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남녀공학 고등학교에서 성별을 구별하여 내신 성적을 산출해 온 관행이 금지된다. 같은 시간, 같은 교과를 이수한 학생은 같은 방식으로 성적을 산출해야 한다는 원칙에 어긋난다는 이유에서다.
그런데 최근 여학생들의 학력이 남학생보다 높은 현상이 두드러지면서 남학생들이 남녀공학 진학을 꺼리게 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어 눈길을 끈다.
"같은 점수 받은 여학생이 남학생보다 내신 불리"
교육인적자원부는 29일 "'학교생활기록 작성 및 관리지침'을 개정하면서, 남녀공학 고교에서 성별에 따라 내신 성적을 따로 산출할 수 있도록 허용한 조항을 삭제했다"고 밝혔다. 이번 개정안은 올해 고교 신입생부터 단계적으로 적용된다.
기존 지침은 "남녀공학인 고등학교에서는 학교 학업성적관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학교장의 재량에 의해 남학생과 여학생을 별개의 계열로 인정하여 과목별 석차를 산출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일부 학교에서는 이를 근거로 남학생과 여학생을 아예 다른 계열로 구분해 내신성적을 산출해 왔다.
이런 관행에 대해 서울시 교육청은 지난해 "동일 교과를 같은 단위(수업 시간 수) 이수한 학생은 동일한 방식으로 성적을 산출하는 게 현행 7차교육과정의 원칙인데 남녀 학생의 성적을 따로 산출하는 것은 이런 원칙에 위배된다"며 교육부에 검토를 건의했다.
당시 서울시 교육청 관계자는 "같은 학교에서 남녀 학생이 같은 과목을 수강해도 같은 점수를 받은 여학생이 남학생보다 낮은 내신 등급을 받는 경우가 생길 수 있어 성(性)에 의한 차별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며 배경을 설명했다.
2010년부터 학교 선택해서 진학하는데…'남녀공학에 여학생만 지원할까' 우려
교육부가 서울시 교육청의 건의에 따라 남녀 구분 없이 내신성적을 산출하도록 하면서 '남학생들의 남녀공학 진학 기피'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특히 오는 2010년부터 고교 입학 예정자가 최대 4개 학교까지 선택하여 지원할 수 있게 되는 것과 맞물리면서 이런 우려는 더 커졌다. 남학생들이 내신 불리를 이유로 남녀공학 진학을 꺼릴 경우 '여학생만 넘치는 남녀공학'이 될 수도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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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서울시 교육청 관계자는 "고교 입학 예정자가 학교를 선택하여 지원하는 정책을 논의하면서 이런 가능성을 고려했지만, 학생들이 학교의 시설 등 다른 측면을 우선 고려할 것으로 판단해 별 문제가 없을 것으로 봤다"고 밝혔다.
남학생과 여학생의 내신성적을 따로 산출하는 관행이 확산된 것은 지난 1996년 서울 강남구 일부 고교에서 내신 성적 산출을 놓고 학부모들 간의 갈등을 겪은 후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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