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와 정치는 무관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 하지만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혹자는 내가 너무 영화를 정치적으로 해석한다고 불만이다. 내가 생각해도 좀 지나친 감이 없진 않다.) 유일하게 영화와 정치만이 뒤에 '판'이라는 말을 붙인다. 정치판 혹은 영화판이라는 식으로. 미술계를 미술판, 음악계를 음악판, 무용계를 무용판이라고 부르지는 않지 않는가. 그래서 난 더욱더 영화와 정치가 밀접한 관계에 있다고 생각한다,면 거 참 구실 한번 좋다고들 하실까. 유인촌 장관의 발언이 시끄럽다. 전 정권에서 임명된 문화계 기관장들에게 '알아서 나가라'고 했기 때문이다. 무심히 지나가기에는 영화진흥위원회니 영상자료원이니 영상물 등급위원회니 등등 영화판도 적지 않게 들썩이는 구석이 많게 생겼다. 게다가 마침, 영화진흥위원회의 안정숙 위원장이 이런저런 이유로(남편인 원혜영 민주당 의원이 곧 다시 국회의원에 출마하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예상되는 유세활동 등 도의상 물러나야 한다고 얘기해 왔다는 것이다) 조기사퇴를 한 마당이다. 그러니 더욱더 영화판은 싱숭생숭하게 생겼다. 그런 상황탓인지 영화판 이곳저곳에서 돌아가는 '낌새'가 심상치가 않다. 신임 영화진흥위원장 자리를 놓고 여러 사람이 벌써부터 하마평에 오르는가 하면, 어떤 사람들은 스스럼없이 내가 그 자리를 맡겠다고 공공연하게 '운동을 하고 다닌다'는 것이다. 뭐, 세상이 바뀌었으니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지만 문제는 떡 줄 사람은 전혀 생각지도 않고 있는데 영화판의 일부 사람들만 후끈 달아오른 형국이다. 모양새가 좋지 않다. 조금 차분하게 사태를 관망할 때가 아닌가 싶다. 조금만 머리를 굴리면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 자리는 매우 '정치적'으로 임명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무슨 말인고 하면, 유인촌 장관의 발언 등등을 감안할 때 새 정부는 공기업 인사를 큰 그림을 그려 전체적으로 단행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총선의 시기가 맞물려 있다. 자칭타칭 공천에서 탈락하게 될 '전직' 의원님들이 적지 않게 될 것이고 대통령 선거가 끝난 만큼 일정한 논공행상도 진행해야 하는 만큼 영화판이 김칫국부터 마시는 것과는 달리 전혀 예상하지 못하는 인사가 진흥위원장이 될 가능성도 없지 않은 것이다. 그렇게 되면 어쩔 것인가. 닭좇던 개 지붕이나 쳐다 볼 것인가. 생각해 보면 지금의 영화계는 '자리'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거나 지난 10년의 영화계가 어떻다는 둥 말도 안되는 '색깔론'으로 아웅다웅할 때가 아니다. 특히나 한국영화감독협회처럼 영화진흥위원회가 그동안 기금 수천억원을 전횡했다느니 등등 근거없는 싸움을 걸거나 해서는 안될 때다. 지금이 어떤 때인가. 관객 수가 격감하고 있고, 만드는 영화마다 되는 게 별로 없으며, 한국영화 위기론이 수그러들지 않을 때다. 스크린쿼터 싸움처럼 명분이 있는 것도 아니고 영화계 내 권력싸움으로 비칠 만한 일을 만들어서 자꾸 군불을 때면 한국영화에 대한 대중들의 사랑은 점점 더 식으면 식었지 달궈지지 않는다. 때문에 지금은 새로운 '자리'에 대한 얘기보다 한국영화 진흥에 대한 새로운 '방법론'을 보다 정갈하게 작성해 내는데 머리를 맞대야 할 때다. 지금은 마치 시나리오없이 촬영장에 나가 영화를 찍으려는 감독의 마음일 뿐이다. 적절치 않다. 특히나 지난 정부를 통해 한국사회는 일정한 절차적 민주주의를 어느 정도 완수해 낸 상태다. 새 위원장이든 새 위원이든 기존 영진위 안에 만들어질 '추천위원회'의 논의과정을 거치게 돼있다. 현재 추천위 구성에 대해서는 얘기조차 나오지 않고 있다. 그러니 너무 서두르고들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서둘러야 할 일은 정작 다른 데에 있다. 일의 우선순위를 생각해야 할 때다. (*이 글은 영화주간지 무비위크에 실린 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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