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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어떤 '독'을 먹고 출근했나요?"

[길에서 책읽기] <도둑맞은 미래>

멜라민만이 문제가 아니다. 우리는 지금 끼니마다 잘 차려진 몇 그릇의 독을 음식으로 먹고 있는 중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우리는 지금 날마다 집에서건 길거리에서건 일터에서건 독성 화학 물질로 가득 찬 공기를 마시면서 살고 있는 중이다. 우리는 지금 현대 석유문명의 한계를 시험하는 살아있는 생체 실험 동물인지도 모른다.

사건사고에 관한 한 우리의 기억력은 한 달을 넘지 못한다. 그렇지 않으면 머리가 폭발해서 죽고 말 것이다. 날마다 새롭게 터지는 그 많은 사건들을 어떻게 일일이 다 1200~1500그램(g)에 지나지 않는, 아주 작은 우리 뇌의 기억용량이 감당할 수 있겠는가.

이런 인간 뇌의 한계를 기막히게 잘 이용하는 사람들이 다름 아닌 정치인들이다. 소나기가 올 때는 피하면 된다는 어떤 '2MG' 사기꾼의 발언은 사실 정확한 말이다. 10%대의 지지율이라면 퇴진 직전인데도 검찰과 경찰이라는 주구(走狗, 달리는 개란 뜻으로 흔히 사냥개들은 사냥이 끝나면 솥단지에 들어가 개고기로 바뀐다)들을 이용해 마구잡이로 촛불을 잡아들이는 지금의 기세를 보라.

멜라민 파동도 몇 주 지나면 아마도 까맣게 사람들 뇌리에서 사라져 버리고 말 것이다. 한 철이 지난 뒤에 사람들에게 멜라민을 아느냐고 물으면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게 뭐였지 하고 눈을 똥그랗게 뜰 것이다.
▲ <도둑맞은 미래>(테오 콜본 외 지음, 권복규 옮김, 사이언스북스 펴냄) ⓒ프레시안

이미 해마다 달마다 날마다 수많은 먹을거리 안전과 관련된 사건들이 있었다. 시도 때도 없이 독성 화학물질 사건이 일어났다. 화학 시간에도 잘 배우지 않았던 영어로 된 그 수많은 화학물질을 우리가 먹는 먹을거리를 통해 알게 되었다. 포름알데히드, 다이옥신, 폴리프로필렌, 아질산나트륨 등, 끝도 없이 많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합법화된 식품첨가물은 600여 종이 넘는다. 가공식품의 성분 표시를 보면, 엄청나게 많은 식품첨가물이 거기 적혀 있을 것이다. 이 화학물질들은 모두 다 독성화학물질이라고 보면 된다. 이 식품첨가물, 독성 화학물질들만 있으면 아무리 내다버릴 정도의 썩은 고기라도 싱싱하고 맛있게 보이는 것으로 만들어 팔 수 있게 된다. 오죽하면 자신의 회사에서 만든 미트볼을 자신의 딸이 먹는 것을 보고는 기겁을 해서 식품첨가물의 해악을 고발하는 사람으로 개과천선한 사람까지 있겠는가.

여기에 잔류농약과 기타 각종 보존제, 항생제, 호르몬제, 방사선 조사와 유전자조작 식품까지 우리가 먹는 식품은 가히 독성 화학물질의 복합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리고 이런 독성 화학물질들의 대부분이 스티로폼부터 랩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무심코 식품에 쓰는 석유화학 제품들과 마찬가지로 석유에서 제조된 것들이다.

물론 자연 상태의 물질도 무엇이든 지나치면 독이 되고 극미량은 약이 될 수 있다. 부자(附子)는 약으로 쓰이기고 하지만 독으로 쓰이기도 한다. 투구꽃의 뿌리는 독성이 강해서 예로부터 우리 선조들은 약초로 썼다.

그러나 이런 자연 상태의 물질과 달리 인공 화학물질은 기나긴 세월 동안 생명체의 적응과 진화 과정을 거치지 않은 물질이라는 문제점이 있다. 이런 인공 화학물질은 생명체와 사람들에게 어떤 재앙을 일으킬지 아무도 모른다. 그리고 우리는 지금 적응 이전에 각종 환경호르몬 이상 증세와 듣도 보도 못한 신종 병에 걸려 멸종을 향해 질주하고 있는 중이다.

<도둑맞은 미래>는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 속편이다. 우리가 지금 미래를 도둑맞고 있다는 엄청나고도 끔찍한 현실을 발견하게 되는 출발지는 다름 아닌 과학 실험실이었다. 플라스틱에서 나오는 독성 화학물질이 실험 결과를 엉뚱하게 바꾸어놓는다는 사실을 알기까지 플라스틱 실험 기자재를 만든 화학회사들의 집요한 은폐와 압력은 그 옛날 레이첼 카슨을 미치광이라고 비웃던 거대 화학회사들과 똑같다.

DDT를 발명한 파울 뮐러는 1948년 노벨상을 받았다. 기적의 물질로 알려졌던 DDT는 그러나 레이첼 카슨에 의해 새와 곤충을 멸종으로 모는 끔찍한 독극물로 밝혀졌다. 플라스틱도 마찬가지이다. 암수의 생식기를 모두 가진 물고기, 동성연애를 하는 갈매기, 부화되지 못하고 말라버린 악어 알, 청정지대에 사는 북극곰의 생식 불능… 사람 정자수의 급격한 감소, 고환암 발생률의 급속한 증가, 비정상적인 형태의 성기나 고환을 가진 신생아 탄생 등등 <도둑맞은 미래>는 플라스틱이 편리한 석유문명의 이기가 아니라 살인 독극물임을 고발하고 있다.

이미 태평양에는 사람들이 버린 플라스틱 쓰레기들이 모여 미국보다 2배나 큰 거대한 플라스틱 덩어리가 부유하고 있는 중이다. 서해 바다를 배타고 유심히 살펴보라. 아마도 플라스틱이 눈에 띄지 않는 때가 거의 없을 것이다. 인류는 핵전쟁으로 절멸에 이르기 전에 환경호르몬으로 멸종으로 치닫고 말지도 모른다.

독성 화학물질이 없는 먹을거리를 어디서 구할 수 있단 말인가. 4000킬로미터 소고기, 400킬로미터 상추, 수천 킬로미터 분유, 수천 킬로미터 밀가루 등등 얼굴 없는 먹을거리를 우리의 밥상에서 어떻게 추방할 수 있단 말인가. 식량 자급률 25%, 쌀을 빼면 5%인 현실에서 어떻게 밥상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단 말인가.

사람들은 답이 없다고 답답해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답이 없는 게 아니다. 실천을 하지 않을 뿐이다. 지금 당장이라도 마음만 먹으면, 차분히 준비를 하면 유기농 직거래를 통해 얼굴 있는 먹을거리를 지역에서 안전하게 얼마든지 확보할 수 있다.

석유농업에서 생태순환의 유기농으로 전환은 그러므로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가 살기 위해서는 그 길로 가지 않으면 안 되는 유일한 길이다. 소농의 복원과 지역 소농공동체의 재기획이야말로 안전한 먹을거리를 확보하고 곡물 자급률을 높이는 유일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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