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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후 학부모 모임이 학교를 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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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후 학부모 모임이 학교를 살린다"

'학부모 저녁 모임' 평가 및 토론회 열려

흔히 교육을 구성하는 3주체로 학생, 교사, 학부모를 꼽는다. 하지만 이들 각각의 역할에 대한 논의는 고르게 이뤄지지 않았다. 교사와 학생의 역할에 대한 이야기는 많았지만, 학부모의 역할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았다. 교사들이 주축이 된 교육개혁 운동에 비해, 학부모들이 중심이 된 움직임이 상대적으로 미약했던 것도 한 원인이다.

게다가 교사와 학부모 사이에는 미묘한 불신이 흐르기도 했다. 일부 교사들은 "학부모들이 제 자식만 챙기는 이기주의에 빠져 교사들에게 입시 위주의 교육을 하도록 압력을 가한다"며 불평한다. 또 일부 학부모들은 "교사들이 타성에 젖은 수업을 한다"거나 "촌지 등 부적절한 보상을 원한다"는 등의 불만을 제기해 왔다.

맞벌이의 확산, 학부모 저녁 모임이 절실해진 이유

이런 불신을 단박에 씻어내는 것은 무리다. 특히 맞벌이를 하는 학부모의 비율이 전체의 50%를 넘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자주 만나서 신뢰를 쌓는 과정이 필요한데, 시간을 내는 것 자체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설령 시간을 내서 만난다 해도, 어떤 대화를 나눠야 할지부터 막연해 하는 경우가 많다. 그나마 어머니들은 조금 낫다. 아버지들은 아예 자녀의 학교를 방문하는 것 자체를 낯설어 하는 게 보통이다.

이런 답답함은 어느 나라나 비슷하다. 그래서 미국, 유럽 등에서는 '학부모 저녁 모임(Parents' night)'이 종종 이뤄져 왔다. 퇴근 이후인 저녁 시간을 이용해 학부모들이 자녀의 학교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이다.

이런 행사를 통해 학부모들은 학교 운영에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자녀의 학교 생활에 대해서도 더 깊이 이해하게 된다. 또 이런 과정을 거치며 학부모들은 교육의 적극적인 주체로서 취해야 할 스스로의 역할을 깨닫고, 이를 위한 준비를 하게 된다.

한국에서도 '학부모 저녁 모임(Parents' night)'을 시도한 사례가 있다. '함께 여는 교육연구소'는 지난해부터 서울·경기 지역에 있는 동천초, 백암중, 용화여고, 이우학교 등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학부모 아카데미'와 '학부모 저녁 모임'을 실시해 왔다.

아버지는 왜 학교 행사에서 만나기 힘든가
▲ 24일 서울 중구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강당에서 열린 '학부모의 밤 결과 보고 및 평가 토론회'. ⓒ프레시안

그리고 24일, 지난 일년 간의 성과를 살피고 점검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서울 중구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강당에서 열린 '학부모의 밤 결과 보고 및 평가 토론회'다. '함께 여는 교육연구소'와 여성가족부가 주최한 이날 토론회에서 참가자들은 각각 다른 환경에서 시도한 '학부모 저녁 모임' 사례에 대해 설명했다.

서울 용화여고 학교운영위원회 학부모위원을 맡고 있는 윤지희 씨는 지난해부터 이 학교에서 시도한 학부모 아카데미와 급식체험, 담임과 대화, 대동제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이루어진 학부모 저녁모임 사례를 발표했다.

윤 씨는 학교 행사 참여가 전무하다시피 했던 아버지들이 대거 참여할 수 있었던 것을 주요한 성과로 꼽았다.

그리고 이런 행사를 통해 교사와 학부모의 관계가 한쪽이 다른 쪽에게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방식이 아닌 교육적 동반자 관계가 돼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도록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빈곤 지역일수록 '학부모 모임'이 소중하다

저소득층이 밀집한 성남시 구시가지에서 교육복지를 위한 활동을 하는 단체인 '1318 해피존 모란아지트'에서 일하는 오일화 씨는 지역적 특징을 반영한 활동 사례로 주목받았다.

'함께 여는 교육연구소' 연구위원이기도 한 오 씨는 성남지역아동센터(공부방)연합회와 함께 학부모 모임을 진행했다.

빈곤 지역 학부모들은 공교육에 대한 의존도가 다른 지역보다 높다. 그러나 학교 운영에 학부모들이 참여하는 정도, 교사와의 만남 횟수 등은 오히려 더 적다.

오 씨는 "가난하다는 이유로 학부모들이 위축감을 갖고 있어서 행사 진행이 더 어려웠다. 그러나 막상 자녀 교육에 필요한 정보를 나누는 자리가 얼마나 유용한 지를 깨닫고 나니, '세금 내는 게 아깝지 않다'며 반가와 했다"고 밝혔다. 참여를 위한 문턱을 넘는 것은 쉽지 않지만 학부모 간의 유대, 교사와의 대화, 학부모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 등의 필요성을 깨닫고 나면 금세 적극적인 참가자가 된다는 것이다.

교사-학부모 관계, 일방 통행 벗어나야

삼성사회정신건강연구소 연구위원이며, '학부모 저녁 모임'에 관한 연구를 진행해 왔던 이세용 박사(교육학)는 이런 행사에 참가한 학부모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다는 조사 결과를 내놨다. 그리고 그는 교사들의 참여가 상대적으로 미진했다는 점, 행사를 주도적으로 기획하고 이끌어가는 학부모 리더십이 형성되지 못했다는 점 등을 한계로 꼽았다.

교사들이 소극적인 태도를 취한 이유에 대해서는 학교 현장에서는 낯설게 여겨지는 단체가 행사를 주도했다는 점, 학교 및 교사가 달성해야 할 교육적 목표와의 관계가 모호하게 받아들여졌다는 점 등을 들었다.

이어 이 박사는 저소득층 학부모를 지원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확충하는 것을 과제로 제시했다.

발제가 끝난 뒤, 진행된 토론에서 참가자들은 기존의 교사-학부모 관계에 대한 반성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한 쪽이 다른 쪽에 대해 일방적으로 자녀에 관한 정보 혹은 요구 사항을 전달하는 방식을 벗어나야 한다는 것.

이를 위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한만중 정책실장은 "학부모와 교사의 관계를 수요-공급의 틀로 접근하는 발상을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인간교육실현학부모연대 강윤봉 부회장은 '학부모 교육권' 개념을 통해 학부모가 학교 교육에 참여할 권리를 보다 적극적으로 규정하는 한편,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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