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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질문명과 투쟁 속 마음의 상처, 이제 치유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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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질문명과 투쟁 속 마음의 상처, 이제 치유할 때"

[인터뷰] 국제영성음악제 <화엄제 2007> 여는 박치음 총감독

국제영성음악제 <화엄제 2007>이 오는 20일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전남 구례군 화엄사에서 열린다.

지난 2006년 '첫발자국'이라는 주제로 처음 진행됐던 이 음악제는 올해 '길떠남'이라는 주제로 두 번째 막을 연다.

"치유력을 일깨우기 위한 길떠남"

영성음악은 영어로 '스피리추얼 뮤직'(spiritual music)이라고 일컬어지는 음악장르를 우리말로 번역한 말이다.

주최 측은 "영성음악이란 우리 모두가 본래 지닌 치유력을 일깨우기 위한 음악"이라며 "몸과 마음, 물질과 정신, 밝음과 어두움이 균형을 잡아 하나가 될 때까지 연주하는 음악"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에서는 불교의 범패나 토속신앙의 굿 등에서 영성음악의 뿌리를 찾아볼 수 있다.
▲ '화엄제 2007' 포스터. ⓒ프레시안

이번 행사에는 티베트의 독립을 위한 활동가이자 가수인 디첸 샥 닥사이, 미국에서 여성영성 노래 활동을 하는 제니퍼 베레잔, 북미 인디언 이로쿼이족 출신 음악가 조안 쉐난도어, 인도 타블라 연주가 매니쉬 비야스 등 외국 연주자가 참석한다.

주최 측은 "이번 행사에서는 아버지의 사원이 불타는 것을 목격하고 조국을 떠나야 했던 티베트의 디첸 샥 닥사이, 미국 땅의 원주민이면서 원치 않는 보호를 당하는 이로쿼이족의 후예 조안 쉐난도어, 동굴 속이나 사막에 잠들어 있는 신성을 불러 일깨우는 제니퍼 베레잔 등 세 여인의 노래를 들을 수 있다"며 "이들의 노래가 소중한 것은 삶과 가장 밀접한 노래로 사람과 세상을 돕겠다는 서원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 이번 행사의 총감독이자 작곡가 겸 가수로 활동하고 있는 박치음 씨를 비롯해 조순애 판소리 명창, 월드뮤직 그룹 푸리, 음악극집단 바람곶 등 국내 연주자들도 함께 한다.

이에 앞서 오는 17일 저녁에는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타라를 만나러 가는 밤>이라는 주제로 작은 음악회도 열린다.

화엄제가 열린 다음날인 21일에는 화엄사에서 '지금 우리에게 영성과 영성적 예술은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심리학, 명상, 불교를 아우르며 현재 한국 사회의 맥락 안에서의 영성이라는 개념과 영성적 예술과의 상관관계를 짚어 보는 학술제가 개최된다. 계명대 김열규 석좌교수의 주제 강연, 춘해대 김예숙 교수, 명상전문가 박석 교수, 불교연구원 석길암 연구원, 조승미 동국대 연구교수 등의 주제발표가 예정돼 있다.

보다 자세한 사항은 '화엄제' 홈페이지(www.hwaeom.org)에서 알 수 있다. 입장은 무료. 공연과 후원 문의는 (주)악당이반(02-745-6112)이나 화엄사(061-782-7600)를 통해 가능하다.
"왜곡된 관계 바로 잡는 '균형 맞추기', 영성음악이 추구하는 치유법"

[인터뷰] 화엄제 총감독 박치음 교수(순천대)

<전진가>, <반전반핵가> 등을 작곡하며 노래운동 1세대로 잘 알려진 박치음 교수. 그는 2000년대 들어 한국군의 베트남 민간인학살 사죄 헌정곡, 사형제도 폐지 헌정곡 등을 작곡했으며 지난해부터는 <화엄제>를 기획하고 진행하는 총감독을 맡고 있다. 그는 이 같은 행보에 대해 "노래운동의 연장선에 있다"고 말했다.

지난 9일 박치음 교수를 프레시안 사무실에서 만났다.

▲ 박치음 총감독 ⓒ박치음

- 처음 화엄제를 기획하게 된 계기는?


"노래운동을 했던 사람이니까. '노래로 세상을 바꾼다'는 말은 나의 신념이다.

한국은 1980년대 군부독재를 거쳤다. 그 시기에는 '나는 맞고 너는 틀리다'식의 주장이 맞는 얘기였을 수 있다. 그러나 시대가 변하고 그런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됐다. 이제 '먹고 사는 문제'에서 어느 정도 벗어난 시점에서 돌이켜 보자는 거다.

