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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공정택의 독주…벼랑끝을 달리고 있다"

[인터뷰] '국제중 반대 단식' 이부영 서울시교육위원

서울시교육청의 국제중학교 설립 계획이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다.

공정택 교육감이 지난 8월 당선 인터뷰에서 기자의 질문에 답하다 '국제중'을 발표한 데 이어 시교육청은 언론을 통해 설립 계획을 발표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협의를 요청받은 지 한 달도 안 돼 이를 최종 승인한다고 밝혔고, 시교육청은 입시 전형과 수업 방식을 언론을 통해 발표했다. 지난 2006년 부정적인 여론에 밀려 철회된 국제중이 내년 3월부터 2개교로 운영되는 것 시간문제인 셈.

이런 상황에서 가장 황당한 기관이 있다. 바로 서울시 교육 정책을 심의·의결하는 서울시 교육위원회다. 시내 학교운영위원회 선거단을 통해 선출되는 15명의 위원으로 이뤄진 교육위원회는 교육계의 민심을 대변하는 기관이라고도 할 수 있다.

시교육청은 지난 9월 뒤늦게 교육위원회에 동의안을 제출했다. 그러나 교육위원회는 안건 처리를 보류하면서 대신 시교육청에 여론조사를 실시할 것을 권고했다. 교육위원회는 오는 14일과 15일 이틀간 열리는 임시회의 전까지 결과를 제출하라고 했지만 교육청은 사실상 이를 거부한다는 입장이다.

참다 못한 교육위원 중 1명이 항의와 반대의 뜻으로 단식 농성에 들어갔다. 지난 달 26일부터 교육위원회 내 자신의 사무실에서 단식 농성을 벌이고 있는 이부영(63) 교육위원. 그의 농성장은 조용했지만, 격려하기 위해 찾아오는 교육청 안팎의 손님이 끊이지 않았다.

단식 닷새째를 맞는 지난 달 30일, 이부영 위원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다 결정해놓고서 보고한다는 교육청…말도 안 된다"

▲ 이부영 교육위원. ⓒ프레시안

프레시안 :
지난 26일 교육위에서 여론조사 실시를 권고했다. 배경은 무엇인가.

이부영 : 교육청의 발표 과정이 말이 안 됐기 때문이다. 갑자기 교육감이 언론 인터뷰하는 과정에서 공식 발표를 했고, 교육위원도 언론을 통해서 알았다. 교육위와 논의조차 없어서 어떻게 된거냐고 물으니까 그제서야 보고를 하겠다고 하더라. 그래서 다 결정해놓고 하는 보고를 우리가 받을 필요는 없지 않냐며 보고 거부를 했더니 부랴부랴 뒤늦게 동의안으로 처리하겠다고 해서 동의안을 올렸다.

진도는 이미 상당히 많이 나간 상태이지만 공청회나 여론조사 한 번 하지 않았기 때문에 일단 심의를 보류했다. 그리고 교육위도 동의안이 올라왔으니 판단 근거가 있어야 하니까 일단 학교 현장을 방문해 조사하고, 여론조사와 공청회를 하자고 제안했다. 그 중 여론조사는 교육위가 독자적으로 하기에는 여러 사정상 어려우니까 교육청에 권고를 한 것이다.

프레시안 : 교육청이 정책을 내놓으면서 이번과 같이 일방적으로 발표를 한 적이 예전에도 있었나.

이부영 : 종종 그런 일이 있어서 계속 지적했다. 중요한 정책은 사전에 협의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더군다나 국제중과 같은 중차대한 사안은 당연히 사전에 협의를 해야 한다. 그건 교육위의 권한 문제를 떠나 동반자적 태도를 요구하는 것이다. 행정부와 입법부처럼 교육청이 집행 기관이고 교육위는 검토, 심의, 견제해 균형을 맞추는 게 당연하지 않나. 더군다나 이번 안건은 학부모 80%가 반대하고 있다.

"십년대계도 못 세우는 정부"

프레시안 : 시교육청에서 국제중을 발빠르게 추진하는 계기는 공정택 교육감이 선거에서 당선돼 연임을 하게 된 것이었다. 국제중을 공약으로 내걸었는데, 당선됐으니 추진한다는 논리다.

이부영 : 노무현 정권 당시 시교육청이 국제중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반대하는 여론이 높자 청와대에서 만류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정부와 코드도 맞고, 공약도 내걸었으니 당연히 추진할 힘이 있지 않느냐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이해를 못 하겠다. 교육은 적어도 백년대계라고 하는데, 십년대계라고만 치더라도 정권이 바뀌고 교육감에 당선됐다고 해서 그 다음날 정책을 바꾸면 어떡하나. 아무리 바꾼다고 해도 충분히 여론 수렴하고 전문가 의견도 들어야 하는 것 아닌가.

