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잘못된 정책에 대해 적극 반성하고 개선하는 것이 아니라 계속 터무니없는 주장들을 제시해서 국민들을 더욱 분노하게 만들고 있다. 이 주장들은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는데, '노무현 탓' 주장, '전문 지식 결여' 주장, '정치적 반대' 주장이 그것이다. 각각의 주장에 대해 살펴보자. 과연 누가 옳고 그른가를 우리는 꼼꼼히 살피고 판단해야 한다.
첫째, '노무현 탓' 주장에 대해. 자신을 '설거지' 정부로 비하하며 남 탓을 하고 있으니, 정말이지 이렇게 무능한 정부는 아마도 다시 찾아보기 어려울 것이다. 사실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의 '노무현 탓' 주장은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지난 1월 초에 경기도 이천의 냉동창고에서 화재가 발생해서 30명의 사람들이 참혹하게 죽었을 때, 다시 2월 초에 숭례문이 화재로 홀랑 타 버렸을 때, 한나라당은 열심히 '노무현 탓'을 하고 나섰다. 경기도와 이천시, 그리고 서울시와 중구청의 단체장이며 의원들이 모두 한나라당 소속이었는 데도 말이다.
미국 소의 전면수입에 대해 국민들의 비판이 거세지자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다시 '노무현 탓'을 하고 나섰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는 미국 소의 전면 수입을 추진하지 않았다. '전면 수입'이란 30개월 이상된 소와 모든 위험 부위를 수입하는 것을 뜻한다. 미국 소의 전면 수입은 어디까지나 이명박 정부의 작품이다. 그것도 이명박 대통령이 조지 W 부시 대통령을 만나기 하루 전인 4월 18일에 전격적으로 이루어졌다. 직접 실무를 담당했던 자들은 '협상'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심지어 노무현 정부 때는 아무런 근거도 없이 수입에 반대했던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렇게 거짓말을 쉽게 하는 자들이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으니 도대체 누가 그 주장을 믿을 수 있겠는가?
둘째, '전문 지식 결여' 주장에 대해. 이것은 다른 사람은 모두 틀렸고 자신만 옳다는 것이다. 너무 잘 나서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미국 소를 세계 최초로 전면 수입하는 '협상'을 한 모양이다. 그런데 사실 이 주장도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이미 '한반도 대운하'를 둘러싸고 지겹게 제출된 것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청와대에서 홍보를 맡고 있는 추부길이라는 자는 서울대 교수들을 가리켜 '전문 지식도 없이 정치적 반대를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아무래도 이명박 정부는 이런 엉터리 주장이 통할 것이라고 믿는 수준밖에 안 되는 것 같다.
'전문 지식 결여' 주장은 이를테면 매도 전술에 속하는 것이다. 그 목표는 상대방을 격렬히 비난해서 상대방에 대한 신뢰를 약화시키는 동시에 자신에 대한 신뢰를 강화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중요한 전제가 있다. 자신이 정말로 '전문 지식'을 갖추고 있어야 하며, 또한 일관되고 투명하게 실천해야 한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가 일관되게 보여주고 있는 것은 말 바꾸기와 불투명성뿐이다. '한반도 대운하'에서도 그렇고, 미국 소의 전면 수입에서도 그렇다. 나아가 이제 이명박 정부, 한나라당, 그리고 조중동은 '전문 지식'에 입각한 비판을 '괴담'으로 몰아붙이고,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마저 극력 억압하기 시작했다.
셋째, '정치적 반대' 주장에 대해. 이것은 세 주장 중에서 가장 나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은 이를테면 '유사 색깔론'에 해당한다. '전문 지식'에 입각한 비판이 아니라 단지 이명박이 싫어서, 이명박을 내쫓고 권력을 잡기 위해서 억지주장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잘못된 정책으로 말미암아 생명의 위협을 느껴서 '탄핵 서명'을 하거나 거리로 나선 사람들은 모두 졸지에 '정치꾼'이 되어 버린다. 정말 해도 너무 하는 이명박 정부, 한나라당, 그리고 조·중·동이 아닐 수 없다.
'한반도 대운하'에는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자들도 대부분 반대하고 있으며, 미국 소의 전면수입에 대해서는 더욱 더 그렇다. 이것이 어떻게 '정치적 반대'인가?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말을 그냥 믿고 가만히 죽을 때만을 기다리라는 것인가? 한나라당의 심재철 의원은 미국 소로 스테이크는 물론이고 곰탕을 끓여 먹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명박 정부, 한나라당, 그리고 조·중·동은 이런 주장을 믿으라고 하는 것이다. 그러니 불신과 우려가 커지지 않을 수 없다. '전문 지식'을 갖추고 문제를 지적하는 전문가와 국민들을 '정치적 적대자'로 몰아붙이는 정부와 여당은 당연히 어떤 신뢰도 얻을 수 없다.
이명박 정부는 표절과 투기라는 저열한 문제로 처음부터 큰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그런데 이제 '한반도 대운하'와 '미국 소 전면 수입'을 강행하면서 너무나 무능하고 무책임하다는 비판을 받게 되었다. 더욱이 이러한 비판에 대해 철저히 반성하고 개혁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비판자들을 선동에 홀린 멍청이 취급하거나, 불안을 야기하는 선동자 취급하거나, 정치적 이익을 꾀하는 정치꾼 취급하고 있다. 그 결과 이명박 정부의 문제는 더욱 더 커지고 있다. 잘못된 정책을 강행하는 것으로나, 정당한 비판을 받아들이지 않는 것으로나, 이명박 정부를 정상 상태라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사 먹는 건 시민이 알아서 할 일이고, 수입하는 건 업자가 알아서 할 일이라고? 정부의 존재 이유는 무엇인가? 국민을 광우병과 같은 치명적 병으로부터 원천적으로 보호해 주지 않는 정부는 스스로 존재 이유를 내팽개친 정부가 아닌가? 소의 원산지와 나이를 분명히 표시하도록 하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미국 업자들이며 국내 업자들이 과연 '성인'과 같은 도덕을 갖추고 있을까?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밤낮으로 애쓰는 업자들의 양심에 우리의 생명이며 국토의 안전을 맡겨야 하나? 국민의 생명과 국토의 안전보다 '비즈니스 프렌들리'가 더 중요한가?
이명박 대통령은 수많은 국민들이 자신을 '2MB'라고 부르는 것에 대해 알고 있나 모르겠다. 알고 있어도 이걸 그저 '정치적 반대'의 소산으로 여기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국민들은 '2MB'를 '이메가'로 부른다. 오늘날의 멀티미디어 시대에 '이메가'는 너무나 작은 용량이다. 표절과 투기로 얼룩진 '강부자' 정부, 그리고 '한반도 대운하'와 '미국 소 전면 수입'에서 드러난 능력은 그야말로 '이메가'짜리일 뿐이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