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방에서 쌩~쌩~ 달린다. 인라인스케이트를 타고. 밤새 컴퓨터게임만 하고 인터넷에서 '음란의 바다'에 빠져 헤매지나 않을까 걱정했던 우리의 젊은이들이 이렇게 훌륭하게 여가를 보내고 있다.
이들이 장착한 헬멧과 무릎과 팔꿈치보호대를 보노라면 오랜 세월 우리 어른들이 경시해왔던, 그래서 종종 참담한 결과를 불러왔던 안전(!), 그렇다 안전제일을 되새기게까지 한다. 거기에 스케이트를 신으니 20센티는 더 커 보이고 무언가 특별한 게 있는 듯한 가죽 장갑까지 끼고 있으니 (면장갑이 아닙니다요.) 한 마디로 폼 난다. 이전 세대와는 다른, 새로운 인류(人類)로 보인다.
외국에서 인라인스케이트를 타는 이러한 신인류를 보며 부러워했었다. 바로 내가 찾아 헤매던 스포츠다. 좋은 운동이라 그런지 우리나라 청소년, 젊은 층에선 들불 번지듯 번지고 있다 한다. 우리 학교 입구에도 얼마 전 별로 찾는 사람 없던 약국이 문을 닫더니 며칠의 공사 끝에 '삐까번쩍' 한 인라인스케이트상점이 생겼다. 그 인테리어의 화려함도 군계일학이지만 지나다 보니 종업원 또한 그 옛날 똥밭이었다던 하단동 바닥에서도 유일무이하다.
말하는 걸 보면 우리 동포가 분명한데 오렌지색 머리에 레게파마로 치렁치렁 땋아 내렸고 얼굴색은 남쪽에서 온 듯 시꺼멓다. 반바지도 긴 바지도 아닌 바지가 색상은 무슨 색동옷 같기도 하고 웃옷은 옛날 우리 아버지 입던 '런닝구'에 염색실험한 듯하다. 안팎이 상당히 전위적이고도 그로테스크한 분위기의 가게이다.
비싼 인라인스케이트에 사족 못 쓰는 사람들
어쨌든 이런 새로운 분위기의 신종스포츠 인라인스케이트는 특히 온라인을 통해 성인층까지 빨아들이며 무서운 기세로 확산해 각종 동호회와 대회가 곳곳에 자리하게 되었다. 이미 인라인 인구는 400만으로 110만 마라톤 인구 따라잡은 지 오래고, 500만 조깅 인구도 조만간 추월할 기세다.
그런데 인라인스케이트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수록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우선 겁나게 비싸다. 여가활동으로도 만만치 않은 비용이지만 청소년들에겐 자체조달이 불가능한 액수다. 초등학생들은 십몇만 원짜리도 사서 신지만 그 이상 연령층을 둘러보니 가장 인기 있는 스케이트가 50만 원쯤 하고 어떤 건 '돈백'이란다. 부속품도 정기적으로 교체해줘야 하고 처음에 20~30만원짜리로 시작한 사람도 좀 타게 되면 그 두 배 비싼 스케이트로 교체하게 되는 건 당연한 순서란다.
도대체 무슨 이유로 이 비싼 인라인스케이트에 사족을 못 쓰는지 궁금하다. 초중고생들과 많은 대학생에게 인라인스케이트는 이미 중차대한 문제가 되었다. 아르바이트한 몇 달치 월급을 등록금 아닌 스케이트에 아낌없이 털어 넣고, 부모더러 사내라고 조르고 또 조른다. 그러다 자포자기에 빠지면 훔칠 생각, 삥 뜯을 생각, 집 나갈 생각에 이르기도 한다. 내 제자 중 하나는 100만 원짜리 스케이트를 카드로 '긋고' 지금 대리운전하고 있다.
우리의 민족성은 '폼생폼사'?
