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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점 투성이 특검 수사…삼성 비자금 의혹, 불씨는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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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점 투성이 특검 수사…삼성 비자금 의혹, 불씨는 여전

특검 수사 결과와 공소장 내용이 엇박자

"삼성특검의 수사 결론은 국민으로부터 신뢰받을 수 있는 임계점을 이미 벗어났다."

경제개혁연대가 28일 내놓은 성명의 일부다. 조준웅 특별검사팀이 삼성 비리 의혹에 대한 수사결과를 발표한 지 11일째를 맞았지만, 비리 의혹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원인은 특검이 제공했다. 지난 17일 발표한 수사결과와 공소장 내용이 서로 엇갈리는 게 대표적인 사례다.

특검 공소장 "삼성화재 미지급보험금, 전략기획실에 전달됐다"

삼성 특검이 삼성화재해상보험 황태선 대표이사 등을 불구속 기소하면서 법원에 제출한 공소장에는 미지급보험금을 통해 조성된 삼성화재의 비자금이 삼성 전략기획실(옛 구조조정본부)에 전달된 사실이 기록돼 있다.

하지만 이런 사실은 지난 17일 특검 수사 결과 발표에서는 빠져 있었다. 특검은 당시 "횡령 자금이 삼성 구조본(현 전략기획실)에 전달됐다는 직접적인 증거는 확인할 수 없었다"라고 못 박았다. 이어 특검은 미지급보험금을 횡령한 행위에 대해 "삼성화재의 단독 범죄이며, 삼성 그룹 차원의 조직적인 공모는 이뤄지지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특검의 이런 판단에 따라 이건희, 이학수, 김인주 등 삼성 고위 관계자들은 '횡령' 혐의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만약 이들에게 횡령 혐의가 추가됐다면, 구속 기소를 피하기 어려웠으리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삼성화재 측이 미지급보험금에서 빼돌린 돈을 자발적으로 전략기획실에 보냈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전략기획실의 지시 혹은 개입이 있었다고 보는 게 자연스럽다. 이런 판단은 삼성 전략기획실의 조직적인 비자금 조성 의혹과 맞물린다. 그리고 이건희 전(前) 삼성 회장이 차명으로 관리한 자산의 출처에 대한 의문으로 이어진다.

"'이병철 유산' 아닌 차명 자산도 있다"

특검과 삼성 측은 "차명 자산은 이병철 선대회장의 유산"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삼성이 그룹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게 사실이라면, 이런 주장을 그대로 수용하기 어려워진다. 그리고 이건희 회장의 부인인 홍라희 씨에 대한 무혐의 처분 역시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 "홍 씨가 미술품을 사들인 자금원은 비자금이 아닌 개인재산"이라는 게 무혐의 처분이 내려진 이유였기 때문이다.

이에 앞서 경제개혁연대는 "삼성 전현직 임직원 명의로 차명 관리돼 온 삼성생명 주식이 모두 이병철 선대회장의 유산"이라는 특검과 삼성 측의 주장이 오류라고 지적했었다.

한국신용평가정보(Kisline)를 통해 삼성그룹 연혁계열사들의 타 법인 출자 현황을 조회한 결과, 이건희 씨가 고(故) 이병철 씨에게서 상속받을 당시인 1987년에는 삼성생명 지분 가운데 52%가 신세계와 제일제당 소유였다는 것. 따라서 삼성 임직원 소유 지분은 48%를 넘을 수 없는데, 특검 수사 결과 확인된 임직원 명의의 차명 지분을 모두 합치면 51.75%에 이른다. 3.75%의 오차가 발생한 것이다. 특검 수사 내용이 앞뒤가 맞지 않는 셈이다. (☞관련 기사: 삼성생명 차명주식 전부가 이병철 유산이라고?)

이런 오류가 생긴 이유에 대해 삼성 측은 "1988년 삼성전자 유상증자 당시, 신세계와 제일제당의 실권분을 임원 명의로 인수한 부분도 있다"라고 해명했다.

그런데 이런 해명대로라면, "이건희 씨가 차명으로 관리한 자산은 모두 고 이병철 씨의 유산"이라는 주장이 성립할 수 없다. 차명 자산 가운데 일부는 이 씨 일가의 상속이 완료된 뒤에 조성된 셈이기 때문이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한성대 교수) 역시 "삼성 측이 경제개혁연대 측의 주장을 사실상 인정한 셈"이라고 평가했다.

"삼성 계열사 비자금 조성 의혹에 다시 불길 지펴져"

그렇다면, 특검이 제출한 공소장에 포함된 삼성화재 미지급보험금 가운데 일부가 삼성 전략기획실로 전달됐다는 사실이 갖는 의미가 더욱 커진다. 이건희 일가가 차명으로 관리해 온 자산 가운데 일부가 삼성 계열사에서 빼돌린 비자금일 가능성에 힘이 실린다.

만약 이런 가능성이 사실로 확인된다면, 비자금 조성 의혹은 다른 삼성 계열사로 확대될 수 있다. 삼성 SDI와 삼성물산 해외법인이 공모해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 등에 대해서도 특검은 '현실적인 어려움'을 이유로 거의 수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관련 기사: 여전히 수상한 샘플비…특검은 뭐 했나?)

특검이 수사를 마친 뒤 법원에 제출한 공소장 내용이 오히려 삼성 비자금 의혹에 불길을 지핀 셈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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