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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문국현 단일화, 되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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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정동영-문국현 단일화, 되는 건가?

[좌담] 정치연합, 정치발전인가 권력야합인가

20일 앞으로 다가왔음에도 2007년 대선은 여전히 안개속이다. 어느 세력을 막론하고 분열, 혹은 연합의 모색이 아직 완료되지 않은 게 불안정성의 중요한 이유다. '이명박-이회창-범여권 후보'의 3자구도, 혹은 '범보수-범여권' 양자구도는 이뤄질까? 어느 경우건 현재의 다자 난립구도가 정비된다면 시작은 범여권의 단일화가 될 수밖에 없다.

범여권은 보수의 분열이 전제된 '3자구도'를 희망한다. 범보수가 어떤 연쇄반응을 보일지는 알 수 없는 일이지만, 어쨌든 지금으로선 '범여권 단일화'가 지고의 목표다. 특히 대통합민주신당과 정동영 후보의 의지는 대단히 강하다. 상처만 남긴 민주당과의 합당이 좌초된 뒤,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가 매력적인 대상으로 떠올랐다. 양쪽의 물밑 접촉도 꽤 빈번해졌다.

문제는 명분이다. 역대 대선의 경험 상 정동영-문국현 단일화의 전제인 연합정부 구성은 자칫 '권력 나눠먹기'로 비쳐질 소지가 있다. 이로 인해 97년 DJP 연합, 2002년 노무현-정몽준 연대와 같은 부정성을 내포한 단일화가 아닌, 새로운 정치 실험으로서의 단일화가 모색되고 있다. 소위 가치와 지향을 확인하는 과정을 통해 연정을 성사시키고 정치연합 문화를 성공적으로 착근시키자는 것이다.

백낙청 교수 등 원로들이 총대를 멨다. 보수집권 저지를 위해선 차이에 대한 확인보다 단결이 우선이라는 논리다. 물론 손호철 서강대 교수를 비롯해 강경한 진보 학자들은 이조차도 단일화라는 단기 국면에서의 정치행위를 정당화하기 위한 정치적 포장으로 보는 듯하다.

궁극적인 성공 여부를 떠나 과연 2007년판 단일화 논의는 과거의 그것보다 발전적일 수 있을까?

정책과 의제, 가치 중심의 정치연합을 촉구해온 '진보와 개혁을 위한 의제27' 소속 학자들이 정동영, 문국현 후보 측 전문가들과 29일 저녁 <프레시안> 사무실에서 자리를 함께 했다. '의제27'을 이끌어온 정해구 성공회대 교수의 사회로 정 후보 측에선 김태일 영남대 교수(정책자문본부장)가, 문 후보 측에선 고원 전략기획본부장이 나섰다. 이태수 꽃동네현도사회복지대 교수는 정책의제를 중심으로 정치연합의 가능성과 향배를 전망했다.

▲ ⓒ프레시안

연합정치, 할 때는 됐는데...

사회적 분화에 조응하는 다당제, 그 속에서 연합정치 모색의 필요성이라는 원론에는 참석자들 사이에 큰 이견이 없었다. 문화적인 생소함으로 인해 다소 진통을 겪더라도 가치와 노선의 공유점이 많은 정당들 사이의 권력 분점은 자연스런 정치행위로 인정받아야 할 때가 됐다는 것이다.

다만 아직까지 제도가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는 난점이 있다. 당은 분화되고 있으나 결선투표제가 없는 대통령중심제인 탓에 선거 때만 되면 '묻지마 단일화'라는 최악의 길로 빠질 여지가 다분하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정해구 교수는 "다당제라는 정치체제와 양당제를 요구하는 권력제도의 조응을 위해 대통령제 하에서도 연정이 가능하도록 결선투표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선 다른 참석자들도 이견이 없었다.

이 같은 원론적 일치점에도 불구하고 신당과 창조한국당 사이엔 아직도 골이 깊어 보였다.

정해구, 교수는 '반부패', '평화', '민생복지' '국가의 역할' 등에서 양당의 공통점에 방점을 찍고 "통합신당이 과거를 끌어왔고, 문 후보가 새로운 것을 만들어나간다면 그 연결고리를 잘 만들어야 한다. 얼마 안남은 시점이 굉장히 중요하다 이상과 현실을 결합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태수 교수도 "민주세력이 미래세력으로 태어나고 새로운 역사의 주체가 되는 차원에서 두 진영이 결합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특히 김태일 교수는 "정동영, 문국현 후보 모두 현실인식과 진단, 미래 처방에서 별 차이가 안 보인다"고 적극적으로 다가섰다.

그러나 고원 본부장은 "세계화의 물결에 대처하고 사회양극화에 대응함에 있어 신당 세력이 과거부터 지금까지 보여준 모습은 신자유주의에 너무 많이 경도됐다"며 "신자유주의를 넘어서고자 함에 있어서 정동영 후보나 문국현 후보나 별 차이가 없다고 하는 것은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고 일갈했다.

고 본부장은 "정 후보가 가치대장정을 얘기하면서 가치를 부정하는 민주당과의 무원칙한 정치지분을 나누는 협상을 함으로써 국민들을 당혹스럽고 실망스럽게 만들었다"며 "민주당과 합당을 한다는 것은 창조한국당과는 결별을 선포한 것과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정치적 신의'가 바탕인 정치연합 논의에서 진정성에 대한 근본적 회의를 던진 셈이다.

이에 대해 김태일 교수는 "우리는 포악무도하고 과거회귀적인 수구세력과 싸워서 승리해야 한다. 폭넓은 연대를 해야 한다"며 "개혁세력이 권력을 유지해나가기 위해선 민주당은 연대할 가치를 가진 집단"이라고 반박했다.

이태수 교수도 "크게 보고 길게 보고 밑바닥을 본다면, 민주당이 같이 못할 세력은 아니다"고 문 후보 진영의 태도 전환을 촉구했다. 이 교수는 "신뢰와 진정성은 미래를 두고 약속을 하는 것"이라며 "7대 의제를 중심으로 공통분모를 끌어가면 연정의 지평이 열리는 게 아닌가 싶다"고 덧붙였다.

'7대 의제'란 '의제27'이 제안한 27가지 정책의제 핵심으로 추린 △부패청산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균형적 발전 △비정규직 해소 △교육혁신과 사람투자 △양극화 해소 △사회적 대타협 △평화공존 등이다.

멀고도 가까운 정동영-문국현

정 후보의 진정성에 대한 문 후보 진영의 상당한 불신에도 불구하고 '보수집권 대세론'을 타개해야 한다는 점에서 돌파구가 이미 열려 있는 듯 보였다.

고 본부장은 "아무리 좋은 상품을 가져가도 대문을 열어줘야 팔 것 아니냐"며 "신당과 창조한국당이 연대를 하는 것은 우리 상품에 대한 신뢰성을 높이고 국민들의 마음의 문을 여는데 의미가 있다고 본다"고 했다. 그는 "단일화와 관련해선 개혁진영의 분열 때문에 부패 진영이 집권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며 상당히 누그러진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그는 "다만 국민들에게 인정받는 연합정부가 되려고 한다면 적어도 미래를 준비하는 형태로, 과거를 실질적으로 반성하는 형태로 세력의 재편이 일어나고 세력의 재편 과정을 통해 새로운 정치세력이 창조되는 과정과 연합정부가 맞물려야 한다"고 전제했다.

단일화가 추진된다면, 방법론과 관련해선 여론조사 등 기계적 수단에 의존하는 방식은 지양하자는 쪽이 많았다. 이태수 교수는 "낭만적인 방법일 수 있겠지만 어느 한 분이 스스로 속죄양이 되겠다고 하면서 감동과 새로운 희망을 던지는 방식"을 제안했다.

