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자 명의로 개설된 금융계좌가 9782개나 드러났다. 이런 계좌를 개설하는 과정에서 금융기관 직원 843명이 금융실명제법을 어겼다.
물론, 죽은 사람이 금융 거래를 할 리는 없다. 살아있는 사람들이 탈세 목적으로 개설한 계좌다.
감사원이 15일 발표한 '자금세탁방지대책 추진실태' 감사 결과에 담긴 내용이다. 감사원은 지난해 11월부터 금융정보분석원, 금융감독원 등을 대상으로 감사를 진행해 왔다.
감사원에 따르면, 국민은행과 신한은행 등 12개 금융기관은 지난 2002년 1월부터 2007년 8월 말 사이에 사망자 5499명의 명의를 이용해 신규계좌 9782개를 개설했다. 이런 계좌를 통해 거래된 금액은 1418억 원에 달한다.
감사원은 사망자 명의의 계좌가 유족들의 비과세 및 세금우대 저축가입 등 주로 탈세목적으로 이용됐다고 분석했다.
감사원은 "사망자 정보가 금융기관에 제공되지 않아 다른 사람이 사망자의 주민등록증을 이용해 계좌개설을 신청해도 이를 방지할 제도적 장치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또 사망자 명의로 계좌가 개설되는 과정에서 금융기관 직원들이 '금융실명제법' 위반 사례도 대거 드러났다.
감사원에 따르면 국민은행 등 10개 금융기관 직원 843명은 계좌 개설 과정에서 명의를 확인하지 않았다. 금융실명제법에 따르면, 계좌 개설 과정에서 반드시 명의를 확인하도록 돼 있다. 2005년1월부터 2007년 8월말까지 개설된 사망자 명의 신규 예금계좌 3033개 가운데 절반인 1484개가 금융실명제를 어겼다.
사망자 명의로 금융계좌를 개설하기 위해 동원된 수법도 다양했다. 수년 전 발급받은 수년 전 발급받은 주민등록등본, 호적등본을 이용해 사망자 명의계좌가 개설된 사례도 있었다. 이에 대해 감사원은 금융계좌 개설시 첨부되는 가족관계 확인서류의 유효기간이 정해져 있지 않아 생긴 일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감사원이 사망자 명의로 개설된 계좌 1493개를 표본 조사한 결과, 발급된 지 3개월 이내의 서류로 개설된 계좌는 79개(5.3%)에 불과했고, 1년 이상 지난 서류로 개설된 계좌가 1204개(81%)에 달했다.
탈세를 위해 사망자 명의로 금융 계좌를 개설하는 것을 막기 위해 감사원은 금융기관이 사망자 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신용정보 이용 및 보호법'을 개정하고, 금융실명법 위반자에 대해 징계 및 과태료 부과 조치를 취하도록 관계 기관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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