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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한인 사회에도 촛불이 번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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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한인 사회에도 촛불이 번집니다"

[촛불의 소리] LA 촛불 집회와 한인 언론

지난 9일 저녁,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총영사관 앞에서 LA 3차 촛불집회가 있었습니다. 미국산 쇠고기 재협상을 요구하며 분신한 고 이병렬 씨를 기억하는 작은 추모제를 시작으로 자유 발언대와 십대 청소년의 브레이크 댄스, 그리고 옷까지 멋지게 차려입은 풍물패의 공연까지 집회가 다양한 모습으로 바뀌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지난 2일 1인 시위를 해 보겠다는 결심이 온라인을 타고 번져 40명이 훌쩍 넘는 한인을 불러모았습니다. 시위 몇 시간 전에는 함께 참가하고 싶은 사람들이 '제일 먼저 이 논의를 시작한 사람이 누구인지', '취지는 어떤 것인지' 등 소위 주동자와 배후를 묻는 전화와 온라인 댓글을 수없이 올렸습니다. 준비도 없이 시작된 첫 번째 집회에서는 마음을 같이 하는 분들이 아직은 어색한 자유발언대에서 마이크를 잡고 발언을 하면서 두 시간이 훌쩍 지나갔습니다.

시위가 끝나고 마지막까지 남은 분들께서 돌아가면서 1인 시위를 하는 것이 어떻겠냐는 제안을 해 주셨습니다. 한국에서 있을 '72시간 릴레이 행동'에 맞춰 여기서도 7일 저녁에 촛불 집회를 하는 게 좋겠다, 그 동안 맥을 이어가기 위해 하루에 한 명씩 돌아가면서 1인 시위를 하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습니다.

하지만 1인 시위는 예상치 못하게 지난 촛불 집회에 함께 해 주신 분뿐만 아니라 행인들의 합류로 5인 시위, 10인 시위로 변질(?)되었습니다. 영사관에 여권 문제로 들린 그 무섭다는 유모차 아기 엄마, 퇴근길에 들린 일본인, 가족들과 저녁을 먹으러 가다 들린 남미인 가족, 인터넷으로 소식을 접하고 한걸음에 달려온 한국 유학생, 1960~70년대에 이민오신 LA 터줏대감 한인분들 등 많은 분들이 1인 시위에 동참해 주셨습니다.
▲ 지난 6월 7일 LA에서 진행된 촛불 집회 ⓒ'대한민국을 지키는 LA사람들'

어려움도 많았습니다. '이제 LA에서도 촛불 집회를 한다', '세계에서 한인들이 가장 많이 사는 곳이니 많은 사람들이 2차 집회에 나올 거다' 등등 여러 기대와 함께, '장소가 협소하다', '시위 목적을 모르고 나갈 수는 없다', '운동권이 주도하는 것 같아 보여 선뜻 나서기 꺼려진다', '너무 짜여있는 집회는 사람들의 자유로운 토론을 방해한다' 등등 집회에 대한 비판이나 참가를 망설이는 의견도 많이 오갔습니다.

특히 LA에서 집회를 준비하고 진행하면서 한인이 많이 살아 '작은 한국'과 같은 이곳 LA 한인 사회에서도 언론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깨달았습니다. 이곳에서 한국에 대한 소식을 전해 주는 것은 주로 한인 신문과 텔레비전, 라디오 방송입니다. 그런데 이들 매체는 한국 소식을 있는 그대로 전해주지 않고 뒷면에 작은 사진 한 장과 참가자 수를 반으로 줄여 두어 줄 기사를 쓰는가 하면, '괜한 일에 휘말리는 몇몇 한인이 한심하다'는 등의 사설을 실었고, 대부분의 한인은 이런 기사를 접했습니다.

결국 이곳 촛불 집회가 같은 도시에 사는 한인들에게 전달되지 않고 특파원과 인터넷 매체를 통해서 한국에서만 기사화가 되는 현실이 참 안타까웠습니다. 취재를 나온 현지 기자분 몇몇도 '취재해 가도 위에서 보도 허락이 떨어지지 않는다'며 현실을 개탄했습니다. 이곳 언론을 통해 소식을 전해들은 많은 한인 여러분이 실제로 집회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특정 기관에서 일하시는 분들이 개인 자격으로 참가했다가 그 기관이 주최한 집회로 묘사돼 곤욕을 치렀는가 하면, 개인 시간을 내어 자발적으로 집회를 준비한 참가자에게 심한 말을 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 ⓒ'대한민국을 지키는 LA사람들'

이에 첫 번째 촛불 집회에서 모인 사람들이 '대한민국을 지키는 LA사람들'이라는 모임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특정 개인이나 기관이 주최가 아닌 자의로 모인 촛불 집회가 한국의 미래를 걱정하고 한국 국민들의 노력을 지지하는 모임으로 재탄생하게 됐습니다. 그 이후 지난 7일 두번째 집회에서는 사비를 들여 배너를 인쇄해 주신 분, 스크린이며 컴퓨터 등 참가자들이 다함께 동영상을 볼 수 있도록 물품을 가져오신 분, 직접 컬러프린트로 강제진압 사진을 인쇄해 피켓을 만들어 오셔서 잘 써 달라고 맡기고 가신 분 등 많은 분들이 힘을 모아 주셨습니다.

이제 저희는 이곳 LA에서 지난 10일 한국에서 열린 대국민 촛불 집회의 결과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시위를 계속 한다면 저희도 회의를 거쳐 LA 집회를 계속할지 결정할 것입니다. 한국 국민이 이 사태를 함께하면서 다양한 사람들이 하나로 뭉칠 수 있다는 것을 실감했듯, 여기 LA에서도 이민 세대별, 지역별, 직업별로 융합되지 않는 것 처럼 보이던 한인 사회가 이번 경험을 계기로 서로의 이해 관계를 조금씩 양보하고 한 자리에 모이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 모임이 한인 사회 발전에 이바지를 할 수 있도록 방향키를 돌리는 쪽으로도 논의가 되고 있습니다. 주동자나 배후 없이, 너도나도 자신이 주동자며 배후라고 자처하면서 서로가 마음을 나누고 미소를 전달하는 그 현장이 우리 LA 한인들에게는 '내 뿌리 한국'을 자랑스러워 할 수 있는 순간입니다. 이런 기회를 만들어 준 여러분, 정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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