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력업체들의 반란에 삼성전자가 계약 해지로 맞섰다.
15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삼성전자 구미사업장은 이날 휴대전화 조립품 납품을 거부한 경북 구미지역 협력업체 3곳과 계약을 해지했다. 이에 따라, 이들 업체 직원들의 대량 실직 사태에 대한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이들 협력업체는 삼성전자로부터 공급받은 휴대전화 부품을 조립해 납품해 온 임가공업체다. 이들 업체는 납품단가 인상 등을 요구하며, 지난 8일부터 납품을 중단한 채 단체 행동을 해 왔다. (☞관련 기사: 삼성전자 협력업체의 반란, 이유는?)
애초 삼성전자 구미사업장의 임가공조립협력업체 18개사 가운데 9개사가 납품 중단에 참여했으나, 이 가운데 6개사는 하루 만에 납품을 재개했다.
"한 번 코가 꿰인 협력업체는 장사할수록 손해다"
납품 거부 집단행동에 참가한 협력업체 관계자들은 "삼성전자가 원가 절감에 따른 부담을 협력업체에 일방적으로 떠넘겼다"라고 주장한다. 삼성전자와 거래했던 한 협력업체 사장은 "차라리 공장 문을 닫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그의 설명은 이렇다.
"막대한 비용을 들여 도입한 생산 설비를 놀리지 않으려면, 낮은 단가를 감수하고서라도 무조건 납품을 해야 한다. 손해가 쌓여서 부도를 맞을 무렵이 되면, 마치 기다렸다는 듯 주문이 몰린다. 가까스로 부도는 면했지만, 빚은 잔뜩 쌓인 상태가 된다. 아슬아슬한 상태로 경영하며, 계속 낮은 단가에 납품한다. 이쯤 되면, 거의 코가 꿴 상태다. 거래처를 옮기는 것은 꿈도 꿀 수 없다."
물론 이런 상황은 삼성전자와 거래한 협력업체만 겪는 게 아니다. 대기업과 거래하는 중소기업 상당수가 겪는 현실이다. (☞관련 기사: 안철수 "이명박 정부, 약육강식 경제 만들까 우려", "기업가 정신? 삼성이 죽였다", "'젊은 기업'이 없다")
역대 최대 규모 공정위 제재받았던 삼성전자, 과연 변했나?
하지만 삼성전자는 최근 휴대전화 부문에서 시장의 예상을 크게 뛰어넘는 실적을 거뒀다. 그리고 이런 실적을 거둘 수 있었던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게 '원가 절감'이다. 협력업체들의 납품단가를 낮은 수준으로 관리해 왔기 때문에 원가를 낮출 수 있었다. 증권가에서 "어닝 서프라이즈(Earnings Surprise)"라며 경탄하는 삼성전자의 실적을 보며, 협력업체 관계자들이 느끼는 감정을 짐작할 수 있다. (☞관련 기사: 특검은 삼성의 발목을 잡지 않았다)
게다가 삼성전자는 지난 2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115억여 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공정위 역사상 최대 규모다. 삼성전자 측이 '시장 지배적 위치'를 남용해 협력업체들에게 불공정한 거래를 강요했다는 이유 때문이다. 하지만 당시 공정위 조치를 계기로, 불공정한 거래 관행이 사라졌다고 보는 이들은 드물다. 협력업체들의 이번 집단행동에서도 여전히 불공정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는 혐의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관련 기사: 공정위, 삼성전자에 사상최대 과징금 부과)
삼성전자 "조업에 전혀 문제없다"…협력업체 인근 주민들 "대량 실직 우려"
<연합뉴스>에 따르면, 삼성전자 관계자는 "협력업체가 납품을 중단하고 있는 상태에서 협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고 계속 기다릴 수 없어 계약을 해지하기로 했다"며 "계약기간이 남았지만, 이는 '일방적인 계약 해지'가 아니라 '합의해지'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측은 잘못한 게 없으며, 계약해지 역시 '합의'에 따른 것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협의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태에서 합의에 의해 계약이 해지됐다는 주장을 받아들이는 이들이 얼마나 있을지는 불분명하다.
이어 삼성전자 측은 "계약이 해지된 3개사에 배당된 물량을 다른 협력업체로 분산시켜 조업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측은 손해볼 게 없다는 이야기다.
한편, 삼성전자와 계약이 해지된 3개사는 경북 김천과 칠곡에 사업장이 있다. 이들 업체 직원은 모두 1200여 명이며, 이 지역 주민들은 삼성전자 측의 이번 조치로 대량 실직 사태가 일어날 것을 우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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