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이씨 일가 수사하라 했는데, 왜 나를 수사하나"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이씨 일가 수사하라 했는데, 왜 나를 수사하나"

김용철 "삼성 비리 규명, 평생 할 일을 이제 찾았다"

김용철 변호사가 입을 열었다. 조준웅 특별검사가 99일 동안 진행한 수사 결과를 발표했던 바로 그 자리에서다. 당시 특검은 삼성의 비자금 조성 및 불법 로비 의혹 등에 대해 혐의점을 찾지 못했다면서, "김 변호사의 진술에 일관성이 없었다"라고 밝혔다.

수사 결과가 나온 직후인 17일 저녁, 일부 언론에 짧게 보도된 김 변호사의 반응은 불안정했다. 하지만 하루 뒤인 18일 오전, 기자들 앞에 선 김 변호사의 표정은 차분했다.

'천생 검사'였던 김용철 "검찰 권력, 문제 있더라"
▲ 김용철 변호사가 18일 서울 한남동 삼성특검팀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했다. ⓒ프레시안

김 변호사는 이날 "30대 청춘을 보낸 검찰에 대한 애착이 사라져 간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양심 고백 이후, 숱한 인터뷰를 하면서도 '검사 출신'이라는 자부심을 감춘 적이 없던 그였다. 그래서 그를 만났던 기자들은 "천생 검사", "검사보다 더 '검사스러운' 변호사"라고 그를 평가하곤 했다.

그런데 이런 그가 "기소권이라고 하는 엄청난 권력을 가진 검찰"을 못 믿겠다고 말했다. 검찰의 기소 독점주의가 낳은 폐해에 대해서도 깊이 깨달았다고 했다.

오래 전에 검찰을 떠났지만, 검사로서의 정의감까지 두고 올 수 없었던 그를 이렇게 만든 것은 당연히 특검이다. 그는 이날 "이 씨 일가를 수사하라고 했더니, 왜 나를 수사합니까"라고 되물었다.

"특검, 수사 과정에선 '진술의 일관성' 추궁 않더니…"

이어 그는 "특검팀에서 20차례 가까이 진술했는데, 특검 수사관들이 '진술의 일관성이 없다'며 나를 추궁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그런데 수사 결과를 발표할 때는 '김용철의 진술에는 일관성이 없다'라고 한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는 "나와 사제단은 특검 수사를 원한 적이 없다. 여야 정치권이 합의해서 특검이 설치됐다"라고 말했다. 하루 전, 특검이 "검찰에서 수사할 때는 특검 조사를 요구하고, 특검 조사 시에는 검찰 수사를 요구하는 등 진술과 태도가 시시때때로 변하고 있다"고 발표한 것을 겨냥한 말로 들렸다.

"'삼성의 말 바꾸기'에는 왜 침묵하나"

차분하던 표정은 조금씩 달아올랐다. 이와 함께, 특검의 태도에 대한 비판도 날카로워졌다.

김 변호사는 "(자신의 진술에 대해서는 '일관성이 없다'고 했던 특검이) 삼성은 계속 거짓말 하고 부인하다, 다시 인정하면 그 말은 또 믿어주더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번 특검이 수사 대상이 아닌 부분에 대해 결론을 많이 내줬다"라고 지적했다. 이를 테면 중앙일보 위장 분리 건의 경우, 특검의 수사 대상이 아닌데 왜 굳이 결론을 내놓느냐는 지적이다. 김 변호사는 "(삼성 입장에서) 해명을 해주기 위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고 덧붙였다.

그리고 그는 "공소 시효가 지났으면 시효가 완성됐다고 하면 되지, 왜 면죄부를 줍니까"라고 되물었다. 공소 시효가 끝났다는 것과 과거에 잘못을 저지르지 않았다는 것은 서로 별개라는 이야기다. 그런데 특검은 이를 구별하지 않았다는 것.

"그 많은 사람들이 공직에 갈 때 도와줘야 되지 않겠냐"라고?

그는 "(특검 측이) 마지막에 나한테 그러더라. '그 많은 사람들이 공직에 갈 때 도와줘야 되지 않겠냐'라고. 그래서 '내가 그런 것을 왜 도와주느냐'라고 했다"라고도 했다. 특검이 삼성의 정·관·법조계 불법 로비 의혹에 대해 수사할 의지가 전혀 없었다는 설명이다.

기자 회견이 끝날 무렵, 한 기자가 향후 계획을 물었다. 김 변호사는 "어젯밤에는 의기소침했다. 이길 수 없는 싸움을 해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신부들이 용기를 줬다. 격려 메시지를 계속 보냈다"라며 말문을 열었다. 이어 그는 "신부들은 진리가 우리 편이고, 하느님이 우리 편이니까 이길 수 있다고 보는 듯 했다. 그리고 나 역시 '세속의 법정과는 다른 역사의 법정, 하느님의 법정이 따로 있다'는 신념이 맞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정상회담, 쇠고기 협상 등 다른 보도에 묻히겠지만…"

하지만 그는 지난해 자신의 양심고백으로 불거진 싸움이 결코 쉽게 끝나지 않으리라는 점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주말이 지나면, 캠프 데이비드 건(한미 정상회담), 쇠고기 협상 등에 묻히겠죠"라고 말했다. 삼성 특검의 부실 수사를 지적하는 목소리에 대한 언론의 관심이 곧 식어버리리라는 예상이다.

이런 예상에도 불구하고, 김 변호사가 '역사의 법정'에서 이길 수 있다고 믿는 이유는 그를 지지하고 응원하는 사람들 때문이다. 그는 기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내내 사제단 신부들과 삼성 문제를 다뤄 온 시민단체 관계자들에 대해 굳은 신뢰와 존경을 드러냈다.

그는 기자회견을 마치며, "평생 할 일을 이제 찾았다"라고 말했다. 언론의 관심이 식어도, 삼성 비리 의혹의 불씨가 꺼지지 않도록 끝까지 지키겠다는 이야기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