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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맨날 우리만 교육 받아요?"

석원정의 '우리 안의 아시아'<12>사업주는 왜 교육 안 시키나

몇 년 전부터 이주노동자들이나 결혼해 이주한 이들에 대한 한국사회의 관심이 꽤 지대한 것 같다. 정부부처뿐 아니라 지방자치단체들, 각종 정부 유관기관들에서 철마다, 때마다 이들을 위한 각종 프로그램들을 홍보하면서 참여를 독려한다. 그런 많은 프로그램들을 보면 '야! 이게 웬일이냐. 몇 년 전 같으면 생각도 못할 일이다' 싶어서 흐뭇하기도 하다.
  
  그런데 그런 프로그램들을 볼 때마다 흐뭇한 한편으로 마음이 불편해지기도 한다. 그 이유는 그런 프로그램들을 관통하는 어떤 흐름이 있기 때문이다. 즉, 이주노동자들이나 결혼이주자들에게 직접적으로 '뭔가를 제공해주는' 프로그램들이라는 흐름이다. 열악한 여건에 있는 우리 사회 구성원들에게 뭔가를 제공해주는 것을 '문제'라고 비판할 생각은 없다. 모든 것이 낯선 땅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이주자들에게 유입국에서 여러 가지 성격의 지원을 해주는 것은 바람직하고 권장할 만한 일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들에게 뭔가를 줄 뿐만 아니라 이들이 독립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이들이 살아가야 할 토대를 변화시키는 프로그램은 별로 없다는 것이다.
  
  우리 단체는 다른 이주노동자 지원단체들 중에서 이주노동자들의 교육 관련 프로그램을 많이 시행하는 편이다. 그 종류도 다양해서 노동법 교육-산업안전교육-환경교육-한국의 인권운동에 대한 교육-여성교육 등등 주제를 다양하게 하고, 일회성 교육-숙박교육-순회교육-시리즈교육 등으로 방식도 다양하게 시행해 왔다. 그런데 때때로, 특히 노동법이나 산업안전과 관련해서는 교육을 시행하면서도 곤혹스러울 때가 있다.
  
  2006년도에 우리 단체는 이주노동자 산업안전을 위한 수도권 순회교육을 시행했다. 본래 산업 안전 분야가 노동자들이 관심을 많이 갖지 않는 영역이긴 하지만, 신체를 건강하게 보존해서 귀국해서 가족들을 안심시켜주는 것 역시 돈벌이 못지않게 중요한 일이니 한번 해보기로 했었다. 한국에서의 3년간 노동생활을 마치고 건강하게 귀국하려면 꼭 알아두어야 할 내용을 추리고, 전문가들로 강사진을 꾸리고, 중요한 포인트를 살리고, 강의기법도 요모조모 신경 써서 서울-의정부-시흥-인천의 몽골-태국-인도네시아-파키스탄 노동자들에게 강의를 했다.
  
  교육에 대한 반응은 나쁘지 않았다. 흥미진진한 내용은 아니지만 본인들에게 중요하고 유용한 내용이니 사실 뭐 반응이 나쁘기까지 하겠는가. 그런데 세 번째 태국노동자들에게 교육을 한 날, 어떤 태국 여성의 한 마디가 나를 콕 찔렀다.
  
  "왜 맨날 우리만 교육 받아요?"
  
  각종 이주노동자에 대한 지원정책의 약점을 한 마디로 지적한 것이다.
  
  '사업주들에 대한 교육도 필요한 교육이겠지만, 노동자들 자신도 알아야 할 건 알아야 한다. 일단 우리들이 알아야 할 것부터 먼저 배우자'란 말로 찔린 속을 감추긴 했지만 그 아픔은 오래 갔다.
  
  사실 어떤 교육보다도 산업안전에 관한 교육이야말로 이주노동자에 대한 교육보다도 사업주에 대한 교육과 사업장 관리감독이 우선되어야 할 영역이지 않은가.
  
  안산에서 발생한 노말헥산 중독이나 부산에서 발생한 DMF(디메틸포름아미드) 중독, 일상적으로 발생하는 안전장치 미비한 기기에 의한 절단이나 압착사고 등이 이주노동자들의 산업안전의식이나 교육이 미흡해서 발생한 것이 아니듯이 말이다.
  
  그런데 정작 사업주들에 대한 교육은 물론 작업장 관리는 우리 같은 단체의 손에는 닿지 않는다. 결국 정부부처에서 해야 하는데, 아마 나름대로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상담하다보면 이주노동자들의 노동생활 중 가장 취약한 부분이 이 산업안전 영역인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신문이나 인터넷을 보면 무재해운동을 펼치는 사업장도 적지 않고, 영세중소사업장의 작업환경개선도 시도되는데, 이주노동자들을 채용하고 있는 사업장들에게도 그런 바람들이 좀 불었으면 좋겠다. 그러면 '왜 맨날 우리만 교육 받아요?' 라고 항의 아닌 항의를 했던 태국 여성에게 작은 답변은 할 수 있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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