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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89% "삼성 비리조사 한국경제에 도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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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89% "삼성 비리조사 한국경제에 도움"

IGM세계경영연구원 조사…"삼성 대응 비상식적" 57%

삼성의 조직적인 비리 의혹을 접한 다른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조사 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이 결과에 따르면, 조사 대상 CEO 가운데 89%가 삼성 관련 의혹에 대한 수사가 장기적으로 국가 경제에 큰 보탬이 되리라고 전망했다. 또 현재 불거지고 있는 다양한 의혹에 대한 삼성의 대응이 '비상식적'이라는 의견도 57%에 달했다. 삼성의 비리 의혹에 대한 전면적인 조사에 대해 경제인들이 불안해 한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와 배치되는 결과다.

재벌 총수의 아들이라도, 경영 능력이 입증되지 않았으면 경영권을 물려받아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70%였으며, 이건희 삼성 회장의 외아들이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의 경영능력이 입증됐다는 의견이 13%에 불과했다.

비리 의혹 조사에 대한 삼성의 대응, CEO 57%가 "비상식적이다"

CEO 교육 기관인 IGM세계경영연구원이 지난 2월 한 달 동안 국내 CEO 14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조사에 응한 CEO들이 속한 기업의 매출 규모는 300억 원 미만부터 2조 원 이상까지 다양하다. 업종 역시 금융, 유통, 제조, 정보통신 등으로 고르게 분포하고 있다.

비리 의혹 관련 증거를 은폐하거나 질문에 대해 부인으로 일관하는 등 삼성 특검 조사에 응한 삼성 관계자의 태도에 대한 응답 결과를 보면, 조사 대상 CEO 가운데 57%가 "비상식적 대응", 35%가 "불가피한 처신", 7%가 "현명한 대처"라고 답했다.

또 비리 의혹을 받고 있는 삼성 측이 지금 가장 먼저 취해야 할 행동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는 응답 CEO의 35%가 "대국민 사과 및 투명 경영 의지 표명"을, 30%가 "기업 문화 및 지배구조 개선 방안 제시"를, 21%가 "검찰 수사에 대한 적극적인 협조 의지 표명 및 실천"을 꼽았다.

CEO 89% "삼성 의혹 조사, 한국 경제에 장기적으로는 이익"
▲ 시민·사회단체가 삼성 비자금 조성을 비판하는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다. 기업 CEO들도 삼성의 각종 비리 의혹과 이에 대응하는 삼성의 처신에 비판적이었다. ⓒ프레시안

현재 삼성이 취하고 있는 태도와는 거리가 먼 내용들이다. 물론 삼성의 이런 태도를 옹호하는 이들도 꽤 있다. 이들은 "기업 활동에 대해 지나치게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면, 국가 경제가 위축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실물 경제 현장에서 직접 기업을 경영하고 있는 이들의 생각은 어떨까.

조사에 응한 CEO들 가운데 72%는 삼성의 비리 의혹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단기적으로는 부정적이지만 장기적으로는 긍정적"이라는 대답했다. 또 17%는 "단기와 장기적으로 모두 긍정적"이라고 대답했다.

응답자 가운데 압도적 다수(89%)가 삼성 비리 의혹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장기적으로는 한국 경제에 유익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본 셈이다.

총수 가족 경영에 관대한 CEO들 "그러나 능력은 검증해야

삼성이 다양한 비리를 저질렀다고 보는 이들은 그 원인으로 무리한 경영권 승계를 꼽는다. 이재용 씨가 적은 지분으로 삼성 계열사 경영권을 장악하도록 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불법 행위가 뒤따랐고, 이를 무마하는 과정에서 다시 다양한 비리가 저질러졌다는 것.

애당초 이건희 삼성 회장이 외아들인 이재용 씨에게 경영권을 물려줄 생각을 품지 않았다면, 대규모 비리는 생기지 않았으리라는 해석이기도 하다.

다른 기업 CEO들은 재벌 총수가 자식에게 경영권을 물려주는 것에 대해 어떻게 보고 있을까. 조사에 응한 CEO 가운에 61%는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비리가 있었다면, 법에 따른 처벌은 받되 경영권 승계 자체는 반대할 수 없다"라는 입장을 취했다. 총수의 혈족에게 경영권을 물려 주는 것에 대해 대체로 관대한 입장을 취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응답자 가운데 16%는 "위법 여부와 관계 없이, 이재용 씨의 경영 능력이 입증될 때까지 경영권을 넘겨줘서는 안 된다"라는 입장을 취했다. 또 "승계 과정에서 불법이 있다면, 경영권을 넘겨줘서는 안 된다"라고 응답한 비율도 14%에 달했다.

응답 CEO 가운데 30%가 이재용 씨가 삼성 경영권을 물려받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는 셈이다.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저질러진 불법 행위가 이후에도 정상적인 경영의 발목을 잡는 요소가 되리라고 여기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재용 씨의 경영 능력이 입증되기 전에는 이 씨가 삼성의 경영을 맡아서는 안 된다"는 의견은 16%에 불과했지만, 재벌 총수 가족의 경영 능력에 대해 엄격한 잣대를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을 낸 비율은 높았다.

응답자의 70%가 재벌 총수에게 경영권을 넘기려면, '능력 검증'이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취했다.

"이재용 씨 경영 능력 입증됐다"는 13%뿐

그렇다면 조사 대상CEO들은 이재용 씨의 '능력'에 대해서는 어떤 입장을 취하고 있을까. 이 질문에는 80명만이 응답했으며, 그 결과는 대체로 이 씨의 경영능력에 대해 회의적인 쪽이었다. 응답자의 13%만이 "이재용 씨의 경영능력이 입증됐다"고 답했으며, 55%는 "잘 모르겠다"라고 답했다.

삼성의 경영권 승계 과정을 놓고 다양한 의혹이 제기돼 왔다. 그러나 이재용 씨가 경영권을 물려받는 것을 가로막는 법적 장애물이 될만한 의혹은 아직 없다. 그러나 법적 정당성이 아니라 경영자들 사이에서의 '평판'을 놓고 보면, 이재용 씨 앞에 놓인 장애물은 만만치 않은 셈이다.

지난 2000년 'e-삼성' 경영에 실패한 전력이 있는 이재용 씨가 자신의 경영능력을 어떤 방식으로 입증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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