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포탈 및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이건희 전 삼성 회장이 12일 오후 법원에 출석했다. 이날 오후 1시 30분에 열린 첫 공판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이 전 회장이 법정에 출석한 것은 1995년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사건 이후 처음이다.
이건희, "죄송할 따름"이라면서 '경영권 불법 승계 지시'는 부인
이완수 변호사와 함께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들어선 이 전 회장은 13년 만에 법정에 선 심경에 대한 물음에 "죄송할 따름입니다"라며 짧게 답했다.
이어 그는 경영권 불법 승계를 지시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말없이 고개만 저었다.
이에 앞서 이학수 전 삼성 부회장과 현명관 전 삼성물산 회장, 김인주 전 전략기획실 사장 등도 각각 법원에 출석했으나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법정으로 향했다.
지난해 김용철 변호사가 양심 선언을 한 뒤, 이 전 회장에게 다양한 비리 의혹이 쏟아졌다. 이런 의혹을 파헤치기 위해 조준웅 특별검사팀이 꾸려졌지만, 수많은 비리 의혹을 수사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수사 의지 자체가 희박했다는 지적도 있다.
이건희, 에버랜드 CBㆍ삼성SDS BW 헐값 발행 직접 지시했나?
특검이 이 전 회장에게 제기한 주요 의혹은 에버랜드 전환사채(CB) 헐값 발행과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 저가 발행, 양도소득세 포탈, 증권거래법 위반 등이다.
에버랜드 전환사채(CB) 헐값 발행에 대해 특검은 "이 전 회장과 삼성 전략기획실(옛 구조조정본부)가 직접 계획을 세우고 지시한 일"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삼성 변호인단은 "전환사채 인수권을 주주들이 스스로 포기했다. 그것을 이재용 전무가 인수했을 뿐이다. 사전 계획과 지시는 없었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재판부 "이재용 재산 증식 과정 자료 제출하라"
이에 대해 재판부는 이재용 전무의 재산 증식 과정과 에버랜드의 삼성그룹 관련 주식 보유·거래 현황에 관한 자료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에버랜드 전환사채 인수권을 갖고 있었던 중앙일보와 삼성물산, 제일모직 등을 재판부 직권으로 조사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또 주당 7700원으로 계산된 에버랜드 전환사채 가격의 적정성도 쟁점이다. 삼성 문제를 오랫동안 다뤄왔던 시민단체들은 터무니없이 낮은 가격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특검 역시 '헐값'이라는 입장이다.
그리고 이 전 회장이 4조 원 규모의 차명주식 거래를 통해 1000억 원대의 세금을 포탈했다는 혐의도 관심사다. 이 전 회장에 대한 처벌 수위를 결정하는 대목이기 때문이다.
올해 7월 중순께 1심 선고 내려질 듯
이날 첫 공판에서는 특검 측이 공소 사실을 읽고, 피고인들이 이에 대한 인정 여부를 밝히는 모두 절차가 진행됐다.
이어 오는 18일과 20일 열리는 공판에서는 에버랜드 전환 사채 편법 발행 사건을 주로 다루게 된다.
오는 24일 열리는 4차 공판에서는 이 회장이 임직원들 명의의 차명 재산을 이용해 비자금을 만들고, 이 과정에서 세금을 포탈했다는 공소 사실에 대해서 공방이 이뤄질 예정이다.
그리고 오는 27일에는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 사건을 다룰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특검법은 재판이 시작된 뒤 석 달 안에 1심 재판을 끝내도록 권고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이 전 회장에 대한 선고가 다음 달 중순께 이뤄질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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