하긴 우리나라에서 '인기있는 운동'은 좀 요상한 면이 있긴 있다. 문제 하나. 우리나라에서 입장객 수로 따져 가장 인기있는 스포츠는? 야구, 축구, 농구? 다 틀렸다. 이들은 4등, 5등, 6등이다. 1등이 골프, 2등이 경마, 3등이 경륜이다. 한마디로 '돈 지랄'이 전제되는 스포츠들이다.
웃기는 건 또 있다. 참여정부가 골프장건설을 국책사업으로 삼더니 이제 거리에 나서면 십자가만큼 많아 보이는 게 골프연습장이다. 실제로 요즘 탁구나 테니스 하기가 골프 치기보다 어렵다. 폼생폼사의 민족인 것 같다. 그 좋은 팔굽혀펴기와 쪼그려뛰기를 내팽개치고 별 운동도 안 되는 골프에 다 뛰어드니 말이다.
정리해보자. 스포츠라고는 돈 지랄 하는 스포츠가 사방에서 활개치는 상황인데 기본적으로 소비가 전제조건인 인라인스케이트가 청소년층으로 번진다. 골프가 그러하듯 과시적 사치성 소비지향 스포츠는 과거엔 성인층에 국한돼 있었는데 이를 모든 연령층으로 본격적으로 확대시킨 게 인라인스케이트다.
또 청소년과 닿아 있던 거의 유일한 고소비 스포츠인 스키와 스노보드는 겨울 한 철 두메산골에 있는 스키장에서 청소년들을 유혹했지만 인라인스케이트는 사계절 전천후의 특성을 무기로 일상의 공간에서 청소년들을 유혹한다. 여기저기서 보란 듯 쌩쌩 지나다니니 아이들은 부모를 조르게 되고 부모도 내 새끼 불쌍한 놈 될까봐 결국 비장의 무기, 신용카드를 꺼내게 된다.
운동인가, 유행과 소비에 대한 집착인가
같이 (아니면 남들 따라서) 소비하지 않으면 왕따 되는 사회. 왕따 안 되려면 카드도 쓰고 '뽄드'라도 같이 마셔야 하는 사회. '함께 해요~'하며 서로서로 부추기는 조화로운(?) 사회. 돈 벌기 위해서는 재벌기업도 청소년을 집중공략하는 사회. 초보자는 초보자용을 타야 한다고 전문가가 그렇게 이르는데도 그놈에 폼 때문에 경기용 사야 하는 사회.
누가 그랬다지. 우리는 몰랐을 때 더 행복했다고. 인간 소외라는 것, 요즘 더 절실하게 느껴진다. 우리가 왜 이렇게 물건에 집착하게 되었는가. 현대사회에서 인간은 노동이 아닌 소비를 통해 착취당한다는 이야기를 들어보긴 했지만 이제 정말 소비를 위해 존재하는 듯한 우리의 모습은 놀랍기만 하다.
일단 카드로 사 놓고 대리운전 알바라는 고된 노동으로 메우려는 내 제자가 바로 그런 모습 아닌가? 좋은 운동, 효과적 운동, 경제적 운동이 뭔지 뻔히 알고 있을 체대학생조차 그런 비논리적이고 비상식적인 선택을 한 걸 보면 인라인스케이트는 사실 운동의 측면에서보다는 유행과 패션과 집착과 소비의 측면에서 조망돼야 하지 않을까.
필자도 이 마당에 고백한다. 작년 연말(2002년) 아들놈이 다니는 어린이집 재롱잔치에 갔다. 캠코더 아닌 카메라 가져간 부모도 몇 안 됐지만 카메라에 눈 갖다 붙이고 찍는 사람은 아예 나밖에 없어 쪽팔리기도 하고 애한테 미안하기도 했다. '혹시 내가 능력 없는 아비는 아닐까?'