고 본부장도 "단일화가 필요하다면 여론조사니 모바일이니 이런 기계적 단일화보다는 서로 역사적 차원에서의 양심적 결단이 올바른 형태"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후보 두명의 문제만이 아니다. 전체 진영의 문제"라며 비껴갔다.

좌담 막바지에 참석자들이 교감한 '성찰적 연대'가 레토릭으로 끝날지, 불신 극복의 접착제 역할을 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듯 싶다.

다음은 좌담 전문.

한국에서 연합정치란…
▲ 정해구 성공회대 교수ⓒ프레시안

정해구 : 연합정치라는 얘기는 아직 낯설다. 한국 정치에서 경험이 없기 때문에 국민들은 이게 무슨 얘기냐며 의아하게 여긴다. 그러나 사실 연합정치가 서구에선 일반화 돼 있다. 내각제를 채택한 나라는 대부분 그렇다. 대통령제 국가에서도 연합정치를 많이 한다. 대통령제이면서 다당제인 경우 집권당이 소수당이면 연합정치를 하는 일이 많다. 단지 이런 것이 우리나라에선 경험이 없어서 낯설어 하는 것 같다.

물론 노무현 대통령이 대연정을 얘기한 적이 있다. 하지만 대연정은 유럽에서도 특정한 상황, 즉 전쟁이 일어나거나 비상사태, 경제가 나쁠 경우 등 가장 큰 두 당이 연정을 해야만 하는 상황에 국한된다. 한국에선 소연정도 거치치 않고 갑자기 대연정으로 가는 것은 문제가 있다.

어쨌든 이제 한국정치도 연합정치를 이제 고민해야 한다. 가치, 정책, 이념이 가까운 정당끼리 소연정을 시도할 필요가 있지 않나 싶다. 한국 연합정치에 대한 일반론을 한번씩 얘기하고, 한국적 상황에서 왜 필요한지 구체적으로 얘기해 보자.

김태일 : 힘을 서로 합치는 것은 정치의 본질 중에서도 가장 핵심적인 원리다. 정치는 조직적, 집단적 힘을 어떻게 만드느냐에서 출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우리가 논의하고자 하는 것은 정당과 정당 사이의 힘을 합치는 것을 어떻게 하느냐다. 그동안 우리의 정치구도와 정당체제는 크게 두 개의 중요한 정당세력 사이의 대결과 투쟁으로 진행돼 왔다. 그러나 근자에 와서 사회경제적 지형이 분화되고 이익이 다원적으로 조직되면서 과거 양대 두 세력이 대변해오던 정당체제 시스템으로는 다원적으로 조직된 이익을 대변하기 어렵게 된 것 같다. 사회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한 정당체제의 변화라는 게 구조적으로 압력을 받는 상황이 됐다. 하지만 현실에서 정당은 다원적으로 분화돼 있지 못하다. 그건 대통령중심제라는 제도적 제약, 결선투표제 부재 등에 구속되고 있다.

고원 : 연합정치라고 하면 다양한 수준이 있다. 후보단일화 같은 선거연합, 공동정부 구성, 연립정부 등이 있을 텐데 우리가 흔히 말하는 연합정치는 서구에서 발전한 연립정부를 서로 다른 정당이 공동으로 구성하는 것을 말하지 않나 싶다. 서구에서 일반화된 연립정부가 가장 선진적 형태의 연합정치다. 연립정부의 가장 중요한 조건은 가치와 지향에 따라 이념적으로 구성돼야 한다는 것이다. 다당제 조건에서 여러 정당이 각자의 가치와 노선을 보존해 나가면서 일정한 수준에서 다른 정당과 협력해서 정부를 구성하고 공동의 정부를 통해 자신의 정책을 관철시켜나가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한국에선 후보단일화나 공동정부의 제한적 연합정치, 수준 낮은 연합정치의 경험밖에 없다. 서구에서 일반적으로 발전한 선진적 연립정부의 경험을 가지고 있지 못해서 아무래도 한국적 정치풍토에선 사람들에게 상당히 생소한 개념일 수밖에 없다. 오히려 민자당 3당 합당 같은 야합의 좋지 않은 추억을 가지고 있는 국민들에게는 좋게 여겨질 수 없는 개념이다.

이태수 : 제도적으로 검토는 해봐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 3당 합당은 당을 아예 합친 거니까 다르다. 다만 DJP 연합은 당은 그대로 있으면서 대선 승리의 경험을 한 것이다. 명확히 연정이라는 용어를 쓰진 않았지만 우리 정당사에서는 연합정부에 가장 근접해있다. 이에 대해 곱지 않은 시각이 있는 게 사실이다. 헌법적, 법률적 뒷받침을 받지 못하고 '신의'에 의존하다보니 대통령제 하에서 가치연합이라는 게 어떻게 공고하게 관철돼 나갈 것이냐는 논란이 있을 수 있다. 대통령제 하에선 대통령이 막강한 권한을 가진다. 대통령이 신의를 저버리고 권력을 행사했을 때 어떻게 제어하고 견제해서 연정의 정신을 살려나갈 것이냐는 조금 더 정치하게 얘기할 필요가 있다.

큰 부분에서 현 시점을 돌파하기 위해 연정이라는 것을 적극적으로 생각해봐야 한다는 점에는 동의하지만 세부적으로 어떤 모양을 가질 것이냐는 분명하게 고민을 해서 매듭을 지어야 한다.

김태일 : 문화적 낯섦, 불편함이 있는 것 같다. 연정과 연대의 문화적 인프라는 협상과 타협의 문화, 정치적 신뢰가 중요하게 뒷받침 돼야 한다. 냉전체제, 반공주의적인 이분법 등 우리 정치문화의 기저가 이런 일을 더디게 만든 게 아닌가 싶다. 해방공간에서 다양한 세력이 나왔지만 결국 둘로 갈라져서 대립해왔다. 권위주의 체제하에서는 권위주의 세력과 민주세력의 양대 세력으로 대립됐다. 낮은 수위건 높은 수위건 협상과 연대, 연합의 성숙을 더디게 해 온 것 같다.

정해구 : 후보단일화 문제와 관련해 정치공학이라는 얘기가 있고 다른 편에선 연합정부를 만드는 과정에서의 과도기적 현상이라는 긍정적 견해도 있다. 흑백논리에 기반한 선명한 정치가 있고, 협상에 의한 정치가 있다. 문화적으로 한국에선 흑백논리에 바탕한 정치가 우세하다. 반공이냐 아니냐, 민주냐 독재냐 등이다. 사람들은 타협하고 협상하는 것에 부정적 생각을 가지고 있다. 야합이 아니냐는 것이다. 하지만 이제 협상정치로 갈 정도로 한국정치는 발전했다. 과도기적 상황에서 DJP 연합이 있었고 노무현-정몽준 연합이 있었다. 그것은 부정성과 긍정성을 다 가지고 있었다. 대선에서 양자대결로 갈 수밖에 없는 불가피성 때문에 정책적 이념이 가깝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같이했다. 그것은 부정적 측면이다. 하지만 그것을 통해 민주주의를 발전시킨 긍정성이 있다. 이제는 권력을 위해서라기보단 정책적, 이념적으로 가까운 정당끼리는 연합정치를 할 때가 아닌가 싶어서 긍정적으로 봐주고 싶다. 그러나 국민들의 정서는 좀 다른 것 같다.

고원 : 한국의 특수성이다. 정당 숫자로만 보면 다당제이지만 정국이 운영되는 방식은 양당제로 운영된다. 형식과 내용이 불일치한다. 정당간 이념적 간극이 서구 등에 비해 좁음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경쟁은 매우 정쟁적이고 양극화되고 극단적 갈등의 양상들을 띈다. 이런 문제를 극복해서 합리적 협상과 타협, 대화의 정치문화로 가는 것은 한국의 정치발전에 있어 대단히 중요한 과제다.

