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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에 좌우되는 인권은 필요없다"

학계ㆍ시민사회, '인권위 독립성 훼손'에 강력 반발

국가인권위원회를 대통령 직속기구화하겠다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방침에 대한 학계 및 시민사회 단체의 반발이 고조되고 있다.

강경선 방송통신대 교수, 강성태 한양대 교수 등 법학 교수 147명은 23일 서울 정동 세실레스토랑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인권위를 독립기구로 유지하도록 권고했다. (☞ 기자회견문 전문 및 참가교수 명단 보기)

그리고 인권운동사랑방, 참여연대 등 74개 시민사회단체도 이날 인수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인권위를 특정한 정치적 이념의 구현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시켜서 결국 정권의 시녀로 만들려는 어떤 시도도 거부한다"고 밝혔다.(☞ 기자회견문 전문 및 관련 자료 보기)

"'권력분립 원리'는 인권 보호 위한 것"…당선인 측 입장은 모순

법학 교수들은 이날 회견문에서 "인권위와 방송위는 3부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독립위원회의 지위를 가지고 있는데, 이는 헌법의 권력분립 원칙에 위배되며 때문에 지나치게 격상된 조직의 위상을 정상화하기 위해 인권위와 방송위를 대통령 소속으로 전환시키겠다"라는 인수위 입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이들은 "권력분립을 이유로 인권위를 국가권력기관에 소속시키려 한다는 인수위의 주장은 권력분립원리에 대한 몰이해에 기초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근대헌법의 형성과정에서 권력분립제도는 국민의 인권보장을 위해서 고안된 기술적인 제도"라는 것.

즉, 권력분립을 이유로 인권보호기구의 역할을 위축시키는 인수위의 입장은 논리적인 모순이라는 지적이다.

그리고 인권을 존중하는 헌법 정신을 제대로 구현하려면, 인권위의 독립성을 더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뒤따랐다.

이들은 이날 회견문에서 "일각에서는 인권위의 활동에 대해서 여전히 미흡하다는 평가 역시 없지 않다"라고 밝혔다. 그리고 그 이유에 대해서는 "종래 인권위가 법적, 운영상 측면에서는 독립성을 확보하고는 있으나, 조직이나 예산 등의 측면에서 여러 가지 법적 제약을 받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들은 "인권위가 보다 완전한 독립성을 확보할 수 있는 제도개선을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이것이 인수위가 노력해야 할 지점이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 정반대의 모습에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라고 밝혔다.

▲ 23일 오전, 인수위 앞에서 '인권위의 대통령 직속 기구화' 방침에 항의하는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 ⓒ프레시안

인권위의 독립성 보장은 국제적 합의


이런 우려는 한국의 국제적 위상 하락에 대한 불안감으로 이어진다.

이들은 회견문에서 "우리나라는 유엔 사무총장을 배출한 국가이며, 인권이사회 이사국 지위도 보유하고 있는 국가다. 그런 국가에서 인권보장기구의 지위를 격하시키는 조치를 취할 경우 우리나라의 국제적 위상도 부정적인 영향을 받게 될 것이다. 이미 유엔인권판무관이 인수위에 인권위의 독립성을 지켜 주도록 항의하는 서한을 보냈다는 것이 그 증거일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국제적인 기준에 비춰 봐도, 인권위의 독립성은 중요한 문제다. 이들은 회견문에서 "인권위는 유엔의 권고나 '국가인권기구설립에 관한 파리원칙'을 보더라도 독립성의 유지가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되는 기구임을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1993년 유엔총회의 결의로 채택된 '국가인권기구의 지위에 관한 파리원칙'과 '유엔의 설립지침서'를 들어 인권위의 독립성을 세 가지 의미로 구분했다. 이들은 "첫째는 법적 자치 및 운영상의 자치를 통한 독립성, 둘째는 재정적 자치를 통한 독립성, 셋째는 임면과정상의 독립성, 넷째는 구성을 통한 독립성"이라고 설명했다. 이 가운데 "법적 자치 및 운영상의 자치를 통한 독립"에 대해 '유엔의 설립지침서'는 '행정부로부터의 독립'을 강조하고 있다고 이들은 지적했다.