이후 몇 달을 고민했다. 혹시 이놈 나중에 "아버지, 왜 난 어릴 적 동영상이 없어요?" 따지듯 물어보면 어쩌지? 결국 여름휴가 때 멋지게 찍어주고 싶어 캠코더 하나 샀다. 이것도 아비 노릇이라 굳게 믿으면서. 물론 카드를 내밀었다. "12개월은 안되요?"하는 참으로 쑥스런 질문과 함께. 나 지금 카드 메우기에 여념이 없다. 이번에도 상술에 넘어간 것 같다는 의구심과 이로 인한 꿀꿀함은 덤이다.
'한국형 돈 지랄'의 시간차 공격, MTB
장면 #2. 2007년 어느 날
근자에 보니 인라인스케이트가 주춤하고 있다. 60대 할아버지들까지 포섭해 손자뻘 젊은이들과 그 빤짝빤짝한 엉덩이들을 줄지어 달리게 했던 인라인의 시대가 저무는 듯하다. 더 '센 놈'이 등장했다. 바로 산악자전거. 영어로 해야 제맛이다. 이름하야 MTB. 마운틴 바이크(mountain bike)의 준말이다. 현재 동호인 인구만 200만이란다.
사실 자전거엔 종류가 많다. 일반 생활자전거에서부터 어린이용 자전거, 사이클, 폴딩형(접이식) 자전거, 바퀴 20인치 이하의 미니 벨로, 그리고 화물용 자전거까지. 자출족(자전거출퇴근족) 중엔 30~40만 원짜리 접이식이나 미니 벨로를 타는 이들도 있지만 요즘 새로이 자전거에 빠져드는 성인들은 압도적으로 MTB를 구매하고 있다.
인라인과 MTB는 격이 다르다. 인라인은 부모에게 땡깡 부려 쟁취할 수도 있고 아무리 불쌍한 '88만 원 세대'라도 편의점 알바나 대리운전 해주며 할부로 살 수 있었다. 그러나 MTB는 차원이 다르다. 초보자용이 30~40만 원라고 어느 신문기사에 나와 있지만 여러분은 잘 알 것이다. '폼생폼사'의 우리 민족은 초보자용을 잘 사지 않는다는 것을.
MTB를 선택하는 초보자 상당수는 50만 원 이상에서부터 시작한다. 온라인공간에서 초보자들이 "뭐 살까요~" 물어보면 대부분 60~70만 원짜리나 100만 원 안팎의 것들을 추천한다. 특히 자전거 사러 갔을 때 판매자가 툭 던진 한 마디는 듣는 이의 자존심을 스을~쩍 건드리며 이성을 마비시킨다. "아무래도 좀 타시면 바꾸고 싶어져요."
과시욕과 장삿속의 '완벽한 결합'
사실 업계에서는 100~200만 원 짜리 MTB를 '중저가'상품으로 친다. MTB 시작한 지 몇 년 되거나 용돈 좀 쓰는 사람들은 300만 원 이상의 제품을 타고 다닌다. 1000만 원까지 있단다. 그래서 점차 인라인 시장은 아이들만 남고 돈 좀 버는 어른들은 요즘 대부분 MTB로 방향전환을 하고 있다. 한 동호인에 블로그에 올린 글이다. 우리 팀의 MTB 가격을 가르쳐 주겠다면서.
"회장님 400만 원, 고딩들 50~200만 원, 젊은 사람들 300만 원선, 그리고 마지막으로 내 MTB는 싸게 맞추려고 일일이 부품 하나하나 사다가 내가 조립했다. 부품 가격은 250만 원 들었다. 물론 캐나다에 있던 동생 녀석이 액세서리는 다 부쳐 주어서 그나마 적게 들어간 돈이다."
그럼에도 그 많은 사람이, 이제 처음으로 자전거에 '입문'하겠다는 이들까지 이 비싼 MTB를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MTB의 급성장은 현대인의 과시욕과 장삿속이 완벽하게 결합하는 지점에서 비롯된다. 인라인도 그렇긴 했지만 MTB는 이에 비할 바가 아니다. 자전거 자체도 비싸지만 자전거를 산 이후에도 돈 쓸 게 줄줄이 사탕이요 비엔나소시지다.
