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30일 치러지는 서울시 교육감 선거를 취재하며, 흔히 듣는 질문이다. 닮은 점이 꽤 있기 때문이다. 주 후보와 이 후보 모두 공정택 현 교육감에 대해 매우 비판적이다. 또 둘 다 '민주 교육감'을 표방하고 있다. 심지어 선거 포스터 색깔까지 비슷하다.
'민주 교육감' 내세운 주경복·이인규…다른 점이 많다
하지만, 이들 두 후보의 성향과 공약은 꽤 다르다. 우선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에 대한 입장이 다르다. 이 후보는 "전교조 NO"라는 구호를 전면에 내걸었다. 주 후보 역시 '전교조 후보'라는 평가는 거부한다. 그러나 전교조의 입장과 가장 가까운 후보라는 점은 분명하다.
그런데 전교조에 대한 다른 입장은 사소한 차이가 아니다. 교육정책 전반에 대한 입장 차이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런 차이를 확인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다. 23일 오후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열린 교육감 후보 토론회다. 이 토론회는 모든 후보가 참여한다는 당초 계획과 달리, 주 후보와 이 후보만 참가한 가운데 진행됐다. 공교롭게도 보수 성향 후보는 모두 빠진 채, '민주 교육감'을 표방한 후보만 참여한 셈이다.
주경복 "고교 추첨제, 유지해야"…이인규 "입시는 막되, 추첨제는 재조정"
두 후보의 입장을 가르는 키워드는 '경쟁과 선택'이다. 현행 고교 평준화 정책에 대해 주 후보는 "고교 추첨 배정제는 과도기적으로 필요한 제도"라고 밝혔다. 그의 설명은 이렇다.
"추첨을 통해 진학할 학교를 정하는 제도가 이상적인 제도라고 보지는 않는다. 현 상황에서 추첨 배정제가 사라진다면, 극단적인 학교 쏠림 현상이 생길 수 있다. 이런 폐해가 현행 추첨 배정제의 한계보다 더 위험하다.
어느 학교에 배정되건, 학생이 큰 불만을 갖지 않도록 하는 게 더 시급한 과제다. 교육 여건이 열악한 학교가 생기지 않도록 모든 학교를 '상향 평준화'해야 한다는 뜻이다."
반면, 이 후보는 학생과 학부모에게 학교 선택권을 줘야한다는 입장이다. 그의 설명은 이렇다.
"고교 평준화 정책은 두 가지 의미가 있다. 하나는 고교 입시를 막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학생에게 학교 선택권을 보장하지 않는 대신, 강제 배정을 한다는 것이다. 전자는 계승해야 한다. 하지만 후자는 이제 다시 생각할 때가 됐다. '재조정'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무시험 추첨제'로 학생을 선발하는 '창의형 자율학교' 설립을 제안한다. 입시는 막되, 학교 선택권은 보장하겠다는 뜻이다."
이인규 "아이들 앞에서 학교가 경쟁해야"…주경복 "'공립형 대안학교' 세우겠다"
이 후보가 '창의형 자율학교'를 주장했다면, 주 후보는 '공립형 대안학교'를 제안했다. 주 후보의 설명은 이렇다.
"교육의 기회가 균등하게 제공돼야 한다는 것은 기본 원칙이다. 그리고 학교에서 진행되는 교육 활동은 창의적이어야 한다. 학생 개인이 갖고 있는 잠재력에 따라 다양한 교육활동이 보장돼야 한다는 뜻이다. 흔히 개혁, 진보 세력이라 불리는 쪽에서는 주로 '기회 균등'에 초점을 맞췄다. 그래서 다양성을 보장하는 창의적인 교육활동에는 다소 소홀했다는 평가가 있다.
이런 약점을 보완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겠다. 공교육의 틀을 유지하면서, 대안교육의 성과를 수용하는 '공립형 대안학교'는 이런 노력의 일부다."
주 후보가 '경쟁'이라는 낱말을 쓰기를 몹시 꺼렸다면, 이 후보는 많이 달랐다. 이 후보의 주장은 이렇다.
"아이들을 경쟁시키는 것은 비교육적이다. 하지만 학교는 경쟁해야 한다. 학교가 경쟁하지 않으니, 아이들이 경쟁에 내몰린다. 이건 잘못이다. 전교조는 오랫동안 내신을 강화하자고 주장했다. 그런데 막상 내신을 강화하니, 어땠나? '죽음의 트라이앵글'이 됐다.
학교가 다양해지는 게 급선무다. 학교들이 다양한 교육과정을 제시하고, 학생은 선택하는 입장이 돼야 한다. 학생의 선택을 받기 위해 학교가 경쟁해야 한다는 뜻이다. 현행 교육제도는 교육청에 학교가, 교사에게 학생·학부모가 종속되는 구조다. 이런 구조를 깨야 한다. 물론, 전제가 있다. 모든 학생이 하나의 정점을 쳐다보게끔 돼 있는 '피라미드'형 구조가 깨지는 것이다. 학생들이 한곳만 쳐다보는 게 아니라 자신의 적성에 맞는 다른 경로를 찾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런 전제가 충족된 뒤, 진행되는 학교 간 경쟁은 신자유주의적 경쟁과 다르다."
경쟁에 대한 서로 다른 시각
이 후보는 '서열화 없는 다양화'를 주장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주장은 늘 팽팽한 긴장 위에 서 있다. 다양화가 경쟁을 낳고, 경쟁이 다시 서열화로 이어질 위험 때문이다. 주 후보의 지적이 이 대목을 건드렸다. 어떤 식으로건 '경쟁'을 강조하는 순간, 사교육이 창궐하는 것을 피하기 어렵다는 것.
사교육 대책에 관한 질문에 대답하며, 주 후보는 '경쟁'이라는 낱말을 여러 번 썼다. "사교육을 부추기는 가장 큰 원인은 경쟁 만능주의"라는 답변이다.
두 후보의 차이가 드러난 대목은 이밖에도 많다.
'부패'를 현 서울시 교육청의 가장 큰 문제로 꼽은 주 후보는 '감사 제도의 활성화'를 대책으로 제시했다. 반면, 같은 문제에 대해 이 후보는 '신고 포상제'를 해법으로 내놨다.
서울시내 교육 양극화 해소 문제에 대해 주 후보는 '교육복지특별지원구역' 지정을 공약했다. 교육 여건이 열악한 지역에 대해 더 많은 지원을 쏟아 붓는 '역차별' 정책이다. 현재의 학교 지원 정책이 오히려 교육 여건이 좋은 지역에 혜택을 주는 경우가 많다는 반성에서 나온 정책이다.
반면, 이 후보는 서울시 교육 예산을 늘리고, 외국어 고교 등 특수목적고교가 기회균등 선발제를 실시하도록 유도하는 것을 대책으로 제시했다.
"대학 안 가는 학생도 많다"…실업고 정책에도 관심 가져야
한편, 두 후보가 모두 놓치고 있는 대목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날 토론회에 참가한 한 시민은 '실업고 정책'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후보들이 모두 인문계 고교 중심 정책에만 신경을 쓰고 있다는 지적이다. 입시 과열에 대한 해법 못지않게, 대학에 진학하지 않는 학생들을 위한 교육적 배려 역시 절실하다는 지적으로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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