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박스오피스와 북미 박스오피스는 종종 같은 궤도를 날아 다닌다. 기대를 모았던 와쇼스키 형제감독의 작품 <스피드 레이서>가 북미권에서 <아이언맨>의 벽을 넘지 못하더니 국내 극장가에서도 비슷한 대접을 받았다. 2주째 계속되는 황금연휴 동안 <아이언맨>은 질풍노도의 흥행가도를 달렸다. <스피드 레이서>는 가수 비가 출연했다 해서 북미권보다 국내에서 조금 더 관심을 끌 것으로 예상했지만 결과는 그렇지 못했다. 전국 50여만 수준. 스크린 수가 300개를 훨씬 넘겼다는 것을 감안하면 간신히 참패를 면한 수준이 된다. 왜 그랬을까. 젊은 층이 좋아할 만한 컴퓨터 게임 류의 속도감 넘치는 영화였음에도 불구하고 왜 이런 결과가 생겼을까. 지나치게 '디지털화' 된 작품에 대해 아직 관객들이 그리 친숙하게 느끼지 않아서일까.
<스피드 레이서>에 비하면 <아이언 맨>은 순항에 순항을 거듭하고 있다. 개봉 2주째 휴일 관객까지 합해 간단히 300만 관객을 넘겼다. 이런 추세대로라면 400만 고지도 손쉽게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행스러운 것은 이 영화의 배급사가 국내업체인 CJ엔터테인먼트라는 것. 이럴 경우 마케팅 비도 미국 본사에서 쓰고, CJ은 수익의 10% 정도 되는 배급 비용(fee)을 확보할 수 있어 남는 장사가 된다. 수익의 일정 분이 국내 영화계에 환원이 된다는 점에서 이 영화의 흥행은 반가운 측면이 있다. 우리영화는 <비스티 보이스>가 65만 가까운 관객을 모은 것 정도를 제외하고는 이렇다 할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선수가 없다. 빨리 6월로 넘어가 <형사 강철중>의 개봉을 기다리는 수밖에.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