김태일 : 우리가 논의하고자 하는 연합, 연대는 사실 제도적 제약으로 인한 요구, 즉 결선투표제가 없는 대통령중심제, 다수자가 모든 것을 다 갖는 제도와 구조가 갖는 강압이 아닌가 싶다. 우리 정당 시스템은 지금보다 분명히 분화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중도정당들, 특히 대통합민주신당의 경우에는 한군데 모여 있어서 될 일이 아니라고 본다. 열린우리당의 실패의 가장 중요한 원인은 이념적 스펙트럼이 너무 넓었다는 것이다. 복합적 요소들을 하나의 정당의 틀 속에 집어넣은 것이다. 그러나 이를 이끌어갈 리더십은 3김을 대체해내지 못했다. 그런 점에서 신당은 열린우리당보다 상황이 더 나쁘게 된 게 분명하다. 정체성 중심으로 자기가 대변하고자 하는 계층을 분명히 하고, 추구하는 가치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창조한국당의 출현은 그런 요구를 반영한 것으로 본다.

이렇게 분화돼야 한다면서 합쳐야 한다고 하는 말은 딜레마일 수가 있다. 이것은 제도적 제약으로밖에 설명이 안 된다. 결선투표제가 있다면 마음 놓고 분화하고, 마음 놓고 합칠 수 있을 텐데 그렇지 않은 상황이지 않나. 그래서 정치력을 통해 고민하게 되는 것 같다.

사회의 분화, 정당의 분화
▲ 고원 문국현 캠프 전략기획본부장ⓒ프레시안

고원 : 창조한국당과 통합신당의 관계에 대해 두 정당간의 이념적 스펙트럼이 어느 정도 차이가 나는 것인지, 어느 정도 양립할 수 있고 어느 정도 양립할 수 없는지 비교정치적 분석이 필요할 것이다. 대체로 보면 창조한국당과 통합신당은 둘 다 리버럴(자유주의) 정당의 범주 안에 있는 것 같다. 리버럴 정당의 범주 안에서 좀 더 진보적이냐 중도보수적이냐의 차이가 있다. 그런 점에서 보면 좌파적 사민주의를 추구하는 민노당과는 조금 구분이 돼 보인다.

이렇게 봤을 때 두 정당이 어떤 관계를 가져야 하는지에 대해선 두 개의 모델이 있을 수 있다. 하나는 미국 민주당 모델이고 또 하나는 유럽 국가들에서 찾을 수 있는 정당관계다. 미국 민주당의 경우는 진보적 자유주의와 중도우파에 가까운 두 개의 분파가 정치적으로 연합한 정당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두 분파가 하나의 틀 내에서 동거하면서 사회적, 정치적 역관계에 따라 상대적으로 어떤 쪽이 이니셔티브를 쥐었다가 다른 쪽이 쥐기도 하는 모델이다. 하나의 정당의 테두리에서 동거하기에는 차이가 크고 역사도 다르기 때문에 정당을 각각 따로 하면서 연립정부의 형태로 협력과 연대를 모색하는 유럽의 모델도 있을 수 있다. 이 두 개의 모델 중에 어떤 게 적실성이 있느냐는 사실 실천적 검증의 과정이 있고 난 뒤에야 판단할 수 있는 문제다.

정해구 : 나는 후자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민주화 이후 지역정당이 들어섰다. 영남당, 호남당, 충청당 등으로…. 양당제는 무너졌다. 민노당도 등장했으니 당으로는 4당 체제다. 민주화 이후 정당의 추세는 다당화의 추세로 가는 것 같다. 그걸 통제하지는 말자. 사회가 다양화되기 때문에 정당이 분화되는 것을 자연스럽게 수용해야 한다. 보수도 분화돼야 한다. 반공보수와 경제적 자유주의를 받아들이는 신자유주의적인 보수는 다르다. 문제는 정치적 제도가 뒷받침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통령제 하에서 2등과 3등 세력은 집권을 위해 연합을 할 수밖에 없는데 결선투표제가 없으니까 단일화를 편법적으로 한다. 다당제라는 정치체제와 양당제를 요구하는 권력제도가 조응이 안 되는 것이다. 대통령제 하에서도 연정이 가능하도록 결선투표제 도입하면 대통령제 하에서도 다당제가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김태일 : 열린우리당 정당경험에 참여해보니 오른쪽 한나라당과 왼쪽 민노당은 정체성이 분명하다. 대변하고자 하는 사회부분도 분명하다. 우리당은 두 개를 뺀 나머지를 다 대변하려고 했다. 그러다보니 '나머지 정당'이라는 얘기를 듣기도 했다. 아무것도 대변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우리가 겪고 있는 여러 어려움 중의 하나는 그런 것이다. 정체성을 중심으로 사회 이익을 대변하면 정당 활동이 활발해 질 것이다. 연대의 정치, 연합의 정치가 제도적으로 활성화 되는 길을 찾아가면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싶다.

이태수 : 사회와 정당이 분화되는 형태로 가고 있고 그렇게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역설적으로 이번에 연정을 추진한다면 그것이 가치나 정책, 선명한 이념까지는 아니지만 공감되는 이념을 중심으로 추진된다면 통합신당이 안고 있는 정체성의 혼란, 이념적 모호성이 극복 되지 않을까 싶다. 한국의 정당정치사에서 이념이라는 것을 통해서 색깔이 분명해지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창조한국당도 아직은 그 색깔이 뭔지에 대해 확연히 인지될 정도로 시간이 흐르지는 않았다. 내건 강령이 있지만 아직 검증되거나 확실하게 사회적으로 승인받지 않은 3개월짜리 당이기 때문이다.

통합신당도 그 안에 다양한 스펙트럼이 공존하는 가운데 퇴보 내지는 지체현상을 보이는 혼란스러운 당이 될 가능성이 있다. 차제에 이념과 정책, 가치가 뭔지를 다시 한 번 밝히고 그것을 통해 가급적 개혁적인 중도좌파적 당으로서 정체성을 찾고 확인하는 과정을 통해 연정을 한다면 정당사나 한국정치에서 필요한 게 아닌가 싶다.

고원 : 우리사회에서 가치와 이념에 따라 일정한 세력과 노선의 분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현상이다. 그렇지만 그것이 과연 정당의 분화로까지 갈 수 있는 수준으로 평가를 할 수 있는 것이냐는 좀 더 신중하게 따져봐야 한다. 분화가 너무 쉽게 추인됐을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잘못된 현실의 정당화, 합리화의 위험이 있다. 열린우리당은 잡탕이었고 정체성의 중심이 뭔지 잘 몰랐다. 제대로 된 개혁과제를 단 한건도 추진해 성공시킨 게 없었다. 더구나 정체성의 중심 내지는 구심을 정확히 세울 수 있는 중심세력이나 리더십이 없었던 게 치명적이었다. 그래서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음에도 그에 부응하는 노선들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잘못된 노선이 자칫 이념적, 정당의 분화라는 이름으로 정당화되거나 인정하고 들어가는 위험성은 없는 것이냐는 문제를 제기해보고 싶다. 오히려 내부에서 치열한 노선투쟁이 필요한데 차이에 대한 인정, 다원화라는 이름하에 합리화시키게 되는 문제의 소지는 없는지에 대한 문제다.

