤드류에게 인간광우병 증상이 발견된 건 지난 2007년 3월이었다. 로드 씨는 그해 9월부터 자신의 아들이 겪는 고통을 기록으로 남겼다. 또 인간광우병의 실체를 밝혀내기 위해 백방으로 뛴 로드 씨는 현재 홈페이지(☞바로 가기)를 통해 존 검머 전 영국 농무부 장관을 비롯한 '광우병 주범'들의 명단과 각종 증거 자료를 공개하고 있다.

앤드류와 어머니 로드 씨의 이야기는 지난 5월 영국 BBC와 지난 7일 <MBC스페셜>을 통해 방영되었다. 수 차례 마이크 앞에 섰던 로드 씨는 이날도 아들이 겪었던 고통스런 상황을 얘기하면서 한국의 기자들 앞에서 참았던 눈물을 흘렸다.

"그때 이미 수많은 자료가 농무부의 책상 위에 올라가 있었다"
▲ 12일 기자 간담회를 연 크리스틴 로드씨는 건강했던 자신의 아들 앤드류가 어떻게 죽어갔는지 설명하며 눈물을 흘렸다. ⓒ프레시안

"나는 인간광우병으로 인한 모든 사망은 영국 정부의 거짓말에 의해 발생한 것이고 피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로드 씨는 영구에서 인간광우병이 퍼진 원인이 정부의 거짓말, 은폐, 탐욕에 있다고 정리했다. 그는 "영국 정부는 광우병이 인체에 유해하다는 사실을 사태의 초기부터 알고 있었는데도 이를 은폐했다"며 "이 과정은 10년도 넘는 기간 동안 계속됐다"고 지적했다.

"1990년 5월, 존 검머 장관은 자신의 네살배기 딸에게 햄버거를 먹이는 장면을 촬영했다. 그는 대중 앞에서 쇠고기는 안전하고, 영국산 쇠고기를 완전하게 믿고 먹어도 좋다고 말했다.

당시 앤드류는 활발하고 에너지가 넘치는 7살 소년이었다. 그러나 영국 농무부의 닫힌 문 뒤에서 이미 광우병이 인간에게 미치는 위험을 경고하는 수많은 메모와 보고서와 자료가 책상 위에 올라와 있었다. 심지어 1985년의 자료까지.

만약 이 모든 자료들을 내가 봤다면, 지금 내가 알고 있는 사실들을 그때 알았다면, 나는 다른 선택을 했을 것이다. 나는 앤드류에게 싸구려 독성물질(기계적 회수육)이 함유된 유아용 식품을 먹이거나 학교 급식을 먹도록 하지 않았을 것이다.

존 검머는 거짓말을 했고, 결국 앤드류의 삶까지 앗아갔다. 그러나 그는 끝까지 자리를 지켰고 1993년에는 내각의 환경 부문 비서관을 맡았으며 현재는 한 지역을 대표하는 하원 의원이 돼 있다."


"내 아이는 이미 죽었기 때문에 너무 늦었지만…"

로드 씨는 1983년생인 앤드류가 인간광우병에 걸리게 된 경로를 1980~90년대 영국에서 유통된 기계적 회수육(MRM)에 있다고 보았다. 그는 "광우병에 걸린 소에서 가장 감염성이 높은 부위들이 영국의 유아용 식품, 학교급식, 대학 구내식당, 병원 급식, 군인 급식에 사용됐다"며 "값이 싼 기계적 회수육은 당연히 쇠고기 업계와 주주에게 막대한 이윤을 가져다 줬고, 영국 정부도 이로부터 이득을 보았다"고 말했다.

로드 씨는 "이 때문에 대부분의 인간광우병 사망자들이 20대에 발생했던 것"이라며 "이 젊은이들은 1980년대와 1990년대에 학교급식이나 유아식을 먹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송아지와 소의 태아로부터 추출한 물질이 아동용 백신을 만들기 위해 사용되었는데 이중에는 광우병에 감염된 소들이 포함돼 있었다"며 "제 아들은 아마도 어릴 때 위험한 물질을 섭취했거나 예방접종을 통해 위험물질을 주입받았을 것"이라고 추론했다.

그는 2008년 현재도 전세계 모든 부모는 아이가 어떤 음식을 먹는지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영국은 쇠고기 제품을 전 세계에 수출했고, 광우병에 감염된 물질이 포함된 동물 사료도 수출했다"며 "또 인간광우병 사망자 18명이 죽기 전 기증했던 혈액으로 만든 제품이 수출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로드 씨는 "제 아이는 이미 죽었기 때문에 너무 늦었지만, 앤드류는 죽어가면서 이런 일이 다시는 있어선 안된다고 얘기했다"며 "그래서 제가 이 자리에 와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간광우병은 후천성 질병이며 조치가 있었다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었다"며 "그래서 저는 계속해서 가슴이 찢어지는 고통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영국 국민 1000명 당 1명꼴로 감염됐을 수 있다"

'존 검머 전 장관, 마가렛 대처 전 수상, 존 메이저 총리, 윌리엄 리스, 레이 브래들리, 도널드 애치슨….'

로드 씨가 홈페이지를 통해 '인간광우병 주범'으로 지목해 공개한 수십 명의 관련 공직자들은 아직 영국의 광우병 사태나 앤드류의 죽음에 대해 아무런 사과를 하지도, 자신의 책임을 인정하지도 않고 있다. 오는 12월 16일, 앤드류가 죽은 지 1년이 되는 이날 로드 씨는 자신의 활동을 지지하는 이들과 함게 런던을 찾아 고든 브라운 수상에게 공직자의 책임을 묻는 청원을 낼 계획이다.

로드 씨는 "런던대의 프리온 전문가 존 콜린지(John Collinge)는 영국 국민 1000명당 1명꼴로 인간광우병에 감염돼 살아가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 바 있다"며 영국 내에서도 광우병의 공포는 끝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무책임한 정부에 비해 나의 활동에 대한 일반 국민의 반응은 아주 뜨거웠다"며 "한국에서와 마찬가지로 많은 영국 국민은 여전히 우려하고 있고, 다음 희생자가 누구인지 몰라서 걱정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11일 한국을 찾은 로드 씨는 오는 15일까지 서울과 부산에서 대중 강연을 펼칠 예정이다. 학교급식전국네트워크, 한살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등 로드 씨를 초청한 시민단체들은 "지금 한국의 상황은 1980년대 영국 상황과 닮은 꼴"이라며 "정부와 국민이 다시 한 번 경각심을 갖고 국민의 건강을 확보하기 위한 적극적인 고민을 해야한다는 의미로 초청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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