필수품으로 헬멧(3만~30만 원)과 장갑(3만~5만 원)이 있다. 그 외에도 MTB 필수품 리스트는 그 옛날 코미디언 서영춘이 읊었던 긴 이름 '서 수한무 거북이와 두루미…'만큼 길다. 상의와 하의(각 3만~30만 원), 방풍 재킷(5만~20만 원), 무릎과 팔꿈치 보호대(1만~3만 원), 고글(5만~30만 원), 전조등과 후면등(각 1~4만 원), 전용페달과 신발(각 3만~10만 원), 두건(1만~2만 원), 휴대용 수리공구 세트 등이 있다.
업그레이드 리스트도 나의 기억력을 시험한다. 안장뿐 아니라 안장 커버, 쇼크업소버, 디지털 속도계, 바엔드, 그립, 타이어 패치, 휴대용 펌프, 체인 링크, 오일 등등. 아! 타이어도 맘에 안 들면 업그레이드 한다. 업그레이드용은 100만 원이 넘어간다. MTB에 몸을 싣고 길을 나선 일군의 무리를 보라. 한마디로 '뚜르 드 프랑스'다.
자전거를 돈으로 바르는 그들을 보라
구두를 사고 나면 구두 닦는 값이 더 들어가기도 하지만 이런 불가피함과는 다르게 MTB인(人)들에겐 끊임없이 '지름신'이 강림하신다. 결국 자전거를 돈으로 바른다. 가지고 있는 인라인 헬멧도 전혀 무방하지만 그것 쓴 사람 찾기 어렵다. 아무리 급하다고 목장갑 끼고 나설 수도 없다. 이 동네는 '격'을 지켜야 하는 동네다. '싼 자전거' 타고 나갔다 느껴진 냉담함으로 인해 동호회를 나왔다고 한 누리꾼이 토로하기도 했다. 자고로 골프백 메고 버스 못 타는 법이다.
그래서인가. MTB동호회는 MTB전문숍이 주도해 만들기도 하고 모든 동호회에는 업자(?)들이 들어가 있다. 우선 이들은 한 번 팔고 나면 다시 보기 힘든 고객보다는 MTB고객처럼 자신을 계속 찾아주는 고객을 원한다. 의류나 액세서리 값이 자전거 값 못지않기 때문이다. 물론 MTB인들도 이들이 필요하다. 자신의 과시욕을 채워줄 장난감들의 공급원이고 MTB를 몰고 씽씽 달릴 장소를 소개해 줄 뿐 아니라 격에 맞는 다른 MTB인들을 소개해 주는 통로이기 때문이다.
'베블렌 이펙트'라는 게 있다. 가격이 상승하는데 오히려 소비를 자극하고 수요가 증가하는 현상이다. 상층계급의 과시적 소비는 그들의 사회적 지위를 과시하기 위해 자각(개념?) 없이 행해진다는, 뭐 그런 거다. 만약 쏠스타인 베블렌(Thorstein Veblen)이 한국사회를 목격했다면 그의 명저 <한가한 무리들(The Theory of the Leisure Class)>의 한국판만큼은 다시 썼을 것이다.
19세기 말 미국사회의 뺨(정도가 아니라 턱)을 사정없이 날려 버리는 한국사회 유한계급의 과시적 소비주의를 그가 그냥 보고 지나쳤을 리 없기 때문이다. 유한계급이 자신의 지위를 증명하고 과시하기 위해 소비하고, 부자가 아닌 사람들까지도 그들대로 모방에 열심인 세상.
언제부터 존재의 이유가 '소비'로 증명됐나
요즘 문제가 되고 있는 국내 외제차의 가격 거품을 보라. 우리가 외제차를 전 세계에서 가장 비싸게 구입한다고 한다. 왜 그렇게 비싸게 팔까? 우리나라 사람들은 '싸면 안 산다'지 않는가. 미국에서 공부할 때 GAP이란 옷이 있었다. 지금 이 순간도 그때 샀던 다 헤진 '갭(GAP)' 셔츠를 입고 자판을 두드리고 있다. 저렴하고 디자인 좋고 때깔도 좋아 미국 젊은이들에게 인기 있는 브랜드다. 몇 년 전 '갭'이 한국에 진출했다고 들었다. 그런데 곧 망해서 철수했단다. 왜? 싸서 안 산단다.