김태일 : 분화보다는 정당정치 혹은 정당체제의 재정렬이라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비전과 정책 중심으로 정당체제가 재정렬되야 한다는 요구는 존재하고 있다. 모든 정당이 지역주의 정당을 완전히 탈피하지 못하고 있고, 개인 중심의 정당도 있다. 특별히 중도정당이라고 하는 포괄적인 세력은 재정렬의 중요한 해당자가 된다. 이런 포괄성을 가지고는 사회이익을 대변하기 어렵다.

그래서 재정렬이라는 시대적 요구를 잘 풀어나가려면 연합의 정치를 문화적으로나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인프라를 만들어야 하고 성공해서 경험을 축적해야 한다. 대통합민주신당과 창조한국당의 연합의 정치가 성공해야 하는 이유다. 이게 성공하면 연합의 정치, 연대의 정치에 대한 문화적, 제도적 경험이 축적되고 이것이 인프라가 돼서 정당체제의 기반이 되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이번의 단일화는 굉장한 정치사적 의미를 갖는다.

통합신당과 창조한국당, 이웃인가 적인가?

정해구 : 두 번 시도했다. DJP연합, 노-정 연합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나쁜 의미의 정치공학적 측면이 있었다. DJP 연합은 이념과 정책이 같지 않은 세력의 결합이었다.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연합한 것이기 때문에 공학적 의미가 있었다. 그것보단 덜 하지만 노-정 단일화 과정도 정책과 이념을 확인하지는 안았다. 그것도 이기기 위한 것으로 별로 좋은 모습은 아니었다. 이제는 그런 게 아니라 이념적이고 정책적이고 적어도 공동의 가치의 바탕위에서 했으면 좋겠다. 그래서 '의제27'에서 가치에 바탕한 정책연합을 시도한다면 과거의 부정적 단일화가 아니라 긍정적 민주연합정부를 실험하는 게 될 것이다. 그러면 서로가 가지고 있는 이념, 가치가 뭐가 다른지, 다른 것 위에서 무엇을 같이 할 수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신당과 창조한국당이 같이 한다면 지향하는 가치가 뭔지, 구체적 정책이 뭔지, 이념이 뭔지 구체적으로 얘기해보자.

우선 가치를 말해보자. 내가 볼 때는 최근 한나라당과 나머지 정당들의 구별선이 반부패로 일차적인 구별이 된다. 저쪽은 차떼기 역사가 있고 BBK 문제에 있어서 여전히 부패했다. 기득권과 부패다. 이쪽은 적어도 그 면에서는 좀 깨끗하다. 그리고 민주와 평화도 구별점이 될 것 같다. 남북관계 문제에서 저쪽은 보수적이고 이쪽은 평화세력이다. 또 하나는 경제적 문제에서의 차이이다. 적어도 민생복지, 사회양극화 해소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공통의 가치가 아닌가 싶다.
▲ 김태일 영남대 교수ⓒ프레시안

김태일 : 창조한국당과 우리가 뭐가 같고 뭐가 다르냐는 건데, 우리사회는 이중전환의 상황 속에 있다. 발전국가로부터 새로운 시대로 가야 하는 문제가 있고, 동시에 신자유주의에 대해 우리가 어떤 입장을 정해야 할 것인지 두 가지 동시에 해결해야 할 과제가 앞에 놓여있다. 그런 점에서 비슷한 것 같다. 핵심은 국가와 사회관계에서 국가의 역할을 어떻게 자리매김 할 것이냐다. 창조한국당이나 민주신당 모두 '국가의 때 이른 철수'가 지금의 문제를 가져온 게 아니냐는 인식에서 모든 게 출발하는 것 같다. 그렇다면 서로 할 얘기가 많겠다는 생각이 든다.

정해구 : 시장에 다 맡기지 않고 국가의 역할이 있다는 말인데.

이태수 : 가치라고 보기는 어려운데, 민주세력들은 국민들로부터 불신 받거나 실망을 줘서 어떻게 보면 버림받았다. 민주라는 말을 듣는 것도 피곤한 부분이 있다. 신당은 민주세력의 가치를 상당히 담고 있는 것 같은데, 그것이 21세기 미래에도 계속될 것인가. 그 잔영이 필요하긴 하지만 21세기와 지금 한국사회가 직면한 문제를 그런 패러다임으로 계속 바라보기는 어렵다. 지식기반 사회가 도래했고, 신자유주의가 해일처럼 국내외적으로 밀려오는 환경에서 그것을 해쳐나가는 새로운 방식들이 필요하다. 평등적인 것들이 더욱 요구되는 미래의 상황에선 과거에 우리가 해나가지 않았던 새로운 미래적 가치를 찾아야 한다. 창조한국당은 미래가치, 미래세력으로서의 지평을 좀 더 많이 가지고 있다. 그래서 두 진영이 분절돼서는 안 되고 두 세력이 자연스럽게 합치면서 과거로부터 이어진 미래의 활로를 찾아나가는 세력이 되어야 역사의 단절 없이 건강하고 건전하게 한국사회의 연속적 길이 열리는 게 아닌가 싶다. 문국현 후보도 민주세력으로서의 가치를 부정하지 않는다. 통합신당도 공약을 보면 미래세력으로서 창조한국당이 말하는 것에 공감하는 바를 찾을 수 있다. 우리사회에서 한 시대를 풍미한 민주세력이 미래세력으로 태어나고 새로운 역사의 주체가 될 수 있는 차원에서 두 진영이 결합될 필요가 있다.

정해구 : 민주, 평화, 반부패는 모두 미래로 연결되는 것 같다. 통합신당이 과거와 현재의 가치를, 창조한국당이 미래가치를 대표한다면, 차이는 어디에 있는 것인가. 이를 분명히 해야 할 것 같다.

고원 : 역사성의 관점에서 보면 창조한국당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들 다수가 민주세력, 개혁세력의 일원이었다. 그 바탕 위에 새로운 전문가 집단의 참여가 있는 것이다. 기존의 민주주의적 가치들을 계승하면서도 세계화라는 흐름에 대해 대응해 나가는 노선과 방향과 관련해 새로운 주장들을 내놓고 있다. 소위 세계화라는 거대한 물결에 좀 더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가면서도 세계화 물결에 휩쓸려 일방적으로 떠내려가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약자나 사회구성원 다수가 함께 갈 수 있는, 공존할 수 있는 따뜻한 사회라는 두 가지 목적을 양립시키는 것에 대한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려고 하고 있다. 그것이 일정한 반향을 일으키면서 창조한국당이 일정한 지지층을 모은 것이다.

문제는 진정성과 의지

정해구 : 신자유주의 세계화와 관련해 창조한국당은 세계화를 수용하면서도 부작용에 대해 적극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다. 통합신당은 미래를 얘기하기에 앞서 지금까지 그래 왔느냐는 문제가 있다.

