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임교사를 학생이 선택할 수 있다면?
먼 외국의 사례가 아니다. 서울 충암고등학교가 올해 입학할 신입생들을 상대로 도입한 제도다. 국내에서 유례가 없었던 시도여서 논란이 일고 있다.
선착순으로 담임 배정…교육 수요자의 선택권 보장 위해
23일 충암고 관계자에 따르면 이 학교는 지난 15일 오전 9시부터 10시까지 1시간 동안 학교 홈페이지를 통해 담임교사 선택제를 실시했다. 1학년 20개반 담임을 맡을 교사 20명의 명단과 함께 예비 담임교사들의 사진ㆍ과목ㆍ학급운영 방침 등을 홈페이지에 게재한 뒤, 학생들이 원하는 담임 교사의 이름을 클릭하게 한 것.
담임교사의 배정은 선착순으로 이뤄졌고, 여기서 밀려 학급 정원(37명)을 초과하면 다른 학급을 선택하게 했다.
전학 예정자 등을 제외한 대상자 739명 중 651명이 신청해 88%의 등록률을 보였고 별도의 담임 교사를 선택하지 않은 88명은 성적 등을 반영해 반이 배정됐다. 예비 담임교사 20명 중 12명은 정원을 채웠고 8명은 미달로 나타났다.
이 학교는 올해 신입생을 대상으로 담임 선택제를 시행한 뒤 학생, 학부모, 교사들의 반응을 지켜보고 긍정적인 결과가 나오면 2ㆍ3학년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충암고 안상화 교감은 "그동안 교육 수요자인 학생과 학부모는 담임을 선택할 기회가 전혀 없었는데 학교 선택의 폭을 넓힌다는 취지로 담임 선택제를 시행하게 됐다"며 "이런 취지는 교육부의 방침에도 어긋나는 것이 아니므로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교원단체 반발…"학교가 쇼핑몰이냐"
하지만 반발도 만만치 않다. '수요자의 선택'이라는 시장원리를 학교에 적용하면 입시 위주의 교육을 강화될 위험이 있고, 교육의 공공성을 해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교원단체에서 이런 목소리가 주로 나왔다.
한만중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정책실장은 충암고의 시도에 대해 "마치 인터넷 쇼핑몰에서 물건을 구매하듯 학생이 교사를 선택하는 것은 인성교육 등 교육의 근본을 도외시한 매우 도박적인 발상"이라며 "대학입시가 지상과제인 학교 풍토에서는 입시 위주의 교육을 거부하는 교사가 설 자리가 없어진다"고 비판했다.
또 한재갑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대변인도 "교사들이 아이들을 위해 더욱 노력하도록 긴장시키는 것은 필요하겠지만 담임 선택제를 통해 구미에 맞는 교육을 강요하면 교육의 공공성이 훼손되고 전인교육은 포기할 수밖에 없게 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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