"대통령 직속 인권위를 누가 신뢰할까"

하지만 인권위가 행정부로부터 독립적이어야 한다는 논리가 국제기구의 권고에 의해서만 정당성을 갖는 것은 아니다.

법학 교수들의 설명은 이렇다. 인권침해 여부에 대한 조사작업은 그 자체로 인권침해에 대한 강력한 견제장치로 기능할 수 있다. 그리고 인권침해 여부에 대한 조사는 인권위의 주요 업무 가운데 하나다. 그런데 국가기관에 의한 인권침해를 감시하고 조사하려면, 다른 국가기관으로부터 독립적이어야 한다.

이런 판단에 따르면, 행정부의 수장인 대통령 직속 기구가 된 인권위가 제 구실을 할 수 없는 게 당연하다. 법학 교수들은 "설령 업무상으로는 독립성을 유지시켜 준다 하더라도 대통령 소속기관이 된다면, 일반인의 인식 속에서 인권위의 독립성은 허물어질 것이며, 국가인권정책에 대한 신뢰는 실추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인권위 진정 중 80%는 국가기관의 인권 침해"

이런 설명은 이날 인수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 시민사회단체들의 성명에도 나온다. 이들 단체들은 "(인권위가) 대통령 직속기구로 변화되더라도 운영의 독립성은 보장된다고 (인수위가) 주장하지만 이는 새빨간 거짓말이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들 단체들은 "△사형제 및 국가보안법 폐지 권고 △사생활 비밀 침해 방지를 위한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개선 △양심적 병역 거부권 인정 및 대체 복무제도 도입 △테러방지법 제정 반대 △이라크 파병 반대 △비정규직 법안 수정 권고 등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에 대해 인권위는 미흡하나마 정부의 눈치를 보기보단 '인권'의 편에 섰다"고 밝힌 뒤, "이는 인권위가 독립적인 위상을 가졌기 때문에 가능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들 단체들은 "하지만 인권위가 대통령 직속기구로 변화된다면 의제설정은 물론 인사와 예산, 운영 등 모든 영역에 대통령의 입김이 미칠 수밖에 없고, 이는 결국 대통령의 방침과 의중을 담은 정책 결정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라고 덧붙였다.

"일례로 사형제 존치를 주장해 온 대통령 밑의 직속기구가 더 이상 사형제 폐지를 천명할 수 있겠는가?", "비정규직의 고용안정과 차별시정보다는 사용자의 자율성에 더욱 무게를 두는 대통령 밑에서 비정규직 법이 잘못됐다고 주장할 수 있겠는가?"라는 질문이 뒤따랐다.

"2001년 인권위 출범 이후 인권위에 접수된 진정 중 80%가 교도소, 경찰, 군 등 국가기관에 의한 인권침해를 고발한 것"이라고 지적한 뒤, 이들 단체들은 "인권위가 대통령의 직속기구로 변모하면서 행정부의 일원이 된다면 '일침'보다는 협력이란 미명하에 서로의 편의를 봐주고 슬쩍 눈감는 방향으로 흐를 가능성은 더욱 커진다"라고 설명했다.

인권 침해 사례 가운데 대부분은 국가기관에 의한 것인데, 이에 대한 감시가 불가능해진다는 설명이다.

"이미 끝난 논쟁을 왜 다시 벌이나"

이날 회견에 참가한 이들을 더욱 답답하게 한 것은 인권위의 독립성 문제는 국내에서도 오랜 토론을 통해 이미 결론이 내려진 사안이라는 점이다.

법학 교수들은 "1998년 국가인권위원회법 제정을 위한 논의 초기부터 인권위의 법적 지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았습니다. 특수법인으로 하자는 정부와 국가기관으로 하자는 인권단체 사이에 격렬한 의견대립이 있었습니다. 또한 대통령으로부터 독립시킬 것인지에 대해서도 대통령 직속기구로 하자는 주장과 독립된 행정위원회로 하자는 주장이 대립되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논란과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어느 헌법기관에도 소속하지 않는 독립위원회로 하는 현행 국가인권위원회법이 제정되기에 이르렀습니다"라고 밝혔다.