김태일 : 세계화에 대한 태도, 대책 등을 포함해서 양당 사이에 별 차이를 못 느낀다. 큰 차이는 정치적인 것이다. FTA 문제에 대해 문국현, 정동영 후보가 말하는 것만 봐서는 큰 차이가 없지 않나. 두 사람 모두 낙오자 없는 세계화를 추진하되 내부의 양극화 문제를 해결해 가면서 하자는 틀에서 말씀한다. 차이가 없는 것 같다. 다만 정치적 차이는 어려운 상황에 대한 책임론, 국민들이 바라보는 이미지, 지난 10년, 특히 지난 5년 집권했던 참여정부와의 역사성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 등의 문제다. 이런 정치적인 부분이 현재까지 부각된 것이지 비전과 정책에서 논쟁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고원 : 이의를 제기하고 싶다. 신당이 과거 서민과 중산층의 정당을 표방했고 정치적 민주화와 사회개혁을 이끌어오는 데에 나름의 역할을 했고 한반도 평화에서 중대한 업적을 남겼음을 백번 인정한다고 치자. 그러나 세계화의 물결에 대처하고 사회양극화에 대응함에 있어 신당 세력이 과거부터 지금까지 보여준 모습은 신자유주의에 너무 많이 경도됐다. 이를테면 IMF 사태를 불러일으켜서 한국사회를 세계화의 물결 속에 전면적으로 편입되게 만든 것은 한나라당 정권에 의한 것이다. 하지만 기 이후 과정에서 발생한 비정규직의 폭등 등의 문제는 어떤가. 전체 근로자의 절반 이상이 비정규직이다. 안정된 일자리를 가질 권리는 헌법에 보장된 국민적 권리다. 그 헌법적 권리가 부정당했다. 지난 5년, IMF 10년을 통해 얼마나 많이 재벌기업 중심으로 편향됐나. 사회적 역관계, 균형이 깨져버렸다. 노무현 대통령도 권력이 시장으로 넘어갔다고 고백조로 말했듯이 중소기업들이 광범위하게 추락한 문제, 공교육 붕괴로 교육의 대물림되는 문제, 이런 것이 너무 많이 진행됐다. 따라서 신자유주의를 넘어서고자 함에 있어서 정동영 후보나 문국현 후보나 별 차이가 없다고 하는 것은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

김태일 : 이전 시기에 소홀히 했던 것에 대한 지적인데, 비정규직 문제, 재벌개혁, 중소기업, 교육, 등 신자유주의 물결에 안이하게 대응했다는 지적에는 공감한다. 그러나 우리가 소홀히 한 게 무엇인지에 대한 인식과 진단과 처방에서 문 후보와 정 후보의 차이를 의미 있게 봐야 하는지 모르겠다. 정, 문 후보 모두 현실인식, 진단, 미래 처방에서 별 차이가 안 보인다는 것이다.

고원 : 레토릭의 문제가 아니라 진정성과 실천이 중요하다. 정 후보가 과거에 좀 미진한 점을 봐준다 해도 현재의 모습에서 과연 정 후보가 과거 신자유주의에 경도됐던 오류에 대한 진정한 극복의 의지가 있는지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가치대장정을 얘기하면서 가치를 부정하는 민주당과의 무원칙한 정치지분을 나누는 협상을 함으로써 국민들을 당혹스럽고 실망스럽게 만들었다. 과연 정 후보가 의지가 있는가 싶다. 그게 현재적으로 나타나는 모습이기 때문에 진정성을 믿기가 사실 어렵다.

김태일 : 진정성 얘기가 나오면 머리가 아파지는데….(하하) 민주당과의 통합 시도에 대해선 이렇게 본다. 승리를 위한 공학적인 것으로 치부해 버릴 수가 없다. 연대를 한다면 연대의 가치, 합의할 수 있는 수준이 여러 가지일 텐데 내가 생각하기에는 정 후보와 문 후보가 연대하는 것보다는 민주당과 합의할 수 있는 강령의 수준이 좀 달랐던 것 같다. 민주당과의 연대는 최소강령 수준에서 가치를 공유하고 그 합의를 바탕으로 시도됐던 것으로 생각한다. 문 후보의 경우는 좀 더 강령의 수준이 높다고 봐야 하지 않겠나 싶다. 그런 점에서 해석해야지, 단순히 공학적인 것이라면….

고원 : 정 후보와 신당이 문 후보와 창조한국당에 대해서 후보단일화를 제안하고 실현할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 여전히 지역주의에 매몰돼 있고 가치나 정책을 통한 정치보다 권력과 정치적 지분에 의한 결합이 주가 된 민주당과 창조한국당이 양립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것이다. 민주당과 합당을 한다는 것은 창조한국당과는 결별을 선포한 것과 다름없다. 창조한국당과 신당의 지지도 격차를 벌여서 흡수 단일화의 기반을 만들겠다는, 상당히 불순한 의도로밖에 해석이 안 된다.

김태일 : 불순한 의도가 아니라 의도를 불순하게 해석한 것 같다. 민주당에 대한 인식에서 차이가 좀 있는 것 같다. 우리는 포악무도하고 과거회귀적인 수구세력과 싸워서 승리해야 한다. 폭넓은 연대를 해야 한다. 87년 정치적 연대는 최소강령을 통해 연대한 것이다. 그것이 승리의 동력이었다. 지금도 개혁세력이 권력을 유지해나가기 위해선 민주당은 연대할 가치를 가진 집단이라고 본다. 이인제 후보와 정동영 후보는 눈에 보이는 차이가 있다. 문국현 후보와 정동영 후보는 차이는 별로 못 찾았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낮은 수준에서 공유할 수 있는 가치가 있다. 둘째는 민주당의 지역성인데, 민주당을 아무런 다른 것을 가진 게 없는 지역당이라고 본다면 한나라당과 똑같이 본다는 것이다. 특정 지역의 배타적 지지를 받는 것은 분명하지만 지역성을 역사적 배경과 맥락에 대한 설명 없이 일갈해버리면 민주당과 한나라당을 똑같이 보는 것이다.

민주당과 통합시도 과정에서 5대5니 하는 지분 문제가 부각된 것은 민망한 일이다. 통합을 하려면 통합한 조직체의 권력구조 얘기를 안 할 수 없다. 협상의 핵심인데, 그게 너무 불거졌고, 그 점에선 저도 잘했다고 얘기하고 싶지 않다. 그렇더라도 민주당과 통합시도를 너무 폄하해선 안 된다.

고원 : 폄하가 아니라 팩트를 말하는 것이다. 정동영 후보는 가치대장정, 가치연대까지 얘기했다. 그런데 그걸 부르짖으면서 민주당과 합당을 얘기했다. 민주당과의 합당 행위 속에 5대5 지분을 나눈다는 것 외에 어떤 가치가 있나. 민주당과 어떤 가치를 통해 연합한다거나 어떤 가치를 가지고 연합할 테니 국민의 이해를 구한다는 수순을 밟았나. 전혀 그런 과정이 없었기 때문에 단순히 정치적 연대의 폭을 가급적 넓게 가져가는 것이 옳다는 얘기로 정당화하는 것이다.

김태일 : 민주당 합당과 가치연합이 모순되지 않는다. 민주세력 집권유지, 즉 수구세력 집권저지도 가치 아닌가. 몇몇 차이가 돋보이는 부분이 있지만, 두 후보의 강령, 비전은 공통되는 부분이 많다. 다만 지분문제가 부각된 것은 민망한 노릇이다. 두 조직체가 하나의 조직체를 만드는데 권력구조를 어떻게 할 것이냐는 연합과정에서 논의의 핵심 사항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연합과 연대의 문화적 인프라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지분문제를 협상하는 것도 훈련돼야 한다.

정치연합의 공통분모는?
▲ 이태수 꽃동네현도사회복지대 교수ⓒ프레시안

이태수 : 창조한국당은 나중에 흡수단일화를 하기 위한 세 불리기로 보는 것이 날카롭고 감정적으로 이 문제를 바라보게 된 원인이 아닌가 싶다. 관용적으로 생각해보자. 민주당도 현재 모습만 보고 표면적으로 지역당이라고 얘기해 버릴 수 있을까. 민주당의 역사성, 호남 지역민들의 민주화 헌신을 생각했을 때 민주당이 가치적으로 결합할 수 없는 당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민주당을 대표하는 정치인들이 이 국면에서 보여 온 행태나 이인제 후보가 내건 공약이 거의 한나라당 수준까지 간 것은 실망스럽다. 다만 크게 보고 길게 보고 밑바닥을 본다면, 민주당이 같이 못할 세력은 아니다. 신당이 민주당과 합당을 모색했다고 창조한국당이 연정의 신뢰를 못주는 사인이라고 할 것까지는 없다. 이 문제는 관용적으로 넓게 볼 수도 있고 날카롭게 볼 수 있는 양면성이 있다. 어쨌든 그게 이뤄지지는 않은 것이고 이젠 신당과 창조한국당이 얼마나 결합도가 있느냐는 문제가 중요하다.