맨날 평준화에 문제가 있다고 하면서 특목고를 대폭 만들어서 특목고가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정원의 1.4배가 됐다. 그렇게 해놓고선 사실상 평준화가 없는 것 아니냐고 하는 사람들이 중학교는 왜 건드리나. 그래놓고 또 중학교 평준화가 사실상 없는 것 아니냐고 할 건가. 아주 나쁜 사람들이다.

프레시안 : 영훈중에 반대하는 주민들이 기자 회견을 할 때, 인근 통·반장 주민들이 몰려와 우리 애들도 해외 연수 안 가고 국제중 가면 좋은 것 아니냐면서 따져 물었다.

이부영 : 그렇다면 차라리 연수에 가는 사람들을 모두 수용할 수 있게 수만 개의 학교 세우겠다고 얘기해라. 두 학교 통틀어 고작 320명씩 뽑는데, 거기에 들어가려고 해외 연수와 사교육이 더 늘어나는 건 왜 생각못 하나. 차라리 2개 가지고 모자라니 200개 만들자고 솔직하게 얘기해야 절반이라도 줄일 것 아닌가.

정부가 바뀌었다고 영어를 그렇게 갑자기 강조하는게 이해되지 않는다. 이전 정부에서는 그래도 정권 말기에 교육의 양극화를 우리 사회의 중요한 의제로서 시급하게 해결될 과제라고 사회적 합의처럼 의제화됐다. 그런데 정권이 바뀐 뒤 '교육 양극화'라는 언어조차 사라져버리고 갑자기 영어 광풍이 불었다.

"욕망? 투기꾼 만들어놓고 왜 폄하하나"

프레시안 : 지난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서울시 의석을 휩쓸었을 때, 일부에서는 집값을 올리려는 욕망의 정치라고 설명했다. 교육감 선거에서 공 교육감이 당선된 이유도 비슷하게 설명할 수 있을까?

이부영 : 상당 부분 같은 성격을 내포하고 있다고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일보> 여론조사에 보면 학부모의 71% 가량이 반대하고, 그중 초등학교 학부모 중 반대 여론이 78%였다. 욕망이라고 생각하면 다 찬성해야 하지 않나.

그러나 같은 성격이라고 말한 것은 국제중이 생기면 일단 보내려고 할 것이기 때문이다. 내 자식을 못 보내서 안달이지 보낼 능력이 되면 당연히 보내려 할 것이다.

그건 좀 나쁘게 얘기하면, 국민을 투기꾼으로 만들어놓는 것이다. 투기해서 돈 버는 사람이 옆에 있데 나도 열심히 살 이유가 없는 것이다. 옆동네 보니까 집값이 올라서 돈 벌었는데 나도 해보고 싶지 않겠나. 인간이면 당연히 드는 그런 생각을 욕망이라고 얘기하는 것은 국민을 정치인들이 천박하게 만드는 것다. 국민을 투기꾼 만들어놓고,

국제중도 똑같다. 만들어 놓으면 옆사람이 자식 보내서 명문대도 가고 외국 유수한 대학 보내는 걸 볼 텐데 자기 자식은 안 보내고 싶겠나. 그것을 욕망이라고 말하는 것은 국민을 모독하고 폄하하는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가 아이들에게 얼마나 문화적인, 인문사회적 소양을 갖추게 해주나. 프랑스만 해도 철학이 자기 모국어보다 1.5배 시간을 더 들여 가르친다. 경제도 중요하지만 살아나가는 교양과 소양을 중요한 가치로 보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뭘 가치로 보나. 돈 잘 벌고 경쟁에서 승리하는 것, 그 외에 더 무엇을 가르치나.

"교육위가 국제중 동의할 명분 없다"

프레시안 : 교육위가 교육청의 독주를 막아낼 수 있을까.

이부영 : 가능성 있으니 단식하는 것 아니겠나. 교육청이 완전히 명분없는 짓을 한다. 어떻게 공청회 한 번 없이 이 중요한 정책을 결정해서 밀어붙이나. 교육위가 여론조사를 권고해도 못하겠다니….

교육적으로 엄청난 문제를 몰고 올 국제중에 교육위가 동의해선 안된다고 생각한다. 더구나 여론조사 권고도 안 따랐는데 동의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교육청에서도 교육위의 권고를 받아서 할 것으로 기대하고, 교육위도 그런 요건 없이 동의하지 않으리라고 본다. 그러고도 막무가내로 교육감 권한이라고 한다면 망하는 지름길로 가는 것이다.

프레시안 : 언제까지 단식을 이어나갈 계획인가.

이부영 : 공청회가 열리는 14일까지는 이어갈 생각이다. 지금 이 시점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 앉아서 굶는거라고 생각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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