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특검, 에버랜드 창고 수색…비자금으로 구입한 미술품 보관 의혹
특검팀 소속 검사와 수사관들은 이날 오후 4시께 차량 2대에 나눠 타고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에 도착해 안내견,구조견 학교 뒤에 있는 창고를 수색했다.
"최근 삼성 비자금 조성 의혹이 불거진 후 이건희 삼성 회장의 부인인 홍라희 리움미술관장이 비자금으로 사들인 미술품이 서울 한남동 리움미술관에서 에버랜드 내 미술품 보관 창고로 은밀히 옮겨졌다"라는 내용의 보도 때문이다. 20일 밤과 21일, KBS '취재파일 4321'과 <한겨레>는 익명 제보자의 발언을 인용해 이렇게 보도했다.
창고에 숨긴 미술품, "너무 많아서 세기 힘들다"
이날 압수수색에서 발견된 미술품의 수는 특검이 아직 헤아리지 못할 정도로 많다. 약 수천에서 수만 점 가량으로 추산된다. 그리고 외견 상 허름해 보이는 창고 내부에는 항온, 항습 장치가 설치돼 있다. 미술품 보관을 위한 장치다.
이제 남은 과제는 은밀하게 구입한 미술품의 규모와 구입자금의 출처, 구입 경로 등을 확인하는 것이다.
특히 이 창고 안에 리히텐슈타인의 '행복한 눈물'(90억원), 스텔라의 '베들레햄 병원'(100억원) 같은 고가 미술품이 존재하는지 여부를 밝히는 게 관건이다.
김용철 증언 확인되나
고가 미술품이 은밀히 보관돼 온 것으로 드러날 경우, 삼성이 불법적으로 조성한 비자금이 고가 미술품 구입에 쓰였다는 의혹은 신빙성을 얻게 된다.
삼성 비자금 의혹을 처음 제기한 김용철 변호사는 삼성 측이 차명계좌를 통해 확보한 수백억원대 비자금으로 고가의 미술품들을 사들였다고 주장했었다. 그는 이런 주장을 바탕으로 미술품 거래에 관여한 서미·국제 갤러리 등 유명 갤러리와 고가 미술품을 보관하는 곳으로 알려진 리움미술관 등에 대한 압수수색 및 거래내역 조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창고 안에서 고가 미술품이 발견된다면, 김 변호사의 주장대로 수사가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에버랜드 창고에 미술품이 다량 보관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특검이 고가의 미술품을 찾지 못할 수도 있다.
이 경우, 특검은 서미·국제·리움 미술관 등의 매출 및 해외 미술관과의 거래내역을 조사하고, 국세청 등과 협력해 세금신고 내역 및 매수자금 출처를 조사하는 등 간접 수단을 통한 조사를 진행해야 한다.
결정적 단서인 고가 미술품, 발견될까
다량의 미술품이 보관돼 있는 에버랜드 창고의 공식적인 용도는 맹인 안내견·구조견 등을 기르는 축사 혹은 각종 행사 소모품이나 교육용 교재 등을 보관하는 장소다. 실제로 삼성 에버랜드 측은 특검의 수색팀이 조사를 시작하는 순간까지도 이렇게 주장했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비자금 의혹의 단서가 될 수 있는 서류 역시 이곳에 보관돼 왔다는 의혹을 제기한다. 이런 의혹은 아직까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특검의 압수수색 소식이 전해졌을 때, 별 성과를 거두지 못하리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이날 압수수색이 언론 보도 이후 상당 시간 지난 뒤 진행돼서, 삼성 측이 미술품을 미리 다른 곳으로 옮겼으리라는 것. 그러나 하루만에 옮기기에는 은닉 미술품의 규모가 너무 컸던 까닭인지, 이런 예상은 빗나갔다.
하지만 삼성 측이 비자금 의혹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고가 미술품은 따로 빼돌렸을 가능성은 아직 남아 있다. 이 경우, 삼성특검은 더 까다로운 수사를 해야 한다.
홍라희, 소환될까
일단 삼성이 천문학적 규모의 미술품을 비밀 창고에 은닉해 왔다는 사실은 드러났으므로, 홍라희 리움미술관장과 '삼성가(家)'의 미술품 구매를 대행한 홍송원 서미갤러리 대표 등에 대한 소환조사를 피할 수 없게 됐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홍라희 관장은 이건희 가문의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미술계에 큰 영향력을 행사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