'의제27'에서 공론의 형태로 제안한 7대의제는 부패청산, 중소기업 대기업 균형적 발전, 비정규직 해소, 교육혁신과 사람투자, 양극화 해소, 사회적 대타협, 평화공존 등이었다. 두 당의 공약을 봤을 때 상당히 부합되는 면이 있다. 진정성이 있느냐는 문제로 보면 할 수 없는 것이다. 연정의 과정에서 깰 수없는 공통분모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 신뢰성, 진정성은 미래를 두고 약속을 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7대 의제를 중심으로 당의 공약을 보면 큰 차이는 없다.

정동영 후보의 최종 공약이 어떻게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그동안 내건 4대 비전, 즉 차별 없는 성장, 가족행복시대, 투명사회, 위대한 한반도와 20대 공약은 7대의제의 내용에 포괄되지 않는 것이 없다. 문 후보나 창조한국당이 강조한 '중소기업 강국'도 정 후보가 핵심테제로 내걸고 있다. 그런 부분에 있어서 상당정도 부합되는 바가 있다. 무상보육 무상교육, 여성친화적 사회 만들기 등 문후보가 트레이드마크로 얘기해 온 것을 정동영 후보도 똑같이 수용하고 있다. 청렴도, 국가경쟁력 문제에서도 문 후보는 국가경쟁력 6위, 정동영 10위라고 해 표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선진국 수준으로 가자는 것이 큰 차이가 없다. 4년 연임 대통령제도 정 후보가 수용했고, 영어교육을 국가가 책임지는 문제나 평생학습 구현 등도 정 후보가 받았다.

어떤 과정을 통해 정 후보가 이처럼 수렴적 형태를 보였는지는 따져봐야겠지만, 양쪽의 주장과 공약만을 봤을 때 양자가 크게 다를 바 없다. 이런 부분을 미래의 신뢰, 미래의 진정성으로 내걸면서 공통분모로 끌고 가는 과정이 중요하다. 이를 통해 연정의 지평이 열리는 게 아닌가 싶다.

고원 : 공약의 차이가 없어졌다면, 진정한 실체를 가지고 있다면 굉장히 다행이다. 다만 정동영 후보의 정책적 정체성, 정책노선은 지금 대선 국면에서 정동영 후보가 표방하고 있는 차별없는 성장 노선과는 원래 차이가 많았다. 사실상 지금까지는 중도보수, 중도실용주의 노선이었다. 그 같은 중도실용주의 노선에서 좀 좌로 변화하게 된 과정에 대한 납득할만한 이유를 잘 모르겠다. 선거전략 차원인지, 진정한 세력과 노선의 변화, 개혁실패에 대한 반성의 결과물인지는 잘 모르겠다.

설령 변화한 것으로 받아들여도 정 후보는 '나는 문국현 후보의 정책을 200% 받아들이겠다'고 했다. 논리적으로만 따지면 문국현 후보 정책의 200%를 실현하려면 그 방안으로 연립정부를 대표하는, 정책을 주도하고 대표하는 사람이 그 정부의 이니셔티브를 쥐도록 하는 게 확실한 보장이다. 연립정부를 대표하는 정책을 가장 잘 구현할 수 있고 그것을 주도해 나갈 수 있는 사람이 내각제라면 수상이고, 대통령제라면 대통령이 되면 되는 것이다. 문 후보가 단일후보가 되고 대통령이 되면 정 후보가 말하는 문 후보의 정책 200% 수용을 가장 확실하게 받아들이는 것 아닌가.

김태일 : 단일화의 절차, 방법, 결과는 다른 문제이고, 어쨌든 두 후보가 말씀하는 큰 차이를 발견할 수 없다는 점은 의견이 같은 것 같다. 다만 과거 얘기를 하면서 진정성에 대한 의문점을 말하는데 민주당과의 통합에 있어서 전혀 명분이 없거나 가치 공유의 부분이 없다고 보지는 않는다.

지분문제가 두드러져 보인 것에는 나도 유감이고 특히 통합신당 내에서 거부를 한 이유가 다른 문제가 아니라 5대5라서 못 받아들인 게 창피하다. 그러나 지분문제가 우리의 본의는 아니었다. 두 번째는 좌회전을 말씀하셨는데, 2005년 2월 전당대회에서 열린우리당은 새로운 강령을 채택했다. 사회통합적 시장경제라는 개념으로 키워드를 정의했다. 그걸 전대에서 공식적으로 채택했다. 그 노선을 중도개혁 정도로 포지셔닝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럼 지금 정 후보의 좌표설정은 연장선에 있는 것이다. 다만 반성할 것은 노선이 아니라 그 노선을 구현하고 집행해 냈느냐의 문제다.

고원 : 강령은 중도개혁적 강령으로 해 놓고 부동산, 비정규, 사학법 모든 것이 중도보수, 중도우파적으로 돌아갔다.

정해구 : 문국현 캠프에서 정 후보에 대해 매우 공격적이다. 역으로 우리 국민들 상당수는 문국현 씨가 비난할 자격이 있느냐고 생각한다. 적어도 다른 후보들은 경선이라는 민주적 절차를 지켰는데 3개월 전에 갑자기 나타나서 당을 만들고 진보적이고 참신한 정책 몇가지를 가지고 오래된 것을 공격할 수 있나. 민주적 절차라는 점에서 문 후보도 신뢰를 못 주고 있다. 백낙청 선생의 말 대로 방법이야 어찌됐건 지역기반을 지닌 정당은 지역기반을 보태고 원내정당은 의원들의 힘을 보태고, 정책구상과 인력을 자랑하면 그 힘을 보태야 한다. 장점들을 합하는 대신 최소강령을 준법정신, 부패, 기득권으로 맞춘다면 연합을 못할 것도 없다. 강령 수준을 높여버리면 어렵다. 만약 연합정부 협상을 하려면 그 수위가 전제돼야 한다.

고원 : 높은 수위의 강령을 요구하는 게 아니라 국민 눈높이에 맞추는 수준에서 말하는 것이다. 신당과 집권세력은 지난 5.31 선거 이후 국민으로부터 엄청난 심판을 받았다. 사실상의 사망선고다. 그 뒤로 단 한 번도 반전의 기회를 갖지 못한 채 열린우리당은 역사의 뒤로 사라졌고 그 뒤 성격이 비슷한 신당이 만들어 진 것이다. 지금 신당 역시 국민으로부터 철저히 외면 받는 정당이 됐다. 70% 이상의 국민들이 이 정당을 싫어하는 것이다. 왜 싫어하나. 다수 국민의 눈높이에서 봤을 때 이 세력들이 과거를 스스로 성찰하고 극복해 나가는 모습들을 보였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

우리만 잘났다고 하는 게 아니라, 적어도 국민의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이런 수준 정도는 해야 우리가 같이 갈 수 있지 않겠느냐는 걸 요구하는 것이다. 기준은 다르지만 문국현 후보도 아주 오랫동안 민주화 세력이 이뤄왔던 역사적 업적이나 개인적 치열함 못지않게 다른 기준을 통해 사회적으로 중요한 공헌들을 해왔다. 적어도 개방과 다원성을 인정한다면 그런 부분은 서로 인정할 부분이 있다고 본다.

