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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선·효순이도 같이 촛불을 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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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선·효순이도 같이 촛불을 들고 있습니다"

[현장] 촛불과 함께 6년 만에 살아난 미선·효순이

미국산 쇠고기 재협상을 촉구하는 촛불은 어김없이 다시 모였다. 전국에서 100만 명의 시민의 모인 6·10 촛불 집회에도 불구하고 "쇠고기 재협상은 없다"만 되뇌는 이명박 정부의 꽉 막힌 태도를 염두에 두고 모인 촛불이다. 특히 이날 촛불 집회는 지난 2002년 6월 13일 미군 장갑차에 깔려 숨진 미선·효순 양을 추모제를 겸한 자리였다.

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열린 이날 촛불 집회에는 약 2만 명이 모여 촛불을 줄었다. 인원 수는 중요하지 않았다. 지난 10일 전국 곳곳에서 같이 촛불을 든 100만 명의 시민이 눈을 반짝이면서 시청 앞의 동향에 주목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예로 시청 앞에 모인 시민의 반수에 가까운 연인원 약 2만 명의 시민이 프레시안TV로 촛불 집회 생중계를 시청했다.

"미선·효순 언니가 살아 있었다면…"

이날 촛불 집회에 모인 시민은 전 국민이 월드컵에 몰두해 있는 동안 장갑차에 치여 목숨을 잃은 뒤, 현재까지 정확한 사고 경위도 밝히지 못한 미선·효순 양을 오랜만에 기억했다. 특히 자신을 고등학교 3학년이라고 소개한 신정아 양이 이런 시민을 대표해 '미선·효순 언니에게 보내는 편지'를 낭독해 큰 박수를 받았다.

"언니, 얼마 전 병원에 갔더니 '성대결절'이래요. 의사 선생님은 노래방에서 놀다 왔느냐고 물었어요. 이렇게 목소리가 갈라지도록 외치는데, 왜 이명박 대통령은 아무런 대답도 없는지 이해할 수 없어요. 언니가 억울하게 희생된 것도, 우리가 이렇게 시위를 하는 것도 모두 같은 이유라고 생각해요. 언니들, 언니들이 살아 있었더라면 함께 촛불을 들었을 텐데…."

2002년 당시 심미선·신효순 양은 중학생이었다. 이들은 경기도 양주군 광적면 효촌리 56번 지방도로에서 미군의 장갑차에 깔려 숨졌다. 당시 많은 시민이 이들의 죽음을 애도하며 2002년 말 촛불을 들었지만, 이들의 죽음의 실체는 여전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 현재 검찰은 사건 현장을 찍은 사진 등 사건의 실체를 규명할 수 있는 자료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6월 13일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는 시민 2만 명이 모여 2002년 이날 미군 장갑차에 깔려 목숨을 잃은 심미선·신효순 양을 추모하며 "쇠고기 재협상"을 촉구하는 촛불 집회를 열었다. ⓒ프레시안

"추가 협상? 또 국민 상대로 사기 치나"
▲이 아이들은 2002년 미선·효순이를 추모하며 들었던 촛불을 기억할까? ⓒ프레시안

미선·효순 양의 억울한 죽음을 기억하면서 시민들은 한 번 더 분통을 터뜨렸다. "미국과 추가 협상을 통해 30개월 이상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막겠다"는 이명박 정부의 입장은 이곳에 모인 시민의 조롱거리가 됐다. 30개월 미만의 '광우병 특정 위험 물질(SRM)'이 더 큰 문제일 뿐만 아니라, 정부의 입장대로라면 30개월 이상 쇠고기도 막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미국산 쇠고기가 먹기 싫어서 학원에 가는 대신 촛불을 들었다"는 한 여고생은 "이명박 정부의 얘기는 믿을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그냥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하지 않으면 될 것 같은데 왜 이렇게 질질 끄는지 모르겠다"며 "앞으로 집회를 계속하면 언젠가 이명박 대통령도 항복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회사원 이지은(30)는 "촛불 집회가 계속되면서 이명박 정부가 이 정도라도 움직인 것이 아니냐"면서 "촛불은 계속 이어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참에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는 한반도 대운하, 공기업 민영화 정책까지 확실히 제동을 걸어야 촛불의 의미가 살 것이라는 지적도 잇따랐다.

경기도 고양에서 온 김철수(35) 씨는 "지금 시민이 들고 있는 촛불은 미국산 쇠고기 문제만이 아니라 이명박 정부의 다른 정책을 향한 것"이라며 "이 촛불즐은 이명박 정부가 측근을 한국방송(KBS), YTN의 사장으로 앉히고 문화방송(MBS)을 민영화하려는 움직임도 반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명박의 언론 장악 가만 두지 않아"

실제로 시청 앞 서울광장의 시민 1만 명은 이날 오후 9시께 촛불 집회를 마무리하고 여의도를 향해 거리 행진을 시작했다. 고엽제전우회 등 보수단체 회원이 서울 KBS, MBC 사옥을 항의 방문하면서, 이 자리에 모여 촛불을 든 시민과 대립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렸기 때문이다.

강서구에서 온 김미진(가명·29) 씨는 "2002년 미선·효순이 사건이 연말이 돼서야 공론화가 된 것도 KBS, MBC를 비롯한 여러 언론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한 탓"이라며 "이제 이명박 대통령이 방송국을 장악하면 앞으로 제2의 미선·효순이 사건이 생긴다면 앞으로 이런 일이 더 다반사로 심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여의도 KBS 사옥 앞에는 시민 1000여 명이 'KBS 지킴이'를 자처하며 촛불 집회를 진행 중이다. 오후 10시 45분 현재 시청 앞을 출발한 시민 1만 명은 이들과 합류하고자 마포대교를 넘고 있는 중이다. 사이렌 소리를 울리며 이들의 집회를 방해했던 고엽제전우회 회원들은 앞서 오후 9시 30분께 자리를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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