모든 사람은 대상이 아닌 주체로서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 의무가 있다. 또 그렇게 만든 아름다운 세상을 모든 사람이 향유할 권리가 있다. 그러자면 세상을 구성하는 사람들의 세계관, 즉 패러다임이 동시에 바뀌어야 한다. 누군가가 만든 체제가 무너진다고 해서 아름다운 세상이 되지 않는다는 자각을 거쳤다.

노래로 세상을 바꾼다는 점에서 나의 생각이 변한 건 없다. 그러나 당시 운동가요가 핵심이었다면 이제 영상음악을 통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거다."

- 영성음악을 접하게 된 계기는?

"<미안해요, 베트남>처럼 베트남 민간인학살 사죄나 사형제도 폐지 헌정곡을 만들면서 여러 나라의 많은 음악을 접하다가 세계적으로 번지고 있는 영성음악을 듣게 됐다.

원래 영성음악의 뿌리는 이미 일부 80년대 노래운동에 녹아있다. 외피가 군부독재 타도, 노동문제 해결 등이었지만. 영성음악의 본질이 내면에 있다. 굿에서도 알 수 있듯 전통적으로 뿌리깊은 영성음악을 산업화되고 현대화되는 시점에서 사람들이 버린 것이다."

- 영성음악의 특징을 설명해준다면.

"영성음악에서 중요한 개념 중에 하나가 '치유'다. 우리와 자연과의 관계, 인간과 인간과의 관계 등 왜곡된 관계를 바로 잡는다는 거다.

왜곡된 관계의 단정적인 예로 노동자와 자본가, 군부 독재와 저항 등으로 쉽게 도식화할 수 있던 시대가 있었다. 그러나 상황이 바뀐 지금, 세상을 다양성, 균형성으로 봐야 된다는 거다. 그것이 치유의 과정이다. 마음과 자연, 우주의 기본적인 치유력에 대한 믿음. 그것이 서로 균형을 잡고 있을 때의 조화가 아름다움이다.

영성음악이 마음 속의 지혜, 우주 생명의 존중을 얘기하다 보니 외국에서 시작된 영성음악 중에는 티베트의 만트라나 인도 노래가 귀감이 된 것이 많다. 그러다 보니 형식은 대체로 동양에 모체를 두고 내용도 여성, 어머니, 대지, 자연, 인간과 우주, 치유에 대한 부분을 많이 다룬다. 남성 중심의 문화가 오늘날 왜곡된 구조를 만들었다면 여성성의 회복이 균형을 잡기 위한 축이 되고, 자연을 너무 착취했다면 자연의 복원력을 신뢰하고 조화를 이루는 것이 방법론적 접근이 될 거다. 인간 관계에서도 누가 누구를 소외하거나 착취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것이 가장 올바른 인간관계를 맺는 것이냐는 물음을 노래로 다루면 그것이 영성음악이다.

작년 음악제도 반응이 굉장히 좋았다. 한번 들어보면 신비주의나 종교주의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또 절에서 하다 보니 오해를 하기 쉬운데, 영성음악에서 종교는 다양할수록 좋고 인종도 다양할수록 좋다."

- '화엄제'라는 이름의 유래는? 음악제 장소를 화엄사로 잡은 것과 관련이 있는지.

"화엄이라는 말의 뜻이 '잡화엄식'의 준말이다. 잡화는 '만 가지 꽃'이라는 뜻이고 엄식은 '꾸민다, 장식한다'는 의미다. 아름다운 세상을 꽃이 핀 세상에 빗대 얘기한다면 '화엄'만큼 영성음악에 맞는 개념은 없다.

화엄사와는 개인적으로 인연이 있다. 화엄사 측에서는 요즘 유행처럼 번지는 산사음악에 대한 모델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같이 음악제를 열게 됐다."

- 최근 영성음악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고 했는데, 그 이유가 어디에 있다고 보나.

"물질적 풍요 속에서 정신적 허기를 느끼는 사람들이 있다. 유럽이나 미국 등 GNP가 높은 나라에서 먼저 영성음악을 찾는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나라는 분단이라는 특수한 상황도 있고, 산업화 등에서 정신적 상처를 많이 입었다. 민주화 투쟁 가운데서 상처 입은 사람들에게도 영성음악이 필요하다.

노래운동 할 때 만든 반전반핵가, 전진가 못지 않게 영성음악도 '노래의 힘'을 크게 느낄 수 있다. 그 당시 열악한 조건에서 소통을 했지만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사회가 훨씬 더 소통이 필요한 사회라고 본다.

한국에서도 생각보다 많은 이들이 영성음악을 듣고 있었다. 물질적으로 풍요로워지니까 자연발생적 향유층이 나타나고 있었던 것 같다. 지난번 행사를 보고 연락하는 분들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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