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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노조, 한미 FTA 저지 '총력투쟁' 결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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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언론노조, 한미 FTA 저지 '총력투쟁' 결의

"두번의 암담한 봄, 내년 봄은 어떤 모습일까요?"

오는 26일 서울에서 열리는 한미 FTA 통상장관급 회담이 사실상 타결을 위한 '마지막 협상'이 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한미 FTA를 반대하는 언론 노동자들이 '총력투쟁'을 다짐했다.

서울, 제주, 대구, 부산 등 전국 각지에서 모인 전국언론노동조합 조합원 600여명은 23일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 앞에서 '언론노동자 총력투쟁 결의대회'를 갖고 "한미 FTA를 저지하고 언론공공성을 사수하겠다"고 밝혔다.

애초 지난해 7월 산별노조 사상 최초로 진행했던 '한미 FTA 저지 1차 총파업'에 이어 2차 총파업을 단행할 예정이었던 언론노조는 이날 행사를 '총파업'이 아닌 '총력투쟁 결의대회'로 변경했다. 언론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번 총파업으로 인해 징계위원회에 회부당하는 등 파업에 부담을 느끼는 조합원들이 많았다고 한다"며 행사를 변경하게 된 까닭을 설명했다.

이들은 투쟁선언문에서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지금까지의 한미FTA는 '보약'이 아니라 사회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국내 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독약'일 뿐이란 걸 알 수 있다"며 "거짓말과 시장독재로 무장한 채 브레이크 없이 달리는 폭주 기관차를 멈추게 하는 방법은 한 가지, 탈선시키는 것"이라고 밝혔다.

"2000명의 언론인이 모여도 끄떡없던 정부를 보고 놀라더라"

언론노조 이준안 위원장은 "범국본의 여론조사에 의하면 전 국민의 80%가 두려움과 불안을 갖고 있다"며 "그간 협상과정을 보면, 국민에 대한 속임수, 담합, 말바꾸기가 너무 뻔히 드러나고 있다"고 밝혔다.

이준안 위원장은 "막바지 협상에 이른 지금 국민들은 그 협상의 실체와 본질에 대해 알게 됐다"며 "지난 1년간 한미 FTA 저지 투쟁을 지속해온 언론노조, 언론노동자들이 타오르는 불길처럼 투쟁을 통해 FTA를 막아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한미 FTA 반대 언론노조 총력투쟁 결의대회 ⓒ프레시안

연대사에 나선 민주노동당 권영길 국회의원은 "한 외국 기자가 지난해 서울에서 언론인 2000명이 모인 총파업을 보고서 한국에 태풍이 불겠다고 생각했다고 한다"며 "그러나 그는 그때 두 번 놀랐는데, 한번은 이렇게 많이 모인 언론인 때문에 놀랐고, 또 한 번은 그래도 여전히 조용한 한국 사회를 보고 놀랐다고 한다"고 밝혔다.

권 의원은 "수많은 투쟁을 통해 정치 권력으로부터 벗어난 한국 언론은, 한미 FTA가 체결되면 다시 자본에 의해 완전히 짓밟힐 것"이라며 "한미 FTA는 지금 우리에게 어떤 사회를 택할 것인지를 묻고 있다"고 말했다.

민노당 노회찬 의원 역시 "지난해 산업자원부 장관에게 '한미 FTA가 체결되면 2007년 한해 실업자는 얼마나 발생할지, 신규 일자리는 얼마나 창출될지'에 대해 물었다"며 "그러나 그는 '잘 모르겠다'는 말 뿐이었다"고 밝혔다.

노회찬 의원은 "한미 FTA가 가져다 줄 득실도 모르면서 어떻게 협상에 임하느냐고 물으니 산자부 장관은 눈만 껌뻑거리더라"며 "대체 우리나라 정부는 무얼 했나"라고 물었다.

