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여자농구의 간판스타 출신인 박찬숙 씨가 지난 5월 우리은행 여자농구단 신임감독 선발 당시 1차면접에서 탈락한 이유가 "여성에 대한 차별"이라며 11일 오전 국가인권위원회에 고용차별 진정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박 씨는 10일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 측을 통해 미리 배포한 기자회견문에서 최근 우리은행 여자농구단 전임 감독의 소속선수에 대한 성추행 사건을 언급하며 "내가 이처럼 용기를 내게 된 것도 그 후배가 보여준 용감한 행동에 대한 무한한 지지와 부끄러운 자기반성에서 출발했다"고 밝혔다.
박 씨에 따르면 이번 성추행 사건이 불거지기 이전인 지난 5월 우리은행 신임감독 1차 면접에 자신을 포함한 6명이 참여했으나 2차 면접에는 자신을 제외한 3명이 올랐다고 한다. 박 씨는 "우리은행 측은 내가 1차 면접에서 떨어진 것에 대해 납득할 만한 근거를 제시하지 않았다"며 "이는 여성에 대한 차별이라고밖에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 근거로 박 씨는 현재 여성프로농구연맹의 6개 구단 중 여성감독이 단 한 명도 없는 점, 여자 프로농구 10년 역사에서 단 한 명의 여성 감독도 배출되지 않은 점 등을 들었다. 또한 박 씨는 여성 프로팀(농구, 배구)의 지도자 총 22명 중, 남성이 21명, 여성은 단 1명(코치)에 불과하다는 점을 지적하며 "이는 스포츠계의 심각한 여성고용 불평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씨는 "젊은 시절 실업팀과 프로팀에서 주목받으며 뛰었던 그 많은 여자선수들은 지금 다 어디로 갔느냐"며 "유독 스포츠 분야에서만큼은 여성 지도자가 나오지 못하는 것은 구조적인 문제"라고 주장했다.
박 씨는 "나도 선수시절 남자 감독에게 차마 말 못할 고민이 생길 때마다 혼자 속으로 앓아야만 했다. 지금도 대다수의 여자선수들이 그 때의 내 처지와 다르지 않을 것"이라며 "작금의 사태를 해결하는 근본적인 방안으로 여성 스포츠 분야에서 여성 지도자가 절실히 필요한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고 주장했다.
박 씨의 기자회견장에 열린우리당 유승희 의원과 함께 배석할 예정인 심상정 의원은 "최근 우리은행 농구단 전임 감독의 성추행 사건은 스포츠계에 선수지도라는 명분으로 관행화된 성폭력 문제의 일단을 보여주고 있다"면서 "이번 사건을 계기로 여자농구를 포함한 여성 스포츠 분야에서의 여성지도자 육성이 절실하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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