정해구 : 7대과제에서 문제가 된다거나 덧붙여야 한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고원 : 중요한 문제들이 다 포괄됐다. 진정성과 실천을 통해 담보가 된다면 그런 것들을 통해 정치연합을 이루는 것들은 한국 정치발전에 긍정적이다.

정해구 : 하나 정도 덧붙이면 어떨까. 정치개혁 부분이 없는데, 대부분 동의하는 4년 연임제, 결선투표제, 비례대표 확대 등을 결합해서 다당제로 갈 수 있도록 하는 정치개혁 의제를 넣었으면 싶다.

고원 : 동의한다.

김태일 : 분권형 국가비전 이런 것 등을 모아 정치개혁 과제로 추가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

이태수 : 신당이 문 후보의 가치를 받아들인 것에 대해 문 후보는 좋아해야 한다고 본다. 진짜일까 의심스럽겠지만 이게 바로 문 후보가 주장한 미래가치가 침투되고 확산되는 과정이 아닌가. 그동안 정체성 분명히 하지 못하고 시대정신에 응답하지 못했던 과거의 정치세력들이, 특히 국민의 기대를 받았던 열린우리당과 후신인 신당이 이 가치에 대해 공감하고 그것을 공약을 통해 표방했다는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본다.

신당까지도 그동안 얘기한 공약 중에서 진보적 의제에 동의하고 창조한국당과 같이 정책적 각서를 쓰고 집권한다면 그동안 실정, 참여정부가 가진 실정을 진정으로 국민들에게 보속하는 과정으로 새롭게 다가가갈 수 있는 세력이 될 수 있다. 이 과정은 또한 창조한국당이 미래가치를 제시하고 새로운 정치세력으로 착근하는 의미를 띈다.

신당의 경우는 여전히 정 후보의 공약이 그대로 채택될 것이냐에 의심하게 된다. 넓은 스펙트럼 탓에 갈등적 요소가 있고, 보수적 입장을 가진 분들이 발표된 공약을 바꾸자고 주장한다는 얘기가 있는데, 그게 현실화돼서 신당이 기존의 공약했던 것에서 물러났을 때 비극이 있다. 그런 난제들을 돌파하고 정책적 가치를 선명히 하면서 결합한다면 상당히 긍정적이고 역사적 의의를 갖는다.

위기의 공유, 성찰적 연대

김태일 : 정치적 연대와 연합을 두고 고민하는 데 가장 중심적인 개념은 성찰인 것 같다. 성찰적 연대라고 할까. 고 박사가 지적한 아픈 대목은 공감을 표한다. 사실 문 후보의 성공은 기존정치세력이 잘 할 수 없는 일을 감당해 왔기 때문에 지지받고 있는 것이다. 짧은 기간에 놀라운 일이다. 그건 뭘까. 두 가지다. 첫째는 과거 정치적 책임으로부터 자유롭다. 둘째는 실제로 무언가 실현해 냈다는 것이다. 문 후보가 미래지향적 태제를 자신의 기업경영과 시민사회 경험을 통해 이뤄낸 것에 대한 평가라고 본다. 윤리경영이나 지식기반 사회에서의 기업경영 모델을 만든 것이다.

책임문제는 그렇다. 성찰을 하자면 문 후보도 함께 성찰해야 한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위기와 어려움의 경우, 세 가지의 징후적 성격을 가지고 있다. 첫째는 우리당이나 신당, 노 대통령이나 참여정부만의 실패가 아니라 진영의 실패, 블록의 실패다. 90년대를 풍미하던 시민운동이 지금 어떤 의제형성 능력을 가졌나. 교육개혁 선봉에 선 전교조, 노동운동 현장에 섰던 민노총 모두 국민들로부터 마음을 잃어가는 상황이다. 중도개혁 정당이 성공을 못하면 민노당이 득을 봐야 하는데, 민노당도 같이 가라앉는다. 그런 점에서 나라의 개혁을 고민하고 함께 시대를 살아왔던 진영이 다 함께 감당해야 할 몫이다. 문 후보는 여의도에 없었지만, 열심히 노력해왔고 그만한 성과도 있었다. 하지만 이 상황에 대해선 함께 감당해야 할 부분이 있는 것이다.

두 번째 징후적 특성은 어제 오늘 만들어진 위기가 아니라 10년 이상의 기간 동안 쌓여온 결과로서의 위기다. 구조적 위기라고 하기까지는 어렵겠지만 긴 기간 동안 누적된 것이라는 것에 착목해야 한다.

세 번째는 정치공학적 위기가 아니라 신뢰의 위기다. 헤게모니의 위기다. 우리의 메시지 전반에 대해 국민들이 신뢰를 하지 않고 있다.

가장 중요한 책임은 권력을 많이 가진 대통령과 집권여당이 져야 하지만 이 위기의 징후는 함께 감당해야 할, 성찰해야 할 몫이다. 성찰을 화두로 삼았으면 좋겠다. 창조한국당과 신당의 관계뿐만 아니라 시민단체, 민중진영, 개혁진영이 함께 고민해야 한다. 성찰적 연대를 화두로 삼아갔으면 좋겠다. 충분히 반성하고 있는데 그것을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본다. 진정성 문제에 대해 처절하게 성찰하고 있고 반성하고 있다는 것에 대한 확고부동한 입장을 밝히고, 행동으로 표해야 한다고 본다. 그게 우리의 과제다.

고원 : 성찰적 연대라는 표현에 공감을 한다. 그렇게 됐으면 좋겠다. 문국현 진영에 참여하고 있는 다수는 신당에 있는 분들이나 민노당에 계시는 분들, 시민사회에 있는 분들과 역사성을 공유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보면 과거에 민주개혁세력이 저질렀던 오류에 대해 똑같이 통감하는 입장에 있다. 우리 스스로 국민으로부터 외면 받고 심판받았다면 큰 문제가 아니겠지만, 우리 때문에 국민들 70%가 순수한 것이라고는 1%도 없는 부패의혹으로 덩어리인 사람, 흘러간 색깔론 타령을 하는 후보를 지지하는 이 참담한 현실에 대한 분노이고 절망이다. 그게 정동영 후보나 통합신당에 대해 다소 격하게 표현이 되는 것이다. 크게 보면 우리 스스로를 향한 자책과 절망의 성격을 갖는 것이기도 하다.

다만 국민의 70%이상이 우리사회에서 가장 절박한 문제를 정권을 심판하는 문제라고 생각하는 시점에서 연합정부라는 담론이 얼마나 국민들을 대선국면에서 흥분시킬 수 있는가에 끊임없는 의문을 가지고 있다. 정권심판이라는 사회심리적 프레임에 갇혀 있는데, 그걸 풀어내지 않고 연합정부를 통해 정부를 공유하겠으니 이해를 구한다고 했을 때 국민들이 어떻게 바라볼까. 권력을 나누는, 권력 야합으로 보일 가능성이 크다. 그런 점에 대한 성찰도 필요하다. 연합정부가 대선국면에서 필요한 것인데, 국민을 감동시키는 정치적 자산이 될 수 있을까에 굉장히 회의적이다. 연합정부라는 일반론에는 찬성하고 연합정부가 한국사회 정치를 한단계 선진화 시키는 수단이라는 점에는 동의하면서도 현시점에서 그 담론이 갖는 의미에 대해선 상당한 회의가 있다.