한미 FTA 시청각·미디어공대위 전규찬 집행위원장은 "지난 1년간 24개 언론·문화단체는 한미 FTA를 막고 언론 개방을 막기 위해 정말 뼈빠지게 싸워왔다"며 "우리는 진실의 힘, 원칙의 힘, 연대의 힘을 믿었다"고 밝혔다.

전규찬 위원장은 "시청각·미디어분야는 협상에서 단순히 '끼워파는 카드'가 아니라 막판에 내어놓을 '결정적 카드'임을 언론 종사자 여러분들이 눈부릅뜨고 알아야 한다"며 "여러분 자신의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이나라 청년들을 위해, 그리고 여러분의 2세들을 위해 한미 FTA를 막아내자"고 호소했다.
이날 언론노조는 대통령에게 보내는 공개서한을 발표했다. 다음은 서한 전문.

<당신으로부터 봄이 찾아오기를 바랍니다!>

봄기운이 완연합니다. 하지만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한미FTA를 보고 있노라면 엄동설한이 주변을 감싸는 듯 소름이 끼쳐옵니다.

대통령께서는 최근 이익이 남지 않으면 한미 FTA를 체결하지 않겠다고 말했습니다. 미국의 신속협상권 시한에도 얽매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지당한 말씀입니다. 나라끼리 무역협정을 맺으면서 이것은 기본입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대통령의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국민이 보이지 않습니다. 정권의 막바지라서가 아닙니다. 오로지 체결을 위한 체결만을 향해 돌진해 온 참여정부의 지난 1년 때문입니다. 오죽하면 대통령의 말씀에 대해 국민들은 상황을 비켜가려는 핑계쯤으로 받아들일까요?

'노무현을 사랑하는 모임'을 잘 아실 겁니다. 이 모임의 대표였던 노혜경씨가 얼마 전 한미 FTA를 '그늘'이라고 말했습니다. 참여정부가 하지 말았어야 할 일에 발을 들여 놓고 말았다는 질책입니다. 반면, 권위주의를 타파하고 지방분권을 추진하는가 하면 우리사회의 주류를 교체한 일들은 '빛'이라고 했습니다. 참여정부 탄생에 누구보다 크게 이바지했던 분마저 한미 FTA를 실패한 정책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남는 장사인지 잃는 장사인지를 떠나 한미 FTA가 선량한 국민들의 사고방식을 타락시키는 일인 줄 알기 때문입니다. 그는 한미 FTA를 미국 내 상층부의 가치관을 이식시키는 일이라고 규정했습니다. 대통령께서는 우리나라보다 몇 배 잘사는 나라, 그들 중 '가진 자'들의 생각이 대한민국을 지배하는 상황을 상상이나 해보셨습니까?

"그들의 태도변화를 '정치공학'으로만 볼텐가?"
▲ 결의대회에 참가한 언론노조 지부 깃발들 ⓒ프레시안

민주노동당 문성현 대표가 청와대 앞에서 자리를 깔고 곡기를 끊은 지 벌써 16일째입니다. 한미 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범국본) 대표자들 역시 지난주부터 길거리에서 단식농성을 하고 있습니다. 목이 터져라 반대를 외치던 시민들도 속속 식음을 끊는 격한 투쟁을 자처하고 있습니다. 퍼주기 협상은 안 된다고 그토록 외쳤건만 도무지 먹히지 않으니 달리 도리가 없습니다. 집회도 안 된다, 광고도 안 된다, 도대체 어떻게 하면 대한민국이 침몰하고 있다는 사실을 방방곡곡에 알릴 수 있습니까? 하물며 청와대는 언제까지 대한민국이 죽어가는 사실을 숨기시렵니까?

