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가는 그 어느 곳보다 시국에 민감하다. 촛불집회가 치열하게 벌어진 지난 주말 극장가 관객수는 20% 정도가 감소했다. 그도 그럴 것이다. 인터넷에서 생중계되는 집회현장의 모습에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얘기했을 것이다. "지금 영화볼 때야!" 새로 개봉되는 영화 편수가 적지 않았다. 흥미로운 영화들도 많았다. <위 오운 더 나잇>과 <88분>같은 영화는 상업적으로도 성공 가능성이 있는 작품들이었다. 하지만 두 작품 모두 사실상 '바닥을 기었다.' 그나마 <88분>은 16만 명 정도를 모으면서 주연배우인 알 파치노가 체면치레는 한 셈이 됐다. 그래도 <프라이드 그린 토마토>와 <업 클로즈 앤 퍼스널>을 만든 존 애브넛 감독의 영화인데 좀 안됐다는 생각이 든다. 하기사 요즘 젊은 관객들은 <프라이드 그린 토마토>를 기억하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북미 지역에서는 <섹스 앤 더 시티>에 밀려 한주만에 정상에서 내려왔지만 우리 관객들에게는 여전히 <인디아나 존스>가 1위다. 개봉 2주만에 전국 300만을 육박하고 있다. 개봉 5주째인 <아이언맨>은 412만 명 정도. 대체로 올해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는 400만 명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된다. 순위권에는 들지 못했지만 토드 헤인즈 감독의 <아임 낫 데어>는 극장을 꽉꽉 채우고 있다. 문제는 거의 단관수준으로 개봉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주말은 이 영화가 진정한 승자다. 아마도 사람들은 이 영화가 상영되는 광화문 씨네큐브에 갔다가 촛불집회에 참가했을지도 모른다. 영화를 보고 있으면 진정한 자유란 무엇인지, 상상력이라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가 느껴진다. 당연히 촛불집회에 가고 싶어진다. 많은 영화들과 시대적 상황이 자유롭고 편하게 만나는 날이 오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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