'대통령 직속기구로 하자는 주장은 과거에 제기됐으나, 토론 과정에서 이미 폐기된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래서 기존의 합의를 뒤집고 이미 폐기된 주장을 다시 끄집어낸 인수위를 향해 이들은 "여론수렴도 없이 무리하게 추진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떨쳐낼 수 없다"고 밝혔다.

이런 불안감은 시민사회단체들의 회견문에서 더 짙게 드러난다. 이들 단체들은 회견문에서 "눈물과 투쟁으로 한걸음씩을 뗀 인권의 역사를 과거로 회귀시키는 상황 앞에서 우리의 마음은 너무나 참담하다"라고 밝혔다.

이어 이들 단체들은 "하지만 우리는 참담함만으로 현재의 상황을 지켜보지만은 않을 것이다. 7년 전, 칼바람과 눈보라 속에서 노상단식을 하며 독립된 인권위를 설립의 씨앗을 뿌렸듯, 다시금 독립된 인권위를 지켜내는 투쟁을 한걸음도 물러서지 않고 벌일 것이다"라고 밝혔다.

과거사 상처, 사회 양극화 대응하려면 인권위 강화해야

그런데 이날 회견에 참가한 이들이 인권위의 독립성을 강조하는 것은 단지 법리적인 이유만이 아니다. 지난 역사의 경험이 이들을 나서게 했다.

법학 교수들은 이날 "일제의 잔악한 식민통치와 그 유산을 극복하지 못한 상황입니다. 한국전쟁과 근대화, 군사정권을 거치면서 인권침해가 많았다. 아직도 과거청산이 되지 않은 억울한 사건들이 많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들은 "독립적인 국가인권위원회의 설립은 이러한 참혹한 반인권적인 불법이 자행되던 과거와의 단절 약속이다. 단지 정부조직 개편이라는 이름으로 이러한 약속을 깨뜨려서는 안 된다"라고 밝혔다.

과거사의 상처 때문이 아니더라도 인권위를 강화해야 할 이유는 많다. 1997년 IMF 외환 위기 이후 심화된 사회·경제적 양극화가 중요한 이유로 꼽힌다. 이들 교수들은 "빈곤과 사회 양극화로 표현되는 새로운 반인권상황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물질이 아니라 인권이 중시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확대된 인권정책, 인권행정이 필요한 때"라는 것.

이들 교수들은 "대통령이 누구인지, 어느 정당이 여당이 되든지 간에 보편적 가치로서 인권을 실현해 나갈 수 있는 국가기구로 맡겨진 소임을 다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우리 사회의 인권후퇴를 알리는 첫 신호탄"

이날 오전 인수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 시민사회단체들의 회견문은 "꼭 독립된 국가인권위원회여야 한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이들 단체들은 인수위의 방안에 대해 "민주주의와 인권을 후퇴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 단체들은 인수위의 방침에 대해 "앞으로 진행될 우리 사회의 인권후퇴를 알리는 첫 신호탄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명박 당선자가 내세우는 친기업적 경제성장, 개발 논리는 힘없는 자의 인권을 철저하게 무시할 때만이 달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라는 설명이 뒤따랐다.

이어 이들 단체들은 "이 당선자는 사회적 약자들의 고달픔은 안중에 두지 않고 의료, 교육, 주거, 복지 부분을 대거 시장에 내놓겠다고 선언하고 있다. 또한 청계천 복원공사 과정에서의 노점상이나 영세 상인들을 울부짖음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던 기억을 상기해본다면, 대운하 건설에 따른 재앙을 쉽게 예감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명박, '비판 없는 공안정국' 꿈꾸나"