하여간 우리나라에서는 장사 제대로 하려면 싸도 안 되고, 저렴해도 안 되며, 실속 있어도 안 된다. 그건 두루마리 휴지, 양말, 내복, 볼펜 정도에만 해당된다. 일단 비싸야 한다.
우리는 과연 건강하기 위해 스포츠를 즐기는 것일까. 과시하기 위해 건강을 추구하는 것 아닌가. 골프도 그렇지만 MTB도 사실상 부의 과시 아닐까. 또 '젊음'의 과시 아닐까. 건강도 젊음도 모두 과시욕의 한 방편일 뿐이다. 건강과 젊음을 위해 할 수 있는 좋은 운동은 사방에 널려 있다. 자전거의 종류와 가격도 부지기수다. 그러나 사람들은 일단 비싼 걸로, 또 비쌀 수 밖에 없는 걸로 선택한다.
지지리도 못 살았던 과거에 대한 복수 아닌가 싶다. 우리가 과시욕에 투철한 이유는 '복수심'에 불타기 때문이다. 옛날 우리 부모들은 '내 새끼한테만큼은 절대로 이 지긋지긋한 가난을 물려주지 말아야지' 하며 배를 주리면서도 말없이 일했다. 이제 그 새끼들인 우리는 이를 '증명'하기 위해 이 땅에 태어났다. 노동시간엔 증명 못한다. 여가시간에 소비로 증명해야 한다. '나는 못 살지 않는다'고 증명하고 '너와는 다르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 이것은 우리의 절대사명이다. 존재의 이유다.
진화하는 상업주의 속 잊혀지는 것들
당연히 상업주의도 이와 맞물려 진화한다. 수업 시간에 3학년 학생들한테 물어봤다. 지금 휴대전화가 몇 번째 거냐고. 대부분 휴대전화를 쓰기 시작한지 4~5년 됐지만 평균 잡아 세 개째라니까 거의 일년에 한 번 꼴로 바꿔댄 듯 하다. 결국엔 다 똑같은 전화일 뿐인데 왜들 이렇게 자주 바꿀까. 16화음, 40화음, MP3, 인터넷, 카메라, 동영상, 영상통화 등 '본질'과는 상관 없는 기능을 덕지덕지 붙이고 그것도 모자라 김태희폰, 이효리폰, 장윤정폰, 초콜릿폰, 프라다폰 등 별의별 이름을 다 갖다 붙여 우리로 하여금 할부로 구입하게 만든다. 여러분은 들어 본 적 없는가. "거, 핸드폰 좀 바꿔."
90년대 초쯤 됐나, 미국에서 공부하던 유학생들은 때때로 오는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VCR을 사곤 했다. 나도 샀다. 마침 영상속도를 조정해 프레임별로 볼 수 있는 '조그 셔틀' 기능을 가진 새로운 VCR이 출시됐다. 쉽게 얘기해 슬로비디오다. 축구, 골프 같은 실기 수업을 가르치던 나는 수업에도 쓸 수 있겠다 싶어 좀 비쌌지만 하나 장만했다. 물론 카드로.
상당한 추가비용을 지불해야 했던 그 조그셔틀 기능은 사실 단 한번 써봤다. TV를 뚫어지게 바라보며 VCR 오른쪽에 달린 둥그런 손잡이를 앞뒤로 반복해서 돌려봤다. 처음 살 때의 의도와는 전혀 다르게 영화였다. "원초적 본능."
* 인라인스케이트와 관련된 내용은 필자가 2003년 웹진 <문화사회> 에 기고한 글 중 일부를 수정, 인용한 것임을 밝힙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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