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비리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조준웅 특별검사팀은 11일 오후 2시 이건희 삼성 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했다. 이번 소환은 지난 4일 첫 소환에 이어 두 번째다.
서울 한남동에 있는 특검 사무실에 나타난 이 회장은 기자들의 질문에 전혀 대꾸하지 않고 바로 조사실로 향했다.
이는 이 회장이 지난 4일 첫 소환되면서, 기자들에게 한 말이 여론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당시 이 회장은 "삼성이 '범죄집단'이라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다. 그렇게 옮긴 여러분(언론)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관련 기사: 이건희 "삼성이 범죄집단이라 생각한 적 없다", "누가 삼성을 범죄집단 취급했나?")
이날 소환에 앞서 윤정석 특검보는 "이 회장에 대해서는 어떤 특정 분야보다는 전반적인 사항에 대해 미진한 부분을 조사한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특검팀은 이날 이 회장을 상대로 불법 비자금 조성 의혹에 대해 주로 추궁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증권의 1300개 계좌에 담긴 수조원대 자금의 실체를 규명하는 게 과제다.
삼성 측은 이 자금이 이병철 선대 회장의 유산이라고 주장해 왔다. 이 회장 역시 지난 조사에서 이런 주장을 반복하며, "실무자들이 관리해 자세한 내역은 잘 모른다"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진술이 사실이라면, 이 회장은 구속 기소를 피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진행된 수사 결과는 이런 진술과 어긋난다. 삼성 계열사에서 빼돌린 돈이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특검팀은 계좌 추적을 통해 지난 2004년 삼성전자가 삼성증권 계좌에 거액을 입금한 것을 확인했다고 알려졌다.
특검팀이 지난 10일 삼성전자를 압수수색한 것 역시 이런 수사 결과를 확인하기 위한 절차라고 알려졌다. 삼성전자를 포함한 삼성 계열사가 비자금 조성에 연루됐다면, 이 회장과 삼성 고위 관계자들은 수사기관의 관대한 처분을 기대할 수 없다. 이 회장이 구속 기소될 가능성이 높다.
특검팀은 이날 이건희 회장 외에 전용배 전략기획실 상무, 황태선 삼성화재 사장 등도 조사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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