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대학 내에 영화관, 대형서점, 스포츠센터, 주차장 등 수익사업을 위한 시설이 들어설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사립대 적립금 투자 범위가 제2금융권까지 확대되는 등 자산운용 관련 규제가 한층 완화된다.
또 내년부터 각 대학 유명교수의 강의 내용이 다른 대학과 일반인들도 볼 수 있도록 인터넷에 공개되고, 기업이 신입사원의 출신 대학을 평가하기 위한 대규모 설문조사도 실시된다.
하지만 이런 방침에 대한 반발도 예상된다. 시장원리가 대폭 도입되면서 대학의 원래 목적을 잃어버릴 수 있다는 비판이다.
대학 적립금, 유가증권에 투자 가능…"적립금 손실 나면 등록금 더 오를텐데"
김신일 교육부총리는 31일 서울 양재동 교육문화회관에서 서울ㆍ수도권 지역 대학총장 간담회를 열고 이런 내용이 담긴 '대학교육력 향상 방안'을 발표했다.
교육부는 대학의 등록금 의존도를 낮추고 재정을 확충할 수 있도록 자산운용 관련 규제를 한층 완화해 이르면 올 하반기부터 시행키로 했다.
우선 사립대학의 적립금을 제2금융권(유가증권 등)에도 투자해 수익률을 높일 수 있도록 관련 법령을 고치기로 했다.
현재 사립대 적립금은 총 5조7000억 원에 달한다. 그러나 현행 사립대학재무회계 규칙은 대학 적립금을 제1금융권에만 예치하도록 돼 있다. 이렇게 될 경우, 현재 4~5% 수준인 적립금 자본 수익이 다소 높아질 전망이다. 그러나 무리한 투자를 통해 손실을 볼 가능성도 함께 열렸다.
적립금 손실 위험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적립금은 당장 사용할 돈이 아니므로 은행에 예치돼 있는 동안 다양한 투자를 통해 수익을 얻을 수 있게 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현재 상당한 규모의 적립금이 있음에도 각 대학들이 등록금을 인상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적립금 손실이 발생할 경우, 등록금 인상 폭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여 논란이 예상된다.
수익사업 규제 완화…"교육보다 '돈벌이' 전념하는 대학 나오지 않을까"
그리고 교육부가 정한 교지(校地) 확보율이 100% 이상인 대학의 경우, 유휴부지를 활용해 수익사업을 하는 것을 허용하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대학들은 학교 안의 남는 땅을 외부에 임대해 영화관이나 대형서점 같은 문화ㆍ출판시설, 운동시설, 주차장 등을 설치할 수 있게 된다.
또 대학이 수익 사업으로 진출할 수 있는 업종에 대한 규제도 크게 완화했다. 현재 102개의 금지업종 가운데 숙박업, 부동산업, 담배소매업, 게임ㆍ노래방 운영업 등을 제외한 나머지 81개를 금지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그러나 교육과 연구보다 '돈 벌이'에 더 주력하는 대학이 등장할 경우에 대한 대책은 빠져 있다. 역시 논란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기업이 대학 평가한다…"대학의 '취업학원화' 경향, 심화될 듯"
그리고 대학정책의 초점을 '연구 역량 강화'에서 '교육의 질 향상'으로 옮기겠다는 방침도 나왔다. 이를 위해 교육부는 내년부터 각 대학 유명교수의 강의 내용을 문서 형태로 인터넷에 공개해 타 대학 교수ㆍ학생과 일반인들이 볼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또 교수의 강의능력 향상을 위해 전국 105개 대학에 설치돼 있는 교수학습지원센터(CTL.Center for Teaching & Learning)를 활성화하기로 했다.
그리고 국제적 교류가 활발한 공학, 경제학 등 50개 전공에 대해서는 국제표준에 맞는 교육과정을 개발할 수 있도록 예산을 지원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이와 함께 졸업생이 출신 대학에 대해, 그리고 기업이 대졸 신입사원에 대해 출신 대학별로 만족도를 평가할 수 있도록 내년부터 매년 졸업생과 기업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설문조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이것 역시 반발을 낳을 수 있는 방침이다. 이미 지금도 대학이 '취업학원'과 다를 바 없어졌다는 우려가 거센 상황이기 때문이다. 기업이 원하지 않는 종류의 교육은 더욱 위축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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