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 프라임 모기지론 사태에서 비롯된 미국발 금융공황의 여파가 전 세계경제를 강타하고 있다. 이미 세계경제에 깊숙히 편입된 대한민국의 경우도 예외가 아니어서 올해 가을은 외환위기로 국가부도사태를 맞았던 1997년 가을을 방불케 하고 있다. 주가는 자유낙하를 거듭하고 있고 환율은 끝간데 모르게 치솟고 있으며 소비와 투자도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위축될 대로 위축된 내수에다 수출마저 여의치 않으니 경제 성장률이 가파르게 떨어지는 것은 정한 이치다. 여기에 더해 심각한 금융 및 신용경색이 나타나고 있다.
정말 걱정되는 것은 부동산 시장의 경착륙, 기업이나 금융기관의 도산, 외환보유고의 소진, 가처분 소득의 급감, 실업률의 폭증과 같은 현상이 아직 발생하지도 않았는데도 경제상의 거의 모든 지표들이 급속도로 나빠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97년 외환위기 당시 미국을 위시한 주요 선진국들이 높은 경제성장을 구가하면서 대한민국의 기댈 언덕이 되었던 것과는 달리 이번의 금융공황은 세계 자본주의의 엔진이라 할 수 있는 미국에서 시작되었다는 점을 생각해 볼 때, 외환위기 보다 대한민국 입장에서는 극복하기가 한결 어렵다 할 것이다. 일각에서 최근의 금융공황을 소방서에 불이 붙었다는 비유를 들어 설명하는 것도 그래서다.
1929년 대공황 이후 초유라는 전 세계적 금융공황이 각국 중앙은행들의 적극적인 시장개입에도 불구하고 아직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데다 실물부문의 침체는 본격화되지도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불황이 언제나 끝날지 도무지 알 길이 없다.
중산층은 서민으로, 서민은 빈민으로
한국사회는 IMF사태 이전과 이후로 나눌 수 있다. IMF사태 이후 한국사회에서 중산층은 격감했고 양극화는 심화됐으며 종신고용이 사라졌다.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를 거치면서 거시 경제지표들은 눈에 띄게 호전됐고 재벌과 '강부자'들은 살림살이가 더 나아졌지만 중산층과 서민들의 생활은 팍팍하기만 했다.
지금 시작되고 있는 경기불황은 그렇지 않아도 고단한 중산층과 서민들을 직격할 것이 확실하다. 한국사회에서 자산기준으로 전형적인 중산층이라고 하면 아파트 한채 이상을 가지고 펀드에 투자하는 사람들일 것이다. 그러나 지금 이 시각에도 이들이 지닌 자산은 강렬한 햇살 아래 녹아내리는 눈처럼 줄어들고 있다. 만약 이들이 실직을 하거나 폐업을 하게 된다면 하루 아침에 빈민의 신분으로 전락하게 된다. 중산층이 이럴진대 서민들이야 더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극단적인 자산 디플레이션 및 수출둔화는 가뜩이나 줄어든 기업의 투자 및 고용을 더욱 위축시킬 것이고, 이는 대량의 실업사태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대량의 실업사태가 의미하는 것은 자명하다. 그것은 바로 영세자영업 시장의 붕괴 및 범죄의 증가이다. 재벌들과 강부자들이야 불황을 관통하면서 자신들이 가진 자산이 조금 혹은 크게 줄어드는 정도일지 모르겠지만 중산층과 서민들은 말 그대로 생존이 지상과제가 되는 것이다. 생각하기조차 싫은 사태가 바로 눈앞에 기다리고 있다.
MB리더십에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까?
외부 조건이 최악이면 주체적 역량이라도 있어야 이 위기를 헤쳐나갈 수 있을텐데 이명박 정권이 집권 이후 보여준 모습은 실망을 넘어 환멸을 느끼게 만들기에 모자람이 없다. 집권 이후 이 정부가 한 일이라고는 환율정책을 실패해 외환보유고를 축낸 것과 얻을 건 별로 없고 잃을 것만 많은 건설경기 부양에 올인한 것 밖에 없는 성 싶다. 하긴 이 정부가 한 일이 또 있긴 하다. 좌파정권 탓과 위기가 없다는 말의 되풀이 말이다. 무능한 자의 교만처럼 볼썽사나운 것도 흔치 않다. MB정권의 하는 모습이 꼭 이와 같다.
이 엄혹한 시절에도 좌파교과서 타령이나 하고 대한민국 2%의 강부자들을 위해 종부세 없애기에 골몰하고 있는 MB정권에 무얼 더 기대하는 것은 아무래도 부질없어 보인다. 내우외환에 둘러싸여 침몰하고 있는 대한민국 경제를 구할 희망은 정녕 어디에 있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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