또 국·내외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아랑곳않는 당선인 측의 태도에 대해서는 "아무런 비판과 견제 없이 국정을 운영하기 위한 공안정국의 창출을 기대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런 우려는 지난 21일 한나라당의 성명과 맞물려 더욱 증폭됐다. 당시 한나라당은 인권위를 독립기구로 유지해야 한다는 서한을 보낸 루이즈 아버 유엔인권고등판무관을 향해 격렬한 비판을 쏟아냈다. 한나라당은 당시 성명에서 "지난 좌파 정권 5년 동안 국가인권위가 아직은 헌법상 우리 영토인 북한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열악한 인권상황 및 탈북자들의 인권을 애써서 외면해 온 것을 잘 알고 있는 루이즈 아버 씨라면, 왜 대한민국의 국가인권위가 지난 좌파 정권 기간 내내 대한민국 국민들의 지탄을 받아왔는지에 대한 심정적 이해와 더불어 인수의의 조직 개편 노력을 이해했을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런 입장에 대해 한상열 한국진보연대 상임대표는 인수위 앞 회견에서 "국가인권위원회를 북한인권전담기구로 만들려는 속내를 드러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인권위가 산적한 국내 인권 문제를 등한시하고, 정치적 목적에 이용당할 수 있다는 우려다.

실제로 조사 권한이 없고, 권고안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 북한 내부 인권 문제에 대해 발언하는 것은 공허하다는 게 많은 인권 활동가들의 생각이다. 또 국내 인권 문제를 외면하면서 북한 인권 문제만 지적한다면, 정당성을 갖기 힘들다는 생각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날 회견에 참가한 많은 활동가들은 정치적 목적에 휘둘리기 쉬운 북한 인권 문제에 집중하는 것에 대해 조심스러워 했다. "아직은 국내 인권 문제만으로도 벅차다"라는 의견도 있었다.

'마사지 걸', '장애인 낙태'…"당선인의 일그러진 인권의식"

이어 그는 이명박 당선인과 인수위에 대해 "인권에 대한 철학이 없다"고 비판했다.

이처럼 당선인 측의 인권의식을 탓하는 목소리는 여러 차례 나왔다. 이날 회견에 참가한 단체들은 당선인이 선거 기간 중 내뱉은 '마사지 걸', '장애인 낙태' 발언을 언급하며 "한때의 말실수가 아니다. 당선인의 일그러진 인권의식의 단면이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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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즈 아버 유엔인권고등판무관(UNHCHR), "인권위의 독립성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계획을 재검토해 인권위가 국내적, 지역적, 세계적 수준에서 훌륭하게 하고 있는 역할을 앞으로도 계속 수행할 수 있도록 해 줄 것을 요청한다."(인수위에 서한 발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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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위, "국가인권위원회를 독립기구로 설치해야 한다는 취지에 100% 공감한다. 다만 우리 헌법이 국가인권위원회를 헌법재판소나 중앙선거관리위원회처럼 제4부의 지위를 갖는 독립기구로 아직은 규정하고 있지 않아 불가피하게 대통령 소속으로 옮겼을 뿐이다. 그러나 국가인권위원회의 구성, 임명방식, 직무의 독립성 등은 지금처럼 변함없이 보장된다." (정부혁신·규제개혁 TF 팀장 박재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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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위 브리핑 "(독립성 문제는) 조직의 법적 위상이 문제가 아니라 기능이 실질적으로 운영되느냐, 부당한 압력을 받을 소지가 있느냐에서 검토돼야 한다", "그 점에 있어 두 기관 다 독립성을 보장받을 수 있고, 합의제로 운영되기 때문에 정치적 균형을 가질 수 있다."(기획조정분과 박형준 의원)

대통합신당 "최대한 서둘러도 28일 통과는 불가능하며, 졸속 통과는 나라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우상호 대변인 명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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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위, 정부조직개편 관련 45개 법안 국회 제출(한나라당 발의)…국가인권위법 개정안 포함

국제앰네스티 성명, "독립성의 결여는 다른 국가기관의 개입이나 간섭 없이 국내 인권 쟁점에 대해 의견을 표명해야 하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객관성과 권위를 훼손시킬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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