최근 들어 김근태 열린우리당 전 의장, 정동영 전 의장, 천정배 의원 등 이른바 범여권으로 분류되는 많은 정치인들이 한미 FTA 반대 입장을 표시하고 있습니다. 청와대의 말처럼 그분들이 단순히 참여정부와 거리를 두기 위해서이겠습니까? 차별화 전략이고 정략적인 판단일 뿐이겠습니까? 협상이 진행되면 될수록 깨어있는 정치인들의 반대 목소리는 커지기만 할 것입니다. 그분들의 태도변화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한 번 쯤 고민해 보시기를 바랍니다. '정치공학'의 잣대에서 벗어나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다음 세대에 희망을 물려주시려거든…"

정녕 대통령께서는 대한민국을 이긴 자들만 살아남는 전쟁터로 만드시렵니까? 무역규모가 늘어나면 뭐합니까? 멕시코를 보십시오. 나프타(NAFTA) 이후 노동자들은 비정규직으로 내몰렸고, 양극화는 더욱 심해졌습니다. 국민 대부분은 패배감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희망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한미 FTA가 체결된다면 머지않아 이 땅 대한민국에서 재연될 비극입니다. 미국과의 FTA에서 성공한 나라는 없었습니다. 다른 나라는 모두 실패했어도 참여정부는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은 자만입니다. 언제까지 국가의 운명을 건 도박을 계속하시렵니까? 다음 세대들에게 희망을 물려주시려거든 당장 한미 FTA를 접는 용기를 보여주시기 바랍니다.

한미 FTA는 이미 무역거래 상품에 대한 관세 철폐 수준을 훌쩍 뛰어넘었습니다. 도를 넘어도 한참을 넘었습니다. 우리나라 고유의 문화와 혼을 지켜주는 '방송'까지 넘겨 줄 태세입니다. 국민들의 영혼을 미국에 팔아넘긴 대통령으로 기억되지 않으시길 빕니다. 아니 대한민국 주권을 미국에 갖다 바친 대통령으로 전락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지난 18일 유네스코 문화다양성 협약이 효력을 발휘하기 시작했습니다. 세상이 지구촌이라고 불릴 정도로 좁아져도 나라별 고유한 '문화'만큼은 지켜져야 합니다. 나프타를 체결한 캐나다와 멕시코가 왜 어느 나라보다 앞장서서 세계문화다양성협약을 비준했을까요? 특히 우리나라는 어느 나라도 흉내 낼 수 없는 '문화'를 갖고 있습니다. 대대손손 자랑거리입니다. 그것들을 팔아 치울 권리는 누구도 갖고 있지 않습니다.

"만용이 아닌 용기의 결단을 촉구합니다"

오로지 체결만이 정답이라고 달려드는 주변의 불나방들을 버리십시오. 관료들의 원격조정에 생각 없이 끌려 다니는 참모들을 멀리하십시오. 대통령의 귀를 막고 있는 청와대 비서관, 외교통상부와 재정경제부 관료들의 팔을 걷어치우십시오. 그리고 대통령 자신의 손바닥을 귓불에 들이대십시오. 국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보십시오. 그동안 듣지 못한 국민들의 곡소리가 뚜렷하게 들릴 것입니다. 고향에서 보내는 어머니, 아버지의 소리 없는 아우성이 고막을 찢을 듯 커다란 울림으로 다가올 것입니다. 방방곡곡에 울려 퍼지고 있는 한미 FTA 반대 함성이 철퇴가 되어 가슴을 때릴 것입니다.

지난해 봄 한미 FTA를 추진하면서 국민들을 불안하게 만드셨습니다. 올 봄에는 농업도 상품이라며 오로지 체결에 정신이 팔려있습니다. 국민들은 더욱 불안에 떨고 있습니다. 내년 봄에는 어떤 모습일까요? 18대 총선을 앞두고 모든 후보들이 전직 대통령을 청문회장에 세우겠다고 목소리를 높일 것입니다. 전직 대통령이 비참해지는 꼴을 또 보고 싶은 국민은 아무도 없습니다.

봄을 봄으로 느낄 수 있는 따스함이 온 나라에 가득했으면 좋겠습니다. 참여정부가 한미 FTA만 멈춘다면 가능한 일입니다. 만용이 아닌 용기의 결단을 촉구합니다.

2007년 3월23일

전국언론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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