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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된 '반값 등록금' 공약을 찾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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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실종된 '반값 등록금' 공약을 찾습니다"

[인터뷰] '등록금넷' 안진걸 상황실장

그는 요즘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주변 사람은 "저러다 정말 전화기에 불 날 것 같다"며 농담반 진담반 걱정을 한다. 실제로 그의 전화는 인터뷰 내내 5분이 멀다 하고 쉴새없이 울렸다. 바로 참여연대 안진걸 민생희망팀장이다.

안진걸 팀장은 지난 2월 전국 540개 시민·사회단체가 모여 출범한 '등록금 대책을 위한 시민·사회단체 전국네트워크(등록금넷)'의 상황실장을 맡았다. '등록금넷'은 2~3월 내내 각 대학을 찾아가 개강맞이 퍼포먼스를 벌였고 또 지난달 28일에는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1만여 명이 참석하는 대규모 집회를 벌였다. '등록금 1000만 원 시대'라는 신조어를 낳는 등 등록금 문제가 최근 최대의 민생 현안으로 떠오른 배경에는 이들의 노력이 있었던 셈.

이들의 활동은 총선을 앞둔 정치권에도 반향을 일으켰다. 지난달 28일 집회에는 통합민주당,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창조한국당 등 각 당 대표들이 참여해 지지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18대 국회에서 등록금 상한제, 후불제 등을 도입하는 등 등록금 문제 해결에 힘쓰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작 집권당인 한나라당은 이날 불참했다. '반값 등록금'을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던 한나라당은 등록금넷의 질의서에도 답변을 거부했다. 여론의 힘을 받은 등록금넷 활동의 갈길이 순탄해보이지만은 않는 이유다. 이를 어떻게 풀어나갈까? 1일 서울 통인동 참여연대 사무실에서 안진걸 팀장을 만났다.

"부모와 자식이 등록금 때문에 서로 미안해하는 사회"
▲ '등록금넷' 실무를 맡고 있는 안진걸 참여연대 민생희망팀장. ⓒ프레시안

"오늘 등록금넷 회의가 열렸다. 지난 주 집회에 대해 시민과 학부모들의 열렬한 지지와 호응 속에서 진행했다고 자체 평가를 했다. 오히려 경찰의 과잉 대응이 역풍을 불러 경찰과 집시법의 문제점과 등록금 문제의 심각성도 불거졌다. 사회적 공론화에 완전히 성공했다고 본다."


안진걸 팀장은 두 달간의 등록금넷의 활동을 "성공적"이라고 평가했다. 사실 등록금에 대한 문제제기는 올해 처음이 아니다. 각 대학별로 3월 새 학기가 시작될 때마다 납부 거부 등 등록금 인상 반대 운동이 펼쳐졌다. 그러나 시민·사회단체가 본격적으로 결합해 '등록금 투쟁'에 나선 건 올해부터다.

안진걸 팀장은 "올라도 너무 오른 등록금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졌다"며 "등록금 문제는 사실 대학생들의 문제가 아닌 자식을 둔 대부분 부모들의 문제"라고 밝혔다.

"대부분 부모들은 대학 등록금을 부담스러워 하고 있다. 또 다른 부모들은 다 내주는데 자기는 못 내주게 되면 죄스럽게 생각한다. 대학 다니는 자식들은 또 부모에게 미안하게 생각한다. 사실 국가가 책임져야 할 몫을 서로 미안하고 죄스럽게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대학 등록금이 대부분 가정의 관심사가 된 것은 그만큼 대학 등록금을 부담하는 가정이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고등학교 졸업생의 대학 진학율은 85%를 넘어선 상태다.

"모든 부모가 '교육비가 제일 부담'이라고 얘기한다. 우리나라 시민들이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1년에 20~30조 원의 사교육비를 쓴다. 또 대학에 가면 12~15조 원의 등록금을 낸다. 굉장히 큰 부담이다.

52개 생필품 관리로 서민 경제를 안정시킨다는 주장이 말이 안 되는 건 그 때문이다. 라면은 비싸도 대체품이 있다. 그러나 사교육비는 아니다. 애들이 학원에 보내달라고 보채고 부모들도 안 보내면 불안해지니까 보내야 하는 구조인 것이다.

