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총장 내정자는 총장 직에 지원하면서 'CEO형 총장' 후보를 자처했다. 2001년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사장에 취임해 전직원 연봉제와 다면평가제 도입 등을 통해 공기업 경영평가에서 사장평가 1위에 올랐던 경험을 대학 운영에 적극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오 내정자의 포부가 실현되려면 넘어야 할 장벽이 만만치 않다. 우선 제9대 정재각 총장 이후, 25년 만에 처음으로 타학교 출신으로 동국대 총장에 취임하게 됐다는 점이 부담으로 지목된다. 오 내정자는 고려대 경영학과 및 경영대학원을 나왔다.
교수회와 동문회의 못마땅한 분위기를 극복하는 것은 더 큰 부담이다. 대학 재단 측이 학내 구성원의 동의 절차 없이 정치인 출신인 오 내정자를 총장으로 영입하려는 것에 대해 이들은 대채로 부정적인 태도를 취해 왔다.
이종옥 교수회 회장은 "총장 임명권은 재단 이사회의 고유 권한이니 어쩔 수 없지만 교수들의 목소리를 외면한 것은 유감스럽다"면서도 "지금 당장 반대 투쟁을 하지는 않을 것이며 취임 전까지 오 내정자가 교내 구성원 모두를 포용할 의지가 있는지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취했다.
1948년 충남 보령에서 태어난 오 내정자는 종립학교인 대전 보문고에 진학하면서 불교와 인연을 맺었다. 그는 1972년 행정고시에 합격해 국세청에서 공무원 생활을 시작한 뒤, 2001년 산업자원부 차관을 지냈다.
그 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사장에 취임한 오 내정자는 공기업 경영 혁신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는 평판으로 노무현 대통령의 신임을 얻었다. 이런 신임을 바탕으로 그는 2005년 행정자치부 장관에 취임했으며, 장관직 퇴임 후에는 5.31 지방선거에서 열린우리당 충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하기도 했다.
지방선거에 낙선한 뒤, 그는 지난달 청와대 정무특보로 임명됐으나 최근 동국대 총장 선거에 출마하면서 정무특보직 해촉 의사를 청와대에 전했다.
"'KOTRA 혁신 모델', 대학에 옮겨 심겠다" 동국대학교 제16대 총장으로 선출된 오영교 전 행정자치부 장관은 12일 "KOTRA와 행정자치부에서 성공했던 경영 기법을 대학에 도입해 효율적이고 고객인 학생 중심의 대학을 만들겠다"며 'CEO형 총장'으로서의 각오를 밝혔다. 오 총장 내정자는 "내가 생각하는 대학경영의 모델은 좋은 학생을 지속가능하게 만들어 낼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라며 "훌륭한 교수를 많이 확보하고 캠퍼스 시설과 학습환경을 과감히 바꿔 우수한 학생들이 저절로 찾아오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동국대가 100년의 역사와 불교정신, 서울 4대문 안에 있는 지리적 강점에도 불구하고 잠재력을 발휘하지 못한 채 침체된 상태"라며 "108일 동안 108번뇌의 심정으로 동국대의 약점과 극복 방안을 찾는 '일공팔 프로젝트'를 통해 미래의 청사진을 내놓겠다"고 약속했다. 다음은 오 내정자와 일문일답. - 총장직에는 왜 출마했나. "원래 새로운 분야에서 '개척자'로서 노력하는 것을 좋아한다. 공무원으로 차관까지 지냈고 공기업인 KOTRA와 정부 부처인 행정자치부를 경영해 봤으니 대학경영에 도전해 보고 싶었다. 행자부 장관 퇴임 후 밥벌이를 위해 부처 산하 단체에 들어가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다고 생각했다. 대학 관계자의 권유도 있었고 평소 멋진 선비가 되고 싶었는데 총장직이 매력있어 도전했다." - CEO형 총장으로서 계획은. "KOTRA에서는 공기업 경영의 혁신모델을 만들고 성공신화를 창조했으며 행정자치부에서는 부처경영의 시스템과 틀을 새로 만들었다고 자부한다. 기존의 대학 경영과 다르게 기업, 정부의 경영방식과 성공모델을 도입해 효율적이고 고객인 학생 중심의 대학을 만들어 보겠다." - 대학경영의 새 모델은 무엇을 뜻하나. "좋은 학생을 지속가능하게, 꾸준히 만들어 내는 것을 목표로 봤을 때 공장을 잘 만들어야 한다. 훌륭한 교사를 최고의 대우로 많이 모셔 오고 캠퍼스 시설이나 학습환경을 과감히 바꿔 우수한 학생들이 저절로 찾아오도록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 동국대를 어떻게 바꾸고 싶나. "동국대는 100년의 역사와 불교정신, 서울 4대문 안에 위치한 지리적 강점에도 불구하고 잠재력을 발휘하지 못한 채 침체돼 있다. 108일 동안 108 번뇌의 심정으로 동국대의 문제점과 제약 요인은 물론 극복방안과 강점을 찾아내는 '일공팔 프로젝트'를 추진해 미래의 청사진을 정확히 제시하겠다. 취임 전 프로젝트를 시작할 생각이다." - 교수회와 동창회가 총장 선출을 반대했다던데. "교직원이든 동문이든 교내 구성원 모두 동국대를 발전시키겠다는 꿈과 희망이 있다. 내가 학교의 미래 청사진을 보여주고 그들과 생각의 차이를 없애면 다같이 화합할 수 있다. KOTRA사장으로 취임했을 때도 같은 문제가 있었지만 극복한 경험이 있다." - 종립대학의 특성에 대해서는. "동국대는 조계종이 설립한 종립대학이다. 대학의 기본 역할은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재를 가장 효율적으로 만드는 것이다. 이에 함께 동국대를 세계 불교의 메카로 키워낼 수 있다고 본다." - 청와대 정무특보직 은 어떻게 됐나. "정무특보는 무보수ㆍ명예직으로 봉사하는 자리일 뿐, 보탬이 되는 게 없는데 자꾸 '보은인사', '회전문 인사'라고 거론하는 것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하지만 총장 직에 몰입하기 위해 청와대에 내 입장(해촉 의사 전달)을 밝혔다." 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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