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경선 레이스의 최대 분수령으로 꼽히는 4차례의 TV 토론이 시작도 하기 전에 갈등의 핵으로 떠올랐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 측이 일정 변경 등을 요구하며 TV토론 불참 가능성까지 밝힌 가운데, 한나라당 경선관리위원회(위원장 박관용)는 20일 이 문제를 논의했으나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경선관리위 "당혹스런 상황"
이 전 시장 측의 요구사항은 △1회의 전체 합동토론회와 주요후보 간의 맞장토론 1회를 개최할 것 △ 합동토론회를 선거일 1주일 전인 8월 11일까지 종료할 것 등이다. 이명박 캠프는 전날 경선관리위가 이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불참하겠다는 의사까지 밝혔다.
당초 경선위는 오는 21일을 시작으로 내달 9일, 11일, 경선 투표를 하루 앞둔 18일 등 총 4차례의 TV토론을 진행할 계획이었으나 경선 전날의 TV토론은 무리라고 판단, 마지막 TV토론은 16일로 이틀 앞당겼다.
경선관리위 최구식 대변인은 회의 뒤 "난데없이 당혹스런 상황이 됐다. 좀 더 시간을 갖고 진의를 파악하기로 했다"며 "합의에 도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곤혹감을 드러냈다. 그는 "당내 경선은 좋은 분위기에서 진행해야 한다는 게 대전제이고 각 캠프들도 같은 당에 있는 입장이기 때문에 충분히 논의의 여지가 있다"며 "주말동안 최선을 다해 접촉하겠다"고 덧붙였다.
경선관리위는 일단 21일 첫 TV 토론은 예정대로 진행하고 다음 토론일인 내달 9일까지 시간적 여유가 있는 만큼 캠프 입장을 조율할 방침이다. 회의에 앞서 박관용 위원장은 "타협이 안 되면 원칙대로 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최 의원에 따르면 이명박 전 시장 측도 21일 TV토론에는 참여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박근혜 측 "중재안 수용 못 해"
하지만 경선관리위가 원만하게 양 캠프의 입장을 조율해 낼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박근혜 캠프는 이날 이 전 시장 측을 맹공하는 한편 예정대로 TV토론을 진행하라고 지도부를 압박했다.
박근혜 캠프의 김무성 의원은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명박 후보는 왜 자꾸 정해진 룰과 스케쥴에 시비를 걸고 깨려고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면서 "당이 이 후보의 요구를 받아들인다면 한나라당이 이명박 후보에 의해 좌지우지 되고 있다는 증거가 될 것"이라고 비난했다.
김 의원은 "중재안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수용하지 않겠다"면서 "당 내 경선에서 TV토론을 하지 않겠다는 것은 본선에서도 하지 않겠다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김 의원은 특히 "당은 경선관리에 철저한 중립적 입장을 취해주길 다시 한 번 촉구한다"면서 "이재오 최고위원은 당직과 캠프직 중 하나를 택일해야 한다. (이 전 시장의 형인) 이상득 국회 부의장도 당 최고중진 연석회의에 더 이상 참석하지 않는 게 예의라고 생각한다"고 몰아쳤다.
그는 "그 동안 지적하고 싶었는데 자제해 왔다. 이상득 부의장의 경우 동생이 대통령 예비후로로 있는데 지도부 회의에 참석한다는 게 국민 보기에 어떻겠느냐"면서 "특히 이재오 최고위원이 당의 모든 결정에 주도권을 행사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명박 후보의 TV토론 거부방침의 배경이 뭐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지난 4차례의 정책토론회에서 예상을 뒤엎고 박근혜 후보가 이명박 후보에 비해 훨씬 높은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최경환 의원은 "주자들은 선수로 참석하는 것이지 심판이나 룰 메이커가 될 수는 없다"면서 "투표행위 자체만이 경선이 아니다. TV 토론회나 합동 연설회 등 모든 과정이 바로 경선"이라고 강조했다.
유정복 의원도 이날 오전 평화방송 라디로 <열린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에 출연해 "이는 경선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것으로까지 볼 수 있는 사안"이라면서 "토론을 통해 자신에게 불리하다고 판단되는 의혹 등을 차단하고 은폐하기 위한 것으로 충분히 오해될 수 있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명박 측 "경선관리위가 마음대로 결정"
반면 박형준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처음부터 TV 토론회를 하는 데 있어 우리의 입장을 여러 번 공문으로 보냈다"면서 "똑같은 형식의 토론회를 13번의 합동유세 중간에 하는 것은 무리다. 일정과 횟수 조정이 필요하다"고 반박했다.
박 의원은 '갑자기 토론회 문제를 제기한 이유가 검증국면을 끝내기 위한 의도가 아니냐'는 질문에는 "그렇지 않다"면서 "후보 측의 입장을 하나도 받아들이지 않고 마음대로 경선관리위원회가 결정한 것은 온당치 못하다. 요구사항이 어느 정도 수용이 되면 TV 토론은 정상적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이명박 캠프는 한나라당 경선관리위원회에 공문을 보내 "선거일에 가까운 토론회가 이루어질 경우 무책임한 폭로와 음해로 인해 걷잡을 수 없는 혼란이 야기될 수 있다"고 TV토론의 일정과 형식 변경을 요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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