등록금도 마찬가지다. 대학에 안 가면 되지 않냐고? 그렇지만 이제 우리나라에서 대학을 나오지 않으면 임금 격차나 비정규직 문제 등에 정면으로 부딪히게 된다. 대학에 가기 위한 사교육비도 마찬가지다. 교육비는 주거비, 의료비와 더불어 서민 생활에서 피할 수 없는 부담이 돼 버렸다."


"교육은 개인이 부담해야 할 몫? 천만의 말씀"

안진걸 팀장은 결국 이 '부담'을 덜어줘야 하는 주체는 정부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등록금 투쟁은 교육 공공성을 전면 확대해가는 운동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처음부터 교육을 개인에게 부담시켰다. 사교육비는 물론 대학 등록금을 당연히 개인이 내는 걸로 안다. 그렇지만 교육은 민주사회에서 권리이자 의무다. 양질의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결국 국가와 사회를 위해서 일하고 세금도 내는 것 아닌가. 많은 사람들이 질좋은 교육을 많이 받을 수록 그 사회의 경쟁력이 높아지는 것이다.

단순히 등록금을 깎아달라는 운동이 아니라 공적 영역인 교육에 대한 국민적 권리, 국가의 책임을 명확히 하는 '교육 공공성 확대 운동'으로 가려는 이유다."

그는 같은 이유로 "등록금이 비싸니까 기여입학제를 추진하자"라는 주장에 대해서 "정말 황당한 논리"라고 지적했다.

"이 역시 또 교육을 사적으로 부담시키는 것이다. 돈많은 개인에게 대학 학위를 팔고, 그 돈으로 가난한 사람을 지원해주겠다는 것인데, 올바르지 않다고 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대부분은 국가가 80%, 민간이 20%를 부담하고 있다. 우리는 정반대다. 민간이 80%, 국가가 20%를 부담하는 식이다. 선진국 따라가자고 얘기만 하는데 진짜 따라가야 할 부분은 이런 것이다."

"교과부 정책, 재정 확충 방안도 없이 뭘 하려고…"
▲ 한해 1000만 원을 넘는 대학 등록금은 이제 대학생뿐만 아니라 자식을 둔 전국 대부분 학부모들의 문제가 됐다. ⓒ프레시안

일단 이들의 활동이 등록금 문제를 국가가 책임지고 해결해야 한다는 여론화에는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교육과학기술부도 최근 저소득층에 대한 장학금 지급, 소득 연계형 등록금 납부 등의 대책을 담은 정책안을 발표했다.

이는 '등록금넷'이 제시했던 등록금 후불제 등의 대안과도 비슷해보인다. 그러나 안진걸 팀장은 "교과부의 정책에는 등록금 인하에 대한 어떤 방안도 없다"며 "교과부 정책이 국민들의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예전에 비해 등록금 대책을 내놓으려 한다는 것은 긍정적이다. 그렇지만 예산을 늘리겠다는 방안도, 등록금을 낮추겠다는 방안도 나와있지 않다. 국가장학금제도를 만들어서 저소득층에게 장학금을 주겠다고 하면서도 그 계획이 구체적으로 나와있지 않은 상태다.

장학금 제도를 내놓으려면 차라리 미국이나 일본처럼 우리 돈으로 연간 소득 4000~6000만 원 이하이면 등록금을 면제하는 식으로 과감하게 내놓았어야 한다.

만약 소득수준 최하위 10% 계층에게 학비를 면제해준다고 하면 약 1조2000억 원의 등록금이 면제될 것이다. 그런데 정작 정부는 교육재정을 4조 원 늘려 이를 영어교육 강화에 쓰겠다고 한다 국민들이 요청한 적도 없는 영어교육은 느닷없이 제안해서 걱정에만 빠트리고 정작 필요한 등록금은 예산조차 내놓지 않았다."


