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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의 영혼을 가진 인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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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의 영혼을 가진 인간들"

한금선 작가 사진전 '집시 바람새 바람꽃'

"그들의 화려한 외모와 자유분방한 기질에 매료돼 집시처럼 살아가는 이들이 늘어나자 유럽 각국은 다양한 방법으로 집시들을 통제하기 시작했다. 통제와 감시가 모든 국가기구의 속성이고 보면, 집시의 거칠 것 없는 호탕함은 국가의 존속을 위협하는 커다란 장애물이었기 때문이다. 유럽 사회에서 타자로 낙인찍힌 그 순간부터 집시의 또 다른 운명이 시작됐다." (사진집 <집시(Gypsy) 바람새 바람꽃>을 소개하는 사진 기획자 송수정 씨의 글)

2001년부터 집시들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아온 사진작가 한금선 씨의 전시회 '집시(Gypsy) 바람새 바람꽃'이 22일부터 9월 4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동 아트비트 갤러리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국가인권위원회가 발간하는 월간 <인권>의 사진 디렉터로도 활동하고 있는 한금선 씨의 사진 작업 10년 만의 첫 개인전이기도 하다.

떠날 수도, 머물 수도 없는 그들의 삶

한국에서는 드물게 집시의 현실에 밀도 있게 다가간 그의 사진은 다소 낯선 느낌을 준다. 흑백사진에 담긴 집시들의 얼굴과 그들의 동네는 우리가 상상하는 유럽과는 많이 다른 모습이다. 낡고 작은 집, 포장되지 않은 도로에서 낡은 옷을 입고 헝클어진 머리로 뛰어노는 아이들. 그들의 모습에서 가난은 그대로 드러난다.

짙은 눈썹과 더 짙은 색의 머리카락, 큰 눈망울을 가진 그들의 모습은 보는 이에게 이색적인 아름다움과 이방인의 슬픔을 동시에 안겨준다.
▲ ⓒ한금선

한금선 씨는 "2001년 프랑스 파리 유학생활 도중 신문에서 집시가 자신들만의 성녀를 만나러 한 지방으로 순례를 떠난다는 짧은 기사를 봤다"며 "순례는 보통 길을 떠나는 일인데 한 장소로 모여든다는 점이 호기심을 자극했고 그때 처음으로 집시에 관심을 두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순례 촬영은 묘하고 신비한 경험이었다"며 "다른 순례에도 참관을 하면서 집시에 대한 고민이 시작됐다"고 밝혔다.

동유럽에 강제로 정착당한 집시들의 삶에 관심이 옮겨간 그는 프랑스를 넘어 불가리아, 루마니아, 코소보까지 촬영을 이어갔다. 그곳에서 그가 만난 집시들은 자신들의 조상처럼 떠날 수도, 그렇다고 이방인이 아닌 정착자로 살아갈 수도 없는 운명을 가진 채 살아가고 있었다.

"집시들의 전설에 따르면 집시는 본래 새였으나 날지 못하는 동물들의 저주를 받아 날개가 황금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그 뒤 집시는 쓸쓸하고 황량한 땅에 내려와 인간이 되고자 바람이 인도하는 대로 길을 찾아 나섰다. 자유롭게 날 수도, 온전한 인간으로서의 대접을 받을 수도 없는 오늘날의 운명을 이미 그들은 예감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송수정 씨의 글 중)
▲ ⓒ한금선

"사진 통해 소외된 이들의 목소리를 전달하고 싶다"

한금선 씨는 "흔히 유럽여행 갔다온 이들은 '집시'한테 도둑질을 당했다고들 말한다"며 "집시라고 불리는 수많은 다양한 이들을 몇 가지 고정관념으로 획일화하고 편견을 갖게 되는 건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진전을 통해 한국에 잘 알려지지 않은 집시라는 이들을 인식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며 "빠르게 발전하는 문명이 놓친 집시의 삶, 유럽 내 소외 계층의 삶을 인식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집시 이외에도 판자촌, 독거노인, 거리의 아이들 등 소외된 이들을 조명하는 사진 작업을 계속하고 있는 그는 앞으로도 이들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을 생각이다.

그는 "사진은 사람들의 숨은 목소리를 전달할 수 있는 굉장히 좋은 매체라고 본다"며 "획일화, 집단화되면서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없었던 소외된 이들의 이야기를 전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한금선 씨의 사진들은 같은 이름으로 최근 발간된 그의 사진집과 홈페이지(www.gypsyphoto.co.kr)에서도 만날 수 있다. 전시는 9월 4일까지. 문의 아트비트 갤러리(www.artbit.co.kr, 02-722-8749)
▲ ⓒ한금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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