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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의 손을 주세요

[에다가와 조선학교 '희망의 詩' 릴레이① ]

일본 도쿄 고토구 에다가와에 위치한 '도쿄 조선제2초급학교'(에다가와 조선학교). 전교생 60여 명의 작은 민족학교로 지난 3년 동안 도쿄도와 '운동장 분쟁'을 벌였다. 도쿄도가 느닷없이 운동장 사용료 40억 엔을 내고 도쿄도 소유인 운동장을 반환하라고 소송을 낸 것.

그러나 에다가와 지역은 일제시대 일본에 징용돼 끌려간 재일조선인들이 쓰레기장에 불과한 황무지를 개척해 정착한 곳으로 이전 도쿄도 정부는 에다가와 지역 토지를 거주민들에게 시세의 7%에 불하를 했었다. 그런데 도쿄도가 계속 소유권을 갖고 있던 에다가와 조선학교의 운동장에 대해서만큼은 '제값'을 물리겠다고 나선 것이다. 도쿄도지사는 일본의 대표적 우익인사인 이사하라 신타로.

이에 에다가와 조선학교는 재일동포의 역사성과 점유권을 인정하지 않는 도쿄도를 상대로 법정 공방을 벌였고, 에다가와 조선학교의 역사성을 인정받아 결국 시세의 10% 수준인 1억7000만 엔에 운동장을 매입하기로 도쿄도와 화해를 했다.

에다가와 조선학교의 사정이 국내에 알려지자 국내에서도 뜨거운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많은 인사들이 에다가와 조선학교 지지를 선언했고, 재판이 끝난 후에는 운동장 매입자금을 지원하는 모금 활동이 활발하게 펼쳐지고 있다. 지난 6월 24일에는 국내에서 결성된 '에다가와 조선학교 지원모금' 대표단이 학교를 방문해 1차 모금액 1억 원을 전달하기도 했다. 현재 2차 모금 운동이 진행 중이며, 21일에는 '에다가와 조선학교 지원을 위한 희망 콘서트'도 열릴 예정이다.

작가회의 소속 작가들도 에다가와 조선학교 지원을 위해 나섰다. 이에 <프레시안>은 작가회의와 공동으로 에다가와 조선학교를 응원하는 시를 연재한다. 그 첫 번째로 에다가와 조선학교 지원모금'의 공동대표인 김용택 시인의 시를 싣는다. <편집자>


▲ 태권도 수업 중인 에다가와 조선학교 학생들. ⓒ에다가와 조선학교 지원모금

조국의 손을 주세요

-김용택

운동장에 들어서면

땅을 울리는 아이들의 푸른 발소리가 들립니다.

나뭇잎을 달고 새가 날지요.

푸른 하늘로 하얀 바람은 또 얼마나 부는지요.

눈부시게 날고 싶답니다.

운동장에 들어서며 하늘 높이 솟아오르는 아이들 고함 소리 따라

나도 날고 싶지요.

오래오래, 아주 오래오래

작은 돌멩이와 작은 모래와 그 보다 작은 흙들이

우리 손톱 사이에 끼여 집으로 갔지요.

아! 감 같은 얼굴들이 운동장 가 나무마다 주렁주렁 달려

하얗게 웃었지요.

조국은 그리운 곳이랍니다.

갈 수 없는 나의 조국, 피는 늘 그 쪽으로 흐르지요.

나무가 파랗게 잎이 납니다.

산은 또 얼마나 아름다운지요.

슬픈 나라, 하얀 도화지 위에 우리나라 두만강을 푸르게 그리고

백두산을 높이 그리면 저 쪽 파도를 해치고 한라산이 솟았습니다.

해 지는 산 아래 작은 마을을 향해 아이들이 집으로 갑니다.

가방 맨 형과 아우, 앞서거니 뒤서거니 어쩌면 그리 강 언덕은 정다운지요.

다 우리나라 좋은 나라 그림이지요.