"한국에 꼭 맞는 등록금 정책, 지금부터 대안 찾기 나서야 한다"

그는 정부가 정말 등록금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있다면 교과부의 대안처럼 결코 만만하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덧붙였다. 이는 곧 지금 '등록금넷'이 당면한 과제이기도 하다.

지난 2월 출범한 등록금넷은 유럽, 호주, 미국 등 다양한 해외 사례를 제시하며 등록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해 왔다. 사립대학이 많은 미국 등이 등록금을 대학 자율에 맡기는 대신 미래 소득과 연계한 등록금 후불제를 실시하고 있다면 대학평준화가 정착된 프랑스 등 유럽 국가에서는 등록금 상한제를 실시하고 소득수준에 따라 등록금을 책정하는 차등책정제를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한국 상황에서 가능한 해법은 '등록금넷'에서도 여전히 '모색 중'이다. 안진걸 팀장은 "우선 이뤄져야 할 부분은 우선 한나라당도 주장했듯 등록금을 인하하는 일"이라며 "이를 보완하기 위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굉장히 걱정이 많다. 실제로 각 대학에서 400~500만 원씩 받고 있는 등록금을 대폭 인하하면 그만큼 국가 재정이 투입되거나, 재단전입금을 늘리거나, 막대한 적립금을 투입하거나, 효율적으로 예산을 편성하거나, 사회적 기부가 늘어나야 한다. 또는 이 다섯 가지가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어려운 부분이다.

'등록금넷'은 대안을 점차 압축해 좀더 설득력 높고 구체적인 안을 만들 계획이다. 등록금 상한제와 등록금 후불제가 두 개의 큰 골자다. 가계소득 12분의 1 안팎에서 등록금을 책정하는 상한제를 실시하고 납부 방법도 나중에 소득이 생길 때 낼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교육 재정 확보가 필수적인 상황이다."


"한나라당, 수십 번 얘기한 '반값 등록금'만 제대로 해도 된다"
▲ ⓒ프레시안

안진걸 팀장은 "시민·사회단체는 계속 대안을 제시할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사실 대통령과 국회가 결단만 하면 쉽게 해결될 수 있는 문제라는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한나라당이 수십 번 얘기한 '반값등록금', 그러니까 그것만 해달라는 것"이라며 "대통령이 약속을 지키기 위해 마음만 먹으면 된다"고 강조했다.

"지금부터 '반값 등록금 TF'를 만들어서 특단의 대책을 세우자고 지시하면 여러가지 시나리오가 나올 수 있다.

한나라당은 지난 2006~2007년 내내 반값 등록금이 가능하다고 얘기하고 다녔다. 당장의 등록금은 반만 내고 반은 나중에 돈벌어서 내게 하겠다고 했다. 맞다. 머리를 쓰면 방법이 없는게 아니다. 국가가 결단만 내리면 된다. 예산상 압박이 있을테니 이걸 어떻게든 순차적으로 확보를 해서 내년이 당장 안되더라도 5개년 계획을 세우던지 하면서 지금부터 대책을 마련해나가면 되는 것이다.

그런데 한나라당은 등록금넷 질의서에 답변을 거부했다. 등록금 집회 참석도 거절했다. 자신들에게 비우호적인 단체들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굉장히 반민주적인 발상이다."


안진걸 팀장은 "총선에서 최대한 이슈가 되도록 집중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며 "총선 이후에도 새로 당선된 국회의원들과 함께 등록금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어떻게 해서든 끝장을 볼 것"이라며 "올해 내에 해결되지 않더라도 향후 1~2년 간 지속적으로 활동을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 정부 안에서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결국 다음 대선에서 유권자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는 4일 청와대에서는 이명박 대통령과 김도연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김영식 대교협 사무총장 및 각 대학 총장 등이 모여 등록금 대책 등 교육정책을 논의하는 간담회가 열릴 예정이다.

안진걸 팀장은 "이제 대학 총장들이 '반값 등록금'을 실현해달라고 정부에 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학이 반값의 절반을 부담할 테니 나머지는 정부가 내라든지, 향후 몇 년간 등록금 동결할테니 정부 지원을 늘려서 등록금을 인하하자든지 하는 '아름다운 협상'이 가능하지 않겠냐"라며 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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