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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상황은 심각하고 시간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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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상황은 심각하고 시간은 없다

<고성국의 정치분석ㆍ47> 정국 수습을 위한 세 가지 필수요소

상황이 심각하다.

대통령이 정무·민정 라인 등으로부터 현 정국에 대해 어떤 보고를 받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만약 지금의 정국이 그렇게 심각하지 않다거나 조금만 더 버티면 수그러들 국면이라는 식의 보고를 받고 있다면 그 보고 책임자부터 엄중 문책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호미로 막을 일이 가래로 막기도 힘들만큼 커져버린 것도 고비 때마다 정부가 안이한 판단과 서툰 대처로 국민의 화를 돋우어 온 탓이다. 그러므로 정부가 또 한 번 민심과 동떨어진 미봉책을 국정쇄신책이랍시고 들고 나온다면 그때는 아마도 정권의 기반 자체가 붕괴되는 전면적 위기상황으로 접어들게 될 것이다. 여권 내에서 논의되고 있는 국정쇄신책에 일말의 기대보다는 더 큰 우려를 보내는 것은 현 국면의 위기적 상황이 그만큼 심각하기 때문이다.
▲ ⓒ문화체육관광부

지금은 국정쇄신보다 정국수습이 더 급하다. 국민의 화를 누그러뜨리고 상처를 살피는 일이 장관 몇 사람 바꾸고 청와대를 기능적으로 보완하는 것 보다 더 급하고 중요하다. 지금 여권 내에서 얘기되고 있는 이른바 기능적인 '국정쇄신책'으로 정국수습을 밀어붙이다가는 국민의 화만 더 돋우게 될 것이다.

국정쇄신책이 국민의 화를 누그러뜨리고 마음을 열게 해 새로운 기대를 불러일으킴으로써 정국을 수습하고 국면을 전환시킬 모멘텀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세 가지 내용을 갖추어야 한다.

첫째, 이명박 대통령의 통치철학과 그에 입각한 핵심국정과제를 재정립하고 이를 국민들에게 다시 설명해야 한다. 대통령이 지향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또 정부는 나라를 어디로 끌고 가려고 하는지를 국민이 구체적으로 알아야만 소통이 시작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반도 대운하, 공기업 민영화 등 국민적 관심이 높은 사안에 대해서는 가·부간 입장을 분명히 해야 한다. '철학 없는 실용주의', '가치를 배제한 실적주의'로는 나라를 제대로 경영할 수 없고 국민의 자발적 참여와 동원을 기대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둘째, 국민과 소통하고 국민을 섬기는 국정운영원칙을 구체적으로 실천해가야 한다. 대통령부터 "소통과 섬김"의 국정운영 원칙에 부합하는 언행을 해야 하며 비서실과 내각 또한 "소통과 섬김"의 마인드로 재무장해야 한다. 국민을 진압대상 정도로 여기는 구태의 발호만은 뿌리 뽑아 21세기 선진화의 시대에 "절차적 민주주의의 위기"를 다시 걱정하는 퇴행적 상황만은 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

셋째, 앞의 철학과 원칙을 구현할 수 있는 사람들로 청와대와 내각을 전면 교체해야 한다. 농림수산식품부장관이나 교육과학부장관 등 인책사유가 구체적으로 있는 장관 몇 사람의 교체로 마무리 할 일이 아니다. 국민과 소통하는데 문제가 있는 사람, 국민과 눈높이를 맞추는데 적합하지 않은 사람, 국민을 섬기는 자세와 마인드가 부족한 사람, 더 나아가 대통령의 통치철학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소통과 섬김'이라는 국정운영 원칙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사람들을 전원 교체해야 한다. 국민의 입에서 "좀 심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대대적으로 바꿔야 한다.

개인적 자존심과 체면은 국가를 운영함에 있어 가장 먼저 버려야 할 것들이다. 무한히 낮추고 끝없이 숙여도 여전히 높고 높은 것이 대통령이기 때문이다. 출범한지 석 달 밖에 안됐다는 미련으로, 또는 여기서 질 수는 없다는 고집으로 국정쇄신의 마지막 기회까지 날려버리지는 않았으면 한다. 국정쇄신의 마지막 기회까지 날려버린 대통령과 정부가 감당하기에는 남은 4년 9개월이 너무도 길고 중요하지 않은가.

전면적 국정쇄신을 단행함에 있어 대통령의 권위를 살리고 청와대와 내각의 최소한의 자존심을 살리는 길이 있다. 그것은 대통령실장과 국무총리가 내각과 비서실의 총사퇴를 주도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대통령의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전면적 인적 쇄신을 통한 국정 쇄신을 대통령이 주도하게끔 만들어가는 것이다. 대통령으로부터 이미 "분에 넘치는 은덕"을 입은 국무총리와 대통령실장이라면 지금과 같은 총체적 위기상황에서 이 정도 살신성인의 자세를 보일 수는 있지 않을까. '사즉생'을 믿고 말이다.

먼저 죽어 사는 '사즉생의 길'마저 2, 3일 말미밖에 없음을 깊이 생각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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