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내려가는 시기다. 박스오피스의 영화흥행 기록은 계속해서 곤두박질 치고 있다. 국회의원 총선 투표율도 역대 최저치인 40%대로 추락했다. 경제성장률도 마이너스, 가계소득도 마이너스, 사회에 대한 신뢰수준도도 마이너스, 모두가 아래로 아래로 내려가고 있다. 이모티콘 부호로 '- -' 표시를 하면 '아주 아주 우울해'라는 뜻이 될까? 3월 마지막주의 박스오피스는 전주 대비 관객수가 -19%나 됐다. 4월 첫주는 3월 마지막 주에 비해 +1%였으니까 여전히 3월 셋째 주에 비하면 -18%라는 얘기가 된다. 관객들이 영화에 대한 믿음, 애정, 신뢰를 영 보이지를 않는다. 그도 그럴 만 것인가. 곰곰히 살펴보면 톡 쏘는 영화가 그리 많지 않다. 4월 첫주 1위를 차지한 공수창 감독의 <지피 506>이 나름대로 노력한 것처럼 보이지만 약간은 안쓰러운 선전이라는 생각이 드는 흥행수치다. 공수창 감독은 전작인 <알포인트>도 그랬지만 참 사정이 안좋을 때, 그러니까 극장 분위기 안좋을 때 고군분투하는 경향을 보인다. 그래서 참 힘들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최근 1,2년 사이 한국영화 혹은 외화까지 포함해 영화 자체가 참으로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지만 한동안 여기저기서 영화,영화하며 떠들던 시절이 있었다. 곰곰히 생각해 보면 영화가 잘됐던 건 사회 전체적으로 읏샤하는 분위기가 한창이던 때와 시기적으로 맞아 떨어졌던 측면이 있다. 강제규 감독의 <쉬리>에서부터 박찬욱 감독의 <공동경비구역 JSA> 등이 새로운 흥행 신화를 기록할 때는 국민의 정부가 새로운 정치질서를 막 만들던 때였고 <태극기 휘날리며>니 <실미도>니 하면서 천만 관객 신화가 만들어진 건 잠깐이긴 했지만 참여정부의 등장으로 사회 전체적으로 뭔가 해보자는 분위기가 만들어졌을 때였다. 그런 측면에서 볼 때 요즘들어 영화가 지나치게 안되고 있는 것, 영화에 대한 열기가 식은 것은 혹시 다소 혼란스러운 사회 분위기 탓은 아닐까,라고 하면 종로에서 뺨맞고 한강와서 화풀이한다고 할까? 참으로 알쏭달쏭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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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스크린이라는 레터 박스를 통해 남의 삶을 훔쳐보고 들여다 보는 행위와 같다고 한다. 정치 역시 긍정적인 의미로 다른 사람들의 삶을 지켜보고, 간섭하는 것이 아닐까. 그럼으로써 나와 네가, 우리와 당신이 다른 점이 뭔지를 알게 하고 그러는 행위가 아닐까. 그렇다면 정치에 있어서의 레터 박스는 국회의원 총선 같은 각종의 선거 행위일 수 있다. 그런데 40%대의 투표율에 불과하다면 사람들이 그 레터박스를 들여다 보기를 포기했다는 것과 같은 얘기일 수 있다. 사람들이 요즘 극장가기를 포기하듯이. 이제는 남의 삶이 어떻게 됐든 관심이 없게 될수록 정치참여도가 낮아진다. 영화보기도 줄어든다. 사회의 분위기가 냉각되고 황량해지는 것과 영화산업이 위축되고 있는 것이 깊은 상관이 있어 보이는 건 그때문이다. 적어도 영화는 꿈을 먹고 살아가야 하는 행위다. 그런데 그 꿈이라고 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느 정도는 실현이 가능한 부분이라는 판타지를 줘야 한다. 아무리 그럴 듯하게 꾸며도 말도 안되는 얘기라며 비웃음만 사는 구조가 된다면 영화가 만든 꿈은 팔릴 수가 없다. 88만원 세대로 지칭되는 청년 실업군이 200만명이 넘는 시점에서 달콤한 사랑 얘기가 어떻게 어필할 수 있겠는가. 반대로 분단이니 냉전이니 하는 얘기도 또 어떻게 통할 수가 있겠는가. 그러니 영화가 잘되게 하기 위해서는 사회가 잘될 수 있도록 자신이 할 수 있는 정치참여 행위를 열심히 해야 한다. 그런데 요즘은 그 두가지가 별개라고 생각하는 양 어느 것에도 애정을 기울이지 않는 무관심의 천국이 돼버렸다. 관객은 -19% 빠지고 거기서 빠진 관객은 투표율 40%대에서도 빠진 셈이다. 모두들 흔들리는 부동층이다. 마음들을 돌리시기를 바란다. 어느 쪽으로든 다시 돌아오시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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