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소속 신부와 수녀 350여 명을 선두로, 수만 명의 시민이 30일 오후 9시께 서울시청 앞 광장을 출발해 남쪽으로 행진했다. 행진 대열이 태평로에 있는 삼성본관 건물 앞에서 잠시 멈췄다. 그리고 구호가 터져 나왔다.
"이건희는 회개하라"
사제단은 지난해 10월 김용철 변호사와 함께 삼성 비리 의혹을 주도적으로 제기했다. 삼성이 비자금을 조성하고, 정ㆍ관계와 법조계, 언론계에 전방위적인 불법 로비를 벌이고 있다는 것. 그리고 이건희 삼성 회장이 외아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에게 경영권을 넘겨주는 과정에서 다양한 불법 행위가 저질러졌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하지만 이런 의혹은 제대로 규명되지 않았다. 삼성 비리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구성된 조준웅 특별검사 팀의 수사는 '삼성 특별 변호사팀'이라는 비아냥 속에 끝났다. 그리고 최근 들어 광우병 위험 쇠고기 문제로 언론의 관심이 쏠리면서, 삼성의 조직적인 비리 의혹에 대한 관심은 식었다.
사제단이 다시 여론의 중심에 서면서, 삼성 비리 의혹에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마련됐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날 행진에 참여한 시민 윤이숙 씨는 "한동안 삼성 문제를 잊고 지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제단 신부들을 보니, 삼성 비리 의혹은 여전히 진행형이라는 깨달음이 퍼뜩 들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국민들이 삼성 비리 의혹에 대한 관심을 늦추지 않도록, 사제단이 계속 일깨워 주면 좋겠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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