정해구 : 고 박사의 전제는 참여정부가 국민으로부터 버림받았다는 것이다. 그 점을 부정하진 않지만, 일방적으로 그렇게 얘기할 수 있을까. 잘했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현시점에서 다수 국민들이 지지하는 세력이 우리보다 나은가. 그렇지 않다. 그래서 우리 자신에 대한 책망에 몰두하면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당장 내일모레가 대선이다. 민주 진영이라는 거대한 배가 침몰하고 균열되고 있음에도 그 배가 민주주의를 끌고 온 것은 사실이다. 침몰하고 있더라도 성과에 대해선 평가해야 한다. 침몰하지 않고 다시 떠오를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 사려 깊은 개혁을 할 수 있는 것이 연합정부라고 생각한다. 감동을 주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정치가 꼭 국민에게 감동을 주기 위해서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새로운 계기를 어떻게 만들어나갈 것이냐다. 통합신당이 과거를 끌어왔고, 문 후보가 새로운 것을 만들어나간다면 그 연결고리를 잘 만들어야 한다. 얼마 안남은 시점이 굉장히 중요하고 이상과 현실을 결합시켜야 한다.

고원 : 성찰은 과거 우리가 한 짓에 대해 냉정하게 평가하자는 것이다. 우리는 좋은 가치, 정책, 프로그램을 제시했다. 문제는 국민들이 이걸 수신하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상품을 가져가도 대문을 열어줘야 팔 것 아닌가. 신당과 창조한국당이 연대를 하는 것은 우리 상품에 대한 신뢰성을 높이고 국민들의 마음의 문을 여는데 의미가 있다고 본다. 지난 5년간 우리가 했던 잘못 가운데 중요한 하나는 집단의지를 못 만든 것이다. 개혁을 추진해 나가고 프로그램과 메시지를 구축해 나갈 집단의지를 만들지 못한 것이다. 그래서 보수세력을 돌파하지 못한 것이다. 이 연대가 민중적, 민족적 집단의지를 만들어가는 계기가 된다면 우리가 기존에 만들어 놓은 상품도 잘 팔릴 수 있을 것이다. 연합정부 자체가 목표가 아니라 우리의 역량을 강화시켜서 전선에서 동력을 만드는 것이다.

다만 양날의 칼이 있다. 연합정부가 최소한이나마 정치적 기능을 수행할 수 있기 위해선 전제가 필요하다. 지금 현재 정치구조, 정당구조, 세력구조에 수평적 결합을 기반으로 하는 연합정부는 국민들이 안 믿어 줄 것 같다. 그 놈이 그놈 식으로 권력을 잡기 위한 몸부림 정도로 볼 수 있지 않을까. 따라서 무언가 국민들에게 인정받는 게 중요한 것 아닌가. 국민들에게 인정받는 연합정부가 되려고 한다면 적어도 미래를 준비하는 형태로, 과거를 실질적으로 반성하는 형태로 세력의 재편이 일어나고 세력의 재편 과정을 통해 새로운 정치세력이 창조되는 과정과 연합정부가 맞물려야 한다. 그러면 연합정부의 최소한의 정치적 기능에 대해 일정부분 긍정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 현재의 세력구조를 두고 수평적으로 결합시키는 접착제로서의 연합정부라면 국민들로부터 그다지 인정받기 어려울 것 같다.

김태일 : 공감한다. 경제적 사회적 변화, 대외환경의 변화에 대응하는 우리 정치사회 재구성의 계기로서의 연합정부, 연대로 개념이 설정돼야 한다는 점에 공감한다. 그러자면 재구성하기 위한 새로운 세력과 이런 문제의식을 가진 사람들이 기민하게 결속해야 할 것이다. 창조한국당도 과거 정치사회와 무관한 분들이라고 해봐야 후보와 몇 분밖에 없지 않나. 새로운 세력이 정치사회에 진입하는 계기가 맞물려야 국민들도 감동하지 않겠나.

정해구 : 연합정부를 하면 각료배분을 얘기해야 하는데 섣불리 얘기하면 권력 나눠먹기가 되기 때문에 비공식적으로 정치인들이 해야 할 일인 것 같다. 섀도우 캐비닛을 발표한다면 굉장히 신중해야 할 것이다. 자신감 있을 때 해야 하는 것이다. 연합정부라는 것이 워낙 낯설기 때문에 이 기회에 후보단일화, 연합정부, 결선투표, 비례대표 얘기를 자꾸 해야 한다. 지금까지 세력과 미래세력이 함께 윈윈해야 한다. 잘못하면 둘 다 망한다. 신당은 대선에서 지면 무너질 가능성이 있고, 창조한국당은 펴보지도 못하고, 책임론에 말려 같이 무너질 수 있다. 같이 무너지면 정당 두 개 무너지는 게 아니라 우리나라 민주진영이 그대로 무너지는 것이다. 완벽하지 못한 부분이 있어도 그런 부분은 잘 넘겨야 한다. 옛날과 새로운 것을 매치시키는 것은 능력 문제다.

김태일 : 선거 20일도 안 남았는데, 연합정부를 한다면 국민들에게 설명할 기간도 있어야 하지 않나. 빨리 하자.

정해구 : 아마 12월 초나 12월 12일 전에 할 수 있는 방법이 있고, 선거 막판 2~3일 전에 하는 방안이 있을 텐데 시간이 많으면 한가롭게 애기할 수 있겠지만 선택의 시간은 이제 임박한 것 같다. 캠프가 결단을 내려야 할 시점이 아닌가 싶다.

고원 : 단일화와 관련해선 개혁진영의 분열 때문에 부패 진영이 집권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다.

김태일 : 창조한국당이 날카로운 메시지를 날렸는데,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저렇게 날카로워지는 걸 보니까 이제 고민하시는구나 싶더라. 그런 고뇌를 하고 결단을 해야 진정성을 느끼지 않을까 싶다. 너무 날카롭다 싶으면서도 이유 있다고 생각한다.

이태수 : 방법론적인 문제를 생각해보면, 연합정부가 어떤 모습을 띨 것이냐도 고민해야 한다. 새도우 캐비닛까지는 무리인 것 같다. 8대의제 정도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공개해서 민노당까지 들어오면 좋겠는데, 현실적으로 4개 정파가 모일 수 없다면 가능한 정파가 모여서 8대의제를 합의했으면 좋겠다. 중립적 지식인과 시민사회가 나름대로 수렴시킨 개혁의제를 놓고 정파 대표들이 모여서 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과거 잘못한 것을 반성하는 과정에서 국민들에 의해 선택되어져야 한다고 본다. 어떤 방식인지는 생각해봐야 한다. 어떤 사람은 모바일 투표 방식을 얘기하는데, 너무 상투적인 방법 말고 창의적이고 창발적인 방법으로 국민들에게 신뢰를 보낼 수 있는 과정을 결합시켜서 짧은 시간이지만 해야 한다고 본다.

낭만적인 방법일 수는 있겠지만 어느 한 분이 스스로 속죄양이 되겠다고 하는 건 어떨까 싶다. 새로운 미래로 나가기 위해 본인이 속죄양 역할을 하면서 감동과 새로운 희망을 던지는 방식으로 한다면 그 분은 역사에 길이길이 남을 것이다. 그건 좀 낭만적인 방법이 아닌가 싶으면서도 정치는 감동을 주는 부분이 있다.

고원 : 개인적으로는 꼭 후보단일화가 필요한 시점이라면 여론조사니 모바일이니 이런 기계적 단일화보다는 서로 역사적 차원에서의 양심적 결단이 올바른 형태라고 본다.

김태일 : 두 당사자의 문제만은 아니다. 전체 진영의 문제인데, 두 당사자가 아닌 시민사회가 이 문제에 더 많은 관심 가져주고 가야 할 길에 대해 책임성 있게 맡아줬으면 좋겠다.

정해구 : 국민들도 한편으로는 부정적으로 보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민주주의 발전을 위한 요구로 보아줄 것으로 기대한다. 뭔가를 모색하기 위한 노력으로 봐줄 것이다. 오랜 시간 말씀 감사하고 얼마 남지 않은 시간 동안 정말 잘 추진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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