운동장에 들어서면 발소리 들립니다.

맥박 같은 발소리들이 우리 가슴을 뛰어갑니다. 지구의 희망이지요.

글 읽는 소리, 풍금소리 쟁쟁하면 그게 미래랍니다.

울고, 웃지요.

좋아서 함께 고함을 지르고, 함께 손뼉 치며 노래하고 달립니다.

다 우리지요. 달리는 우리 어린 발소리들이

삼천리 방방곡곡으로 울려 퍼져

하늘이 새로 열립니다.

운동장에 빛이 가득하였습니다.

운동장 가 아! 잘린 풀라타나스 나무 푸른 잎들,

고개를 떨구고 마른 땅을 지도를 그리며, 슬프고 눈물 났지요.

낡고 허술한 교실마다 아이들의 얼굴과 노래와 말들이

우수수 꽃잎처럼 떨어졌습니다. 아주 오래 된 미래가 거기 있었지요.

그 교실 벽에 기대어 나도 꽃이지요.

나도 조국 산천의 꽃 한 송이었습니다.

아이들이 나를 다라 우와! 우와! 소리 지르며 우리나라 꽃으로 피어났습니다.

내 눈과 가슴에서 지워지지 않는 얼굴들,

다시 가겠습니다.

우리의 산천을 쓰다듬을 아이들의 손을 잡으러 또 가겠습니다.

당신의 손을 주세요. 조국의 손을 주세요.
▲ 에다가와 조선학교 지원모금 1차 모금 전달식에서 송현진 교장으로부터 감사장을 받고 있는 김용택 시인.(왼쪽) ⓒ프레시안

김용택 시인

1951년 전북 임실 출생으로 1982년 <꺼지지 않는 횃불로>에 '섬진강 1' 외 8편을 발표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1986년 <맑은 날>로 제6회 김수영문학상을 수상했고, 1997년 제12회 소월시문학상을 수상했다. 시집으로 <섬진강>, <맑은 날>, <누이야 날이 저문다>, <그리운 꽃편지>, <강같은 세월>, <그 여자네 집>, <그대, 거침없는 사랑>, <그래도 당신>, <언제나 나를 찾게해주는 당신> 등이 있고, 산문집 <작은 마을>, <그리운 것들은 산 뒤에 있다>, <섬진강 이야기>, <섬진강을 따라가며 보라>, <김용택의 교단일기> 등이 있다. 이밖의 작품으로 장편동화 <옥이야 진메야>, 동시집 <콩, 너는 죽었다> 등이 있다.

현재 임실의 덕치초등학교 교사인 김용택 시인이 지난 6월 에다가와 조선학교에 방문해 운동장에서 노는 아이들을 보고 한 첫 마디는 "운동장에서 뛰어 노는 아이들의 소리는 지구가 살아 있는 소리"였다.

그는 현재 '에다가와 조선학교 지원모금'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으며, 오는 21일 건국대 새천년기념관에서 열리는 '에다가와 조선학교 지원을 위한 희망 콘서트'에도 출연할 예정이다.

이날 콘서트에는 김용택 시인 외에도 작가회의 정희성 이사장, 가수 양희은, 이지상, 나무와 자전거 등이 출연한다.

(참조: 에다가와 조선학교 지원모금 홈페이지 www.edagawa.net)
※에다가와 조선학교 후원계좌: 신한은행 330-03-004075 예금주 '우리민족 서로돕기 운동'

☞에다가와 조선학교 1차 모금 전달식 연재기사(조선학교 이야기) 보기

①"아니 어떻게 1억 원이나 모았습니까?"-에다가와 학교 지원모금 1차 전달

②북적대는 야스쿠니, 썰렁한 전몰자묘원-귀화해서 편하게 살라고?

③"우리 아이 '가네모또(金本)' 만들 순 없잖아요"-일본이 차별한다고? 한국은 어떤데…

④[포토스케치]"이것이 '우리학교'랍니다"-에다가와학교의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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