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의 외아들 이재용 씨에게 경영 성공 사례를 만들어 주기 위해 삼성 수뇌부가 기획한 것으로 알려진 'e삼성' 사업 관련자에 대한 조사가 시작됐다. (☞ 관련 기사 : "핵심은, 구조본이다", "삼성의 2001년 e삼성 관련 해명도 짜맞추기")
'이재용 띄우기'위한 e삼성 사업, 조사 착수
삼성 비리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조준웅 특별검사팀은 4일 이재용 씨의 경영 실패로 부실화한 e삼성 지분을 사들여 회사에 피해를 입혔다는 지적을 받아온 삼성 고위 관계자들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e삼성 관련자들에 대한 조사가 관심을 끄는 이유는 다양하다. 지난 2000년, 삼성은 e삼성이라는 벤처기업을 설립해 대대적인 투자를 했다. 벤처 열풍이 한국 사회를 휩쓸던 무렵이어서, 삼성의 이런 행보가 썩 어색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거의 주목을 받지 못한 채 출발하는 여느 벤처기업과 e삼성은 크게 달랐다. 설립 당시부터 언론의 대대적인 관심을 끌었다. 이재용 씨에게 삼성의 경영권을 넘기기 위한 계획의 일환이라는 해석 때문이다.
내세울 만한 경영 실적이 없는 이재용 씨에게 성공 사례를 만들어 주기 위해 삼성 구조조정본부가 치밀하게 계획한 사업이라는 것.
"이재용의 경영 실패를 삼성 직원과 주주에게 뒤집어 씌웠다"
하지만 e삼성은 실패했다. 불과 1년을 넘기지 못하고 대부분의 사업을 접어야 했다. 일반적인 경제 원리에 따르면, 사업을 주도한 이재용 씨는 막대한 손해를 입어야 한다. 그러나 이 씨는 거의 손해를 입지 않았다. 삼성 계열사들이 e삼성 지분을 비싼 가격에 사들였기 때문이다. 이재용 씨의 실패를 삼성 계열사들이 뒤집어 쓴 셈이다. 삼성 직원들, 그리고 주주들은 억울한 피해를 입게 됐다.
이에 대해 참여연대가 2005년 이재용 씨와 그의 지분을 매입한 8개 계열사의 대표이사 등을 고발했으나, 수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하지만 e삼성 사업이 이재용 씨를 위한 계획의 일환이었던 만큼,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을 다루는 삼성 특검은 당시 고발 내용을 비켜갈 수 없다. e삼성에 대한 조사를 시작한 삼성특검은 단순한 배임 혐의만이 아니라 공정거래법 위반 및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등을 두루 파헤칠 것으로 보인다.
비리 의혹 관련 증거 폐기한 삼성화재 전무도 조사
한편 특검은 비자금 조성ㆍ관리 의혹에 관한 자료를 폐기해 특검 수사를 방해한 의혹을 받고 있는 김승언 삼성화재 전무도 출석시켜 조사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특검은 삼성 임직원의 과세자료 제출을 거부한 국세청에 대해 "다시 연락해서 자료의 필요성을 설명하겠다"고 밝혔다. 국세청과 금감원은 삼성 비리 의혹의 열쇠를 쥐고 있는 기관으로 꼽힌다. 이들 기관의 협조를 얻지 못하면, 삼성의 비리에 대해 쏟아진 증언 가운데 대부분은 그저 '의혹 제기' 수준에 머물게 된다. 증거로 뒷받침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핵심 자료를 쥐고 있으면서, 내놓지 않고 버티는 국세청과 금감원에 대해 특검이 취하는 태도가 특검의 수사 의지